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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잡아. 흔들지 말고.”

아이들과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은 지 1.

한두 달 전만 해도 아이들은 내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양치질을 하고, 컵에 물을 따라서 마시고, 냉장고 문을 열고, 옷을 입고 벗는

일상의 모든 활동이 너무나 힘들었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아이들의 손을 살짝 잡을 수 있고

일상의 활동을 심한 통증 없이,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내 손을 세게 건드리면

!”소리를 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를 꽉 물고 극심한 통증을 견딘다.

 

나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를 위해 매일 쑥뜸을 받으러 다닌다.

집에서도 내가 직접 쑥뜸을 하는데 만약 하지 못하고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에 너무 아프고 힘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늦게 잠드는 날은 같이 누워 있다가

엄마 쑥뜸하고 올게.”하고 일어난다.

 

그때마다 바다는 가지마. 조금만 하고 빨리 와. 기다릴 거야.”라고 하는데

어떤 날은 많이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는지

졸린 눈이 감기려는 걸 몇 번이나 다시 떴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는 하늘이와 같이 그림책을 보는데

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길을 건너고 있는 그림을 보더니

아이가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하는데 엄마가 손이 아파서 안 된다고 하는 거야.”라고 했다.

 

엄마의 손이 아파서 안 되는 것.

꽉 안아주는 것, 옷을 입혀주고 양말을 신겨주는 것, 몸을 부비며 노는 것,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는 것,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는 것...

남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나는 못 해주는 것들이 많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엄마의 관절염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 나중에는 지금 못 하는 거 다 실컷 할 수 있을 거야.

바다에서 같이 수영도 할 수 있고 손잡고 빙글빙글 도는 것도 할 수 있을 걸?

관절염이 나으면서 더 건강한 몸이 되기 때문에 엄마는 로보카 폴리에 나오는 로이만큼

힘이 세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그러면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정말?”하며 좋아한다.

 

아이들은 아픈 엄마를 도와 설거지를 하고 반찬 뚜껑을 열고 과일을 씻는다.

엄마를 대신해 요리와 청소를 하는 아빠를 보고

엄마가 아픈 것을 견디고 치료하고 나아져가는 것을 본다.

 

엄마가 아파서 아쉬운 것이 많겠지만

엄마가 아픈 바람에 배우고 있는 것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나의 병이 우리 가족에게 주는 배움을 바라보며 지금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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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20대를 아낌없이 방황하며, 여행하며 보냈다. 딱 30세가 되던 해 충남 금산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지금은 여섯 살 바다와 네 살 하늘과 함께 네 식구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표현한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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