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임신한지 5개월, 둘째의 성별은 남자로 판명이 났다.

뽀뇨가 언니가 될지, 누나가 될지 궁금했는데 누나로 판명이 나니 가족들 반응이 뜨겁다.

창원의 어머니는 아내에게 “너무 기뻐서 밤잠을 설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큰 누나는 내게 “딸 아들, 200점이네. 축하한다”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남들에겐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냐’라는 쿨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내와는 “아들에겐 전셋집이라도 얻어줘야 하니 더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우스개소리도 나눴다.

성별에 특별히 구분이 없이 딸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동안 물려 입혔던 짙은색 옷이며 운동화들은 아껴서 동생에게 물려주려 따로 모아두었다.

 

내겐 아들과 딸의 차이보다는 어찌보면 첫째와 둘째의 차이가 제법 크게 다가온다.

누구나 경험이 있겠지만 한번 겪어지면 익숙해지는 법.

뽀뇨를 키우며 태명에서부터 아이 이름짓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건만

둘째 아이의 이름은 고사하고 태명짓는것부터 여유도 이런 여유가 없다.

물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태명이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끄적이다 말고 이야기 나누다 말고 한 것이 벌써 몇 번인지.

 

태교는 어떻게 했더라.

아빠가 뽀로로 노래도 불러주고 동화를 직접 짓고 그려서 읽어줄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뽀뇨를 데리고 아내 배앞에서 “뽀뇨, 동생이야. 안녕하고 인사해”정도가 태교라면 태교랄까.

그나마 5년전 서울에 있을때는 임신한 아내곁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제주에 내려오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아내곁을 지키고 있다.

 

성별도 정해졌으니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아내와 합의,

태명의 범위를 좁혀나간 것이 ‘하야오 시리즈’로 가자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들중 이렇다할 남자주인공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네. 미야자키 만화영화 속에는 딱히 떠오르는 주인공이 코난 밖에 없네요”

 

아내와 얘길 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코난의 단짝 ‘포비’였다.

 

“뽀뇨, 동생 이름 포비어때요?”

라고 물어보니

 

“포비? 나 싫어 뽀로로 할래”.

 

생각해보니 어른들의 포비와 뽀뇨의 포비가 달랐다.

어찌되었건 ‘포비’로 급하게 결정했는데 오늘 아침,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뽀뇨, 동생 이름 알아요? 이름 뭐에요?”,

 

“어, 하나야”.

 

벌써 잊은 먹은 건가 싶어

 

“뽀뇨, 동생 이름 포비아니구?”했더니

 

“아빠, 내 노래 잘 들어봐. ‘내 동생 곱쓸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헉”하는 소리와 웃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5달 동안 엄마아빠가 정하지 못한 둘째의 이름을,

뽀뇨가 하루 아침에 지어버린 것이다.

오늘부로 둘째의 태명은 ‘포비’가 아니라 ‘하나’로 하기로 아내와 전격 합의.

 

결국, 첫째와 둘째의 차이라고 한다면 둘째에 관한 일처리는

첫째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점.

둘째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대충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육아에 자신감, 혹은 경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뽀뇨아빠에서 뽀뇨하나아빠로 다시 태어나다보니

길어진 이름만큼이나 나를 채우는 것들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나가 태어나기전에 두 아이아빠로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 더 재미난 상상을 해보아야겠다.

 

<결혼 기념일, 아내가 맛있는 과메기를 사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어른들을 위한 ABC송"을 들으실 수 있어요.

아내와 결혼5주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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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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