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글을 남겨 죄송해요.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제 교육관을 돌아보느라
선뜻 글을 남기기가 어려웠답니다.
작년 10월에 시작한 베이비트리 칼럼.
벌써 일년이 지났어요.
일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베이비트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은 각별해졌답니다.
원래 매주 목요일에 한편씩 쓰기로 약속을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점점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있어요.
한번 내뱉은 말을 뒤집는 식의 글쓰기는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생각하고 지향했던 것들을 지키고있는지 썼던 글을 다시 한번 훑어보기도 하고,
제 생활을 반성하면서 글을 하나씩 써왔답니다.
그러니 갈수록 매주 글 한편 쓰기가 참 어려웠지요^^
처음엔 글의 조회수나 반응같은게 굉장히 신경쓰였어요.
지금은 그냥 초탈했고..
뭐랄까. 글쓰는 과정중에 저를 반성하는 것.
대중들앞에 나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
그 점때문에 한겨레에서 글을 쓴다는게 의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누구를 만나도 부끄러움 없는 모습으로 나갈 수 있는 글.
그런 글로 사람들과 만나는 공간.
시간이 흐르더라도 변함없는 교육과 육아에 대한 원칙.
그것들을 담은 곳이 베이비트리에요.
오늘은 제가 생활속에서 아이에게 자주 쓰는 저만의 교육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것은 아이 공부쪽에 있어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지난 칼럼에서 굳이 꼽아보자면 다음 두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①아이를 따라가는 교육 http://babytree.hani.co.kr/52971
②취학전 준비 번외편-아이의 여름방학 보내기 http://babytree.hani.co.kr/74256 |
저는 아이엄마가 아이의 선생님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몇가지 원칙을 두고 사교육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날고 기는 엄마표 학습을 아이에게 밀어대고 있지도 않아요.
제가 가장 편하면서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
바로 "생활속 통합학습"입니다.
생활속 통합학습은 아이의 일상속에서 아이의 관심을 따라가되,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연계시켜주는 방법이에요.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랍니다.
아이와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아이가 기관에서 뭘 배웠는지도 알 수 있고,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도 알 수 있고,
가족의 외부 스케줄 등으로 평범한 일상과 다른 하루를 보내기도 해요.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연계해줄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① 지난 토요일에 햇님군은 막내이모에게 공룡발굴키트를 선물받았어요.
엄마와 이모가 10월에 생일이 있는지라 생일축하겸 광화문에서 만났거든요. 이모가 사는 곳과 햇님군 사는 곳의 중간 지점이자 적당히 시간보내기 좋은 광화문.
광화문에서 밥을 먹고 서울역사박물관앞에서 하던 박물관 행사도 즐기고, 뮤지엄샵에서 선물도 받았지요.
② 다음날 오후. 남산한옥마을 중양절 축제에 가족나들이를 갔어요.
그곳에서 아빠랑 같이 공룡을 발굴했죠~
③ 이틀뒤였던 화요일 오후.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Dinosaur Roar" 오디오씨디를 듣고,
유튜브에서 책읽어주는 동영상 2개 보고, 공룡관련 영상을 봤답니다.
아이는 포켓몬 카드 놀이를 하는 중에 제가 책을 뒤져서 오디오씨디 재생시켰고,
제가 컴퓨터로 자료를 서치하다가 공룡 동영상이 나오니 같이 보게 되었어요.
보통 노부영 책들은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면, 외국인이 책을 읽어주는 동영상이 있답니다.
또 한번 검색을 하면, 같은 키워드로 다른 여러가지 동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유튜브 검색? 굳이 영어동영상일 필요도 없어요. 아이와 함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게 중요하지요.
이날 아이와 제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은 영어말은 없는, 무음의 웃긴 공룡 애니메이션이었답니다. ^^
④ 자발적 한글독서:
이렇게 이어진 아이의 경험은 아이의 자발적 독서로 연결이 되었어요.
저녁밥 먹고 나서 한글책읽어주겠다고 책 가져오라고 하니, 아이가 가져온 것은 "고고학자"에 대한 책이었어요.
이건 제가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고고학자의 발굴작업에 대해서 설명이 아주 잘 되어있었고,
덕분에 우리가 했던 공룡발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답니다.
또 지난주 토요일 이모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봤던 디오라마를 떠올리며
광화문의 현재와 과거(조선시대 육조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책에서 고고학자의 역할에 대한 설명도 아주 잘 해놨었거든요.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구요 ^^)
처음에 햇님군은 제가 그냥 질문을 던지니 기억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사진들을 다시 보여주면서 지금 광화문에 뭐가 있는지 다시한번 상기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봤던 광화문앞 육조거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봤어요.
이런 제 활동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독후놀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아이가 골라온 책을 통해 지난 일상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러한 경험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되짚을 수 있었어요.
어떤 기관에서 특정 주제를 잡아 프로젝트 수업을 하듯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아이의 생활속에서 연결하는 학습 방법이지요.
* 아이와 일상을 나눈다는건, 자연스러움 속에서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준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봐주는 엄마가 된다는건, 그런 가운데 적절한 확장과 통합의 맥을 짚어주는거죠.
아이에게 아이만의 시간을 최대한 주려면, 엄마가 정해놓은 공부스케줄이 최소한의 수준이 되어야해요.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학습 시간(학교숙제 등등)을 계산하면,
평일에 학원 다니는 것이 많이 넣어도 2개가 넘어선 안되요.
아이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독립하기 위해선 자기주도가 필수여야하는데, 그 자기주도가 될 수 없는 환경인거죠.
그냥 자기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보세요.
아이 공부를 안 봐줄 수는 없는게, 우리나라 부모일거에요.
그런 부모님들께 제 방법을 추천해드릴께요.
아이에겐 모든 것이 배움이랍니다.
아이의 관심을 흩뿌리지말고, 이어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