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번째 꿈은 경찰관이었다.

불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친구 누구는 커서 경찰관이 될거라고 그랬다며, 자기도 경찰관이 될거라 했다. 2011년 4월 8일에 들었던 아이의 첫 꿈.

 

 

아이의 두번째 꿈은 그해 6월 3일에 들었다.

엄마 아빠가 오래오래 사는 것.

햇님군의 입에서 나온 '꿈'이라는 말.

그 꿈에 나와 햇님아빠가 오래오래 사는 거라는 말이 참 고마웠다.

 

 

2011년 10월. 예술의 전당에 고흐 전시를 보러 가족 나들이에 나섰다.

사람도 많고 미술관 관람은 익숙하지 않았던 햇님아빠.

얼렁뚱땅 발도장만 찍고 나오려길래 남편에게 버럭 성질을 내며 '햇님군은 아티스트로 키울꺼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햇님군 曰 "나는 커서 건축가 될건데? "

아이의 꿈이 처음엔 경찰관이었는데, 중간에 과학자로 바뀌었다가 건축가로 옮겨갔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의 꿈은 점점 바뀌었다.

처음엔 아이의 꿈이 신기하고 예쁘고 놀라웠는데 어느순간 익숙해지고, 아무렇지 않아졌다.

 

블로그에 기록해두었던 아이의 꿈에 대한 기록이 6살. 2011년이 전부다.

아이 일곱살이었던 작년 2012년엔 아이의 꿈이 어찌 변화했는지 기록도 없고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

갑자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계기가 생겼다.

 

올해 3월 남산한옥마을에서 솟대 만들기 체험을 했었는데, 그때 아이는 자신의 꿈을 '피아니스트'라고 발표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왠 피아니스트?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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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다시 찾은 남산한옥마을.

짚으로 복조리를 만들면서 아이는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피아니스트'라고 부끄럽게 소개했다.

앗. 이건 무슨 신호일까?

DSC05322.jpg

 

 

사교육의 가짓수를 늘리지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드럼레슨을 하고 있었기때문에 피아노는 엄마표로 가르치기 시작한지 석달째였는데, 일주일에 한번 드럼레슨할때 피아노를 두들기는 것밖에 아이가 피아노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엄마표 레슨도 그리 재미있지않고, 엄하게 가르쳤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아이는 자신의 꿈을 피아니스트라고 이야기한걸까?

 

학교다니는 아이. 숙제봐주는 것도 쉽지않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학습자의 능력에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던 차였다.

엄마는 엄마고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것. 자주 듣던 말이지만 가슴에 팍 와닿지않았던 그 문구가 서서히 가슴에 와닿던 시점에 나는 아이에게 너를 기다린다는 몸짓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갑자기 이렇게 우아하지 않았고, 몇번의 유혈 전투가 있었다 ^^)

 

 

어찌보면 의미없고, 시간낭비일 수 있었던 두드림.

아이의 장난질.

짧지만 결코 짧지않은 두드림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두드림을 '사람 약올리기'라고 표현했다.

아마도 내가 악보를 그대로 연습하길 아이에게 강요했다면, 아이의 두드림은 아이의 표현대로 '사람 약올리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아이가 들려주는 소리가 즐거웠다.

 

아이에게 어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막는 사람이 되어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이 꿈이 무엇이라고 들었다고. 그것에 내가 어떤 인위를 가한다면, 나는 방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의 꿈에 관련한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를 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

그뿐이다.

 

분명 앞으로 아이의 꿈은 달라질테고, 더 많아질거다.

 

어미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미의 꿈을 아이에게 얹는 것이 아니고, 아이의 새로운 꿈에 묵묵한 지지를 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 사람 약올리기 연주 동영상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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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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