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0072-1.JPG




외할머니, 엄마, 이모, 나, 바다, 하늘

여섯 여자들이 제주도의 우리 집에서 복닥거리며 며칠을 지냈다.

바다와 하늘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네 여자가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이제 여섯 여자가 되었다.

 

끝없이 이야기하고 웃고 먹고 산책하고

코 고는 할머니와 엄마 때문에 잠을 설치고

두 아이의 춤과 노래에 집이 떠나갈 듯 웃으며 지낸 나날이었다.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우리 할머니,

여전히 멋있고 재미있는 우리 이모,

여전히 나랑 잘 안 맞는 우리 엄마,

날 꼭 닮은 바다와 큰산을 꼭 닮은 하늘이,

그리고 나.

참 다르면서도 닮았다.

 

여행 마지막 날, 그림으로 우리 모습을 남기자고 내가 한 사람씩 얼굴을 그리자

아이들은 내 뒤에서 꺄르륵 꺄르륵 웃으면서 보고 있고

얼굴이 그려지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호소했지만

어쨌든 여섯 명의 얼굴이 한 종이에 채워졌고

안 닮은 그림 덕분에 우리는 또 많이 웃었다.


우리가 함께 본 바다와, 함께 먹은 맛있는 밥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맨날 같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가

‘아니다, 엄청 싸우겠지.’ 하면서 고개를 내젓는다.

 

몇 년 전부터 헤어질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는 이번에도 헤어질 때 우셨다.

할머니가 오래 오래 사셔서 바다와 하늘이가 커서도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다와 하늘이가 함께여서 더욱 행복해진 우리 여섯이 

나는 참 좋다!

참 고맙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677431/794/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9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의 남자사람친구 imagefile [3] 최형주 2016-10-08 17081
9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다가 나를 부른다. "여보~!" imagefile [4] 최형주 2015-02-13 13547
8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두 딸, 바다와 하늘을 괌에서 만났다. imagefile [4] 최형주 2014-12-19 11848
8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힘내자, 내 손목! imagefile [13] 최형주 2015-08-13 10999
8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춤은 나의 밥, 춤바람 났다 imagefile 최형주 2016-10-31 10772
»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여섯 여자 imagefile [1] 최형주 2016-12-02 10512
8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한 이불을 덮고 imagefile [4] 최형주 2014-10-16 10344
8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자유 참외 imagefile [3] 최형주 2015-04-18 10195
8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아침 산책이 제주도로 이사 가는 이유야 imagefile [7] 최형주 2015-11-20 9561
8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둘이 함께 멋진 공감 imagefile [2] 최형주 2016-03-22 9466
8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의 선언 imagefile [2] 최형주 2017-02-17 9338
8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엄마를 너라고 부를 때 imagefile [1] 최형주 2016-06-20 9305
7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천천히 커라, 천천히 imagefile [2] 최형주 2015-04-13 9290
7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코를 뚫었다.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imagefile [9] 최형주 2015-03-06 9095
7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고마워요, 고마워~ imagefile [2] 최형주 2016-12-16 9042
7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지 열 벌의 재탄생 imagefile [10] 최형주 2015-01-21 8971
7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이제 진짜 베이비시터 imagefile [2] 최형주 2016-10-17 8916
7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나보다 결혼 잘 한 사람 있나 imagefile [4] 최형주 2015-10-27 8911
7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1일 어린이집 imagefile [10] 최형주 2014-10-09 8773
7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목 잡아, 목!” imagefile [16] 최형주 2015-02-06 8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