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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 코너입니다.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는 기자, 파워블로거 등 다양한 이들의 다채로운 육아기가 연재됩니다.


 

뜬금없는 자기 고백으로 시작하자면, 나는 '잠보'다. 잠이 빨리 들고, 잠을 많이 자고, 잠들면 잘 못깨어난다.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잠이 빨리 드는 데 능하다. 얼마나 잠이 빨리 들던지 내가 어릴 적엔 언니와 엄마가 도대체 얼마만에 잠드는가 시간을 재기도 했다. 베귀잠. 베개에 귀만 대면 잠이 드는 이상한 능력을 가졌다며, 식구들은 놀렸다. (한편으론 은근히 놀라워했다)  


잠귀도 그믐밤처럼 어둡다. 전쟁을 겪었던 엄마는 일찍이 나를 '6.25 난리통에도 숙면을 취할 인물'로 평가한 바 있다. 첫 아이를 낳은 뒤 밤에 아이 울음소리에 일어난 나를 보고 엄마는 (내가 무안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여튼 이런 잠보라서 수험생 시절엔 고생도 했지만, 난 이런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나의 아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예전 에피소드에서도 쓴 적이 있는 지 모르지만, 나의 아들은 잠에 있어서는 나와 대척점에 서있는 인류 중 한명이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매우 잠이 적었다. 예민해서 잠도 쉽게 못든다. '베귀잠'은 언감생심. 1시간을 달래면 겨우 30분을 자고 일어나는 무자비한 수면량에 나의 영혼은 황야에서 나부꼈다. (아들의 신생아 시절만 생각하면 하아......) 


사실 30분이라도 자면 다행이었다. 겨우 재워놓고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작은 달그락거림에도 잠을 깼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아이가 잘 땐 옆에서 같이 잤다. 여기서 함정은 항상 내가 더 길게 잔다는 사실. 아이를 재울 때도 내가 부르는 자장가에 내가 재워짐을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내가 불렀지만 정말 로렐라이 언덕급이었다는......)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언젠가는 아이가 혼자 스스로로 자는 날이 있겠지. 세수를 마치고, 둥근 보름달처럼 예쁜 얼굴로, 곰돌이가 그려진 귀여운 잠옷을 입고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기특한 인사를 한 뒤 자기 침대로 쏙 들어가서 쌔근쌔근 잠드는 날이.......여태 안오고 있다. 


8살 아들은 아직도 자기 전에 옆에 꼭 누군가가 있어야만 한다. 혼자 잠들기가 너무 무섭단다. 5살 동생과 함께 잠드는 것도 안된다. 성인 1명이 꼭 붙어야한다. 그리고 그 성인 1명으로 대부분 내가 뽑힌다. (경축 당첨) 


문제는 이렇게 되면 난 퇴근 뒤 거의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글을 쓴다거나 (지금 아들은 며칠전 서울로 올라오신 친정엄마랑 자고 있다) 일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본다거나 하는 결심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를 재워놓고 다시 일어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마흔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나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빠른 속도로 잠이 든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누운 뒤 '잠들면 안되는데......잠들면 안되는데.........는데......'라는 마음의 소리는 정말 마음에만 넣어두고 꿈나라행 KTX에 승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날의 낭패감이란. 아흑)    


얼마전 하루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아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날따라 아들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10분이지나고 15분이 지나도 잠드는 기미가 안보였다. 꿈나라 KTX에 자꾸 발을 올리는 나를 간신히 억류시키고 기다렸지만, 계속 뒤척였다. 그렇게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어둠 속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내 속에서 갑자기 짜증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밤도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조급함에 부글거림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러면서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너의 '수면인형' 노릇을 하면서, 그나마 나에게 남겨진 손바닥만한 개인 시간마저 너에게 희생해야하는가하는 억울한 목소리가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부글거림은 기어코 나를 타고 넘었다.   


"너 왜 이렇게 안자? 넌 엄마가 고생하는 게 좋니? 이젠 혼자서 잘 나이잖아. 이렇게 꼭 엄마를 끼고 자야해? 너때문에 엄마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리고 너 키 나중에 키 안크면 엄마 원망하지 마라. 일찍 자지 않은 네 탓이니까." 


나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고, 아이에게 돌리는 비난의 화살은 시간과 장소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그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머리로만. 입은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는 서둘러 내가 말하는 걸 거둬담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입의 속도가 머리의 속도를 앞질렀다. 결국 아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눈물을 보는 순간 문득 제 정신이 들었다. 나는 사과를 했다. 엄마도 너무 힘들어서 어쩌다보니 그런 말이 나와버렸다고. 아들은 이해한다는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했고 그날 우리는 다시 잠들기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잠이 들었다, 


그날 난 갑자기 끓어오른 내 분노에 당황했다. 깨닫지 못하는 동안 내 안에 무언가가 축적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아이를 혼자 재우기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층침대를 사주면 혼자 자겠다는 말에 넘어가 나의 신용카드가 꽤 많은 할부금을 떠안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론은 버킹검. 소용이 없었다, 때론 밤 11시가 넘어서도 잠이 안드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 그냥 속편히 수면인형의 길을 다시 택했던 터였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불러모으기 위해 이야기도 지어주면서, 아직은 조금더 내가 함께 잠자리를 같이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일도 더욱 바빠지고, 할 일이 늘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불만과 조급은 같이 쌓여갔던 것같다. 그날 밤 일을 겪고 나서야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내 안의 욕구가 생각보다 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나는 아들의 수면인형 역할을 한다. 해결책은 아직도 못찾고 있다. 예전에 아는 분은 초등학교 6학년까지 아들이 옆에서 잔다고 떼를 부렸다는 믿고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도 있다. (제발......하늘이시여)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잠보인 나를 개혁하는 방법이다. 아들이 잠든 옆에 누워서도 꿋꿋하게 꿈나라 KTX의 탑승을 거부하고 버틸 수 있어야한다. 아들이 잠드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아들이 잠들어도 깨지 않도록 닌자보다도 더 날렵하고 정적인 움직임으로 침대에서 탈출해야할 것이다. 


하..............다른 빵뻡이 없을까 빵뻡이. 고민만 깊어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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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31살에 처음 엄마 세계 입문. 지금까지도 끝이없는 힘이 딸리는 육아의 신비에 당황하며 살고있다. 인성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마음속 지킬엄마와 하이드엄마 사이에서 매일매일 방황한다.현재는 스스로를 육아무림에서 수련을 쌓고 있는 수련생으로 설정, 특유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언젠가는 고수에 등극할 날이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다. 2011년에서 2014년 여름까지 중국에서 아이를 키웠으며, 현재는 한국 서울에서 '자칭' 날쌘돌이 9살 아들, 제1 반항기에 접어든 6살 딸과 기상천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메일 : rimbaud96@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laot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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