DSC08763-4.JPG


 

나는 춤추는 엄마다.

혼자도 추고

같이도 추고

즐거워도 추고

슬퍼도 추고

마음이 복잡해도 추고

화가 나도 춘다.

춤추는 게 일이다.

나의 직업은 춤 세라피스트.

 

스무 살에 재즈 댄스를 배우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그 때부터 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춤을 추었다.

재즈 댄스, 살사, 현대 무용을 경험하면서

내 마음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춤을 추고 싶다고 열망할 때

춤 세라피를 만났다.

춤 세라피로 나도 몰랐던 나의 내면 세상을 깊이 깊이 여행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춤은 나의 밥이 되었다.

매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밥.

바다를 낳은 첫 날 밤 찾아온 낯설음과 두려움과 행복감도

춤을 추면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육아 때문에 힘들어서 숨을 제대로 못 쉴 때도

춤을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추고 나서야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매일 매일 춤을 추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화, 외로움, 불안 같은,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만나고 또 보내주었다.


바다가 네 살, 하늘이가 두 살이 된 요즘 

결혼 전에 그랬던 것 처럼 다시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엄마가 된 후여서 그런가,

다른 사람의 내면에 더 마음이 쓰인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들의 춤이 궁금하다.

더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서른 살에 대전에 살면서 서울로 춤 세라피 유학을 다녔던 것처럼

아이 둘을 큰산한테 맡기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춤 세라피 유학을 다니고 있다.

먼저 공부를 권유하고 아이들을 기꺼이 돌봐주는 나의 남편, 큰산 정말 짱!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고 만나는 사람들이 좋고

춤의 세계, 몸의 세계, 마음의 세계가 가슴 벅차게 신비롭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춤으로 목숨을 연명해보고 나서야

춤이, 춤 세라피가 보인다.

 

내가 엄마여서 고마운 것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고마운 것이 이것이다.

춤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준 것.

바다 하늘이가 어른이 되고

손자 손녀들이 자라고

내가 흰머리 할머니가 되어도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다.

손녀가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우리 집에 춤추러 오고 싶다고 전화하면

그래 오너라 해서 같이 시원하게 춤 한 판 벌이는 할머니이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본성인 사랑과 자유를 회복하고

따뜻하고 풍요로우면서도 깃털처럼 가벼운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고 싶다.

나도 내 가족과 함께 그런 삶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

 

춤추는 엄마.

하, 

어느덧 이런 엄마가 되어있는 내가 참 고맙다.

 

제가 그림을 자주 그리지 못 한 이유가 이거랍니다.

제주도는 춤을 추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에요.

춤이 본성의 움직임이라 본성을 일깨우는 자연이 큰 힘이 되거든요.

요즘 바다 하늘이가 일찍 자고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서 해 뜨는 것을 함께 보는데 

그것도 참 좋네요.

건강하세요!



DSC08598-2.JPG 

DSC08727-2.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20대를 아낌없이 방황하며, 여행하며 보냈다. 딱 30세가 되던 해 충남 금산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지금은 여섯 살 바다와 네 살 하늘과 함께 네 식구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488957/023/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7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우리의 소중한 야성 본능 imagefile [1] 최형주 2017-02-09 5671
6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내 마음의 고향, 할머니 imagefile 최형주 2017-01-31 5309
6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 곧 돌아올게 imagefile 최형주 2017-01-20 5222
6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부슬비 내리는 날, 김치 배달 imagefile [5] 최형주 2017-01-04 7012
6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고마워요, 고마워~ imagefile [2] 최형주 2016-12-16 8531
6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하늘이의 하늘 imagefile [1] 최형주 2016-12-10 7378
6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여섯 여자 imagefile [1] 최형주 2016-12-02 9888
6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가장 먼저 사랑을 해 imagefile [1] 최형주 2016-11-10 7266
»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춤은 나의 밥, 춤바람 났다 imagefile 최형주 2016-10-31 9693
6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이제 진짜 베이비시터 imagefile [2] 최형주 2016-10-17 7920
6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의 남자사람친구 imagefile [3] 최형주 2016-10-08 15842
5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담배가 준 시원한 생각 imagefile [1] 최형주 2016-08-07 7054
5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를 너라고 부를 때 imagefile [1] 최형주 2016-06-20 8839
5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제주의 새벽 imagefile [2] 최형주 2016-04-29 7282
5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커다란 나무 아래 작디작은 바다 imagefile [6] 최형주 2016-04-18 6286
5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사랑이야 imagefile [2] 최형주 2016-04-08 5880
5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복 받아라! imagefile [6] 최형주 2016-04-01 5766
5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둘이 함께 멋진 공감 imagefile [2] 최형주 2016-03-22 9106
5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야생의 자연이 일상 imagefile [8] 최형주 2016-03-14 6396
5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하늘이를 안고 벤치에 누워 낮잠을 imagefile [10] 최형주 2016-02-22 6529

Q.연년생 형제 관게에 대해 조언 구합니다.

안녕하세요..첫째가 만23개월, 둘째가 만8개월입니다.  첫째는 아주 아기때는 잠투정이 좀 있긴 했지만그래...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