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가 뽀뇨를 심하게 혼내는 일이 가끔 있다.

아빠는 "돼요, 안돼요"하다가 한방 얻어맞거나 혼내는 척 하지만

엄마는 뽀뇨가 펑펑 울 정도로 리얼 100% 혼을 낸다.

아내가 화를 내며 혼낼 때는 옆에 있는 나조차도 움추르게 될 정도의 포스다.

온순한 성격의 아내에게서 어떻게 저런 '사자후'가 나올까 의아할 정도인데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이름을 부를 때는 '아이유'의 삼단고음이 따로없다.

 

이런 순간이 오면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가로막는 아빠.

첫째, 아내의 다그침이 자칫 화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둘째, 아이에게 '네 편은 바로 아빠다'라는 것을 위기 시에 명확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내 앞에서는 첫째 이유가 크겠지만 내가 뽀뇨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진짜 이유는

갈수록 침대에서 밀려나는 아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엄마에게 혼나서 펑펑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는 아빠의 핏줄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 이래서 아빠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구나. 아빠의 살 길은 그럼 악역엄마에 맞선 천사아빠란 말인가'

 

오늘은 또 다른 사고가 터졌는데 삼단고음을 생략하고 바로 "뽀뇨~ 도대체 왜 그러니"라는 아내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뽀뇨의 울음이 터지길래 무슨 큰일이 났나하고 거실로 나와보니

뽀뇨가 유성매직으로 거실바닥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요즘 한참 드라마에 말랑 말랑 녹아 있는 수미씨가 문득 옆을 보니 사건이 이미 터져버린 것이고

유성매직이다 보니 지울 방법이 없다.

 

<뽀뇨가 그렸다는 뽀로로.. 아내는 이 유성매직 자국을 보고는 삼단고음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유성매직.JPG

"장판 갈아야 되는데 어떻하니, 뽀뇨"

 

하면서 아내는 걸레로 닦아보고 식용유를 부어보고 이래저래 해보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정신없이 바닥을 닦고 있는 아내 옆에서 엉엉 울고 있는 아이.

 

"아빠가 안아줄께요"

하며 뽀뇨를 안아 다독거려주니 고개를 파묻는다.

보통 같으면 가산점 받는 걸로 만족해할 아빠겠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는 아내를 보며

한편으론 미안하고 빨리 상황에 대처해야 겠다 싶어 인터넷을 두드려보니 필요한건 아세톤.

우리집엔 매니큐어도 없는지라 아내가 허둥지둥 밖을 나선다.

다소 경직되고 어수선한 이 순간을 깬 뽀뇨의 한 마디가 있었으니...

 

"엄마 다녀오세요~"

 

나중에 아내에게 아세톤 사러 나갈 때 기분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뽀뇨가 사고 쳤는데 아빠는 베이비트리 소재다 싶어 사진 찍는거 보고 웃겼다"고..

나 이러다 밉상 되는거 아닌지 몰라 ㅋㅋ

 

<밉상남편 인증. 여러분, 이거 다 베이비트리 때문인거 아시죠? ㅋㅋ>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엄마한테 혼난 후의 뽀뇨 인터뷰 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혼난 뽀뇨.JPG

 

새 소식을 하나 알려드릴려구요. ^^ 뽀뇨와 동화책읽기를 거의 매일 하는데 오늘부터 특별히 팟캐스트에 담아보았습니다.

이름하여 "아빠맘대로 동화책읽기". 저는 동화책 읽으며 주로 글자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어요 ㅋㅋ 재밌게 들어주시구요.

앞으로 제 개인 블로그와 팟캐스트에 일주일에 한번은 올릴 계획이랍니다.

 

우리, 블로그 밖에서도 만나요 (^^)/

+ 트위터 + 페이스북 + 유튜브 +핀터레스트 + 메일로 받아보기 + 팟캐스트 제주이민편 + 아빠맘대로 동화책읽기 + 내 소개 & 스토리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88179/497/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워킹맘에 완패한 아빠, 그래도 육아대디 만한 남편없다 - 토크배틀 TV프로그램 출연기 imagefile [6] 홍창욱 2012-01-31 31873
1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도 별수 없다 imagefile 홍창욱 2012-01-25 14855
1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 아이 키우며 제일 힘든거? imagefile [4] 홍창욱 2012-01-16 15162
1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엄마는 외계인? imagefile [4] 홍창욱 2012-01-09 16163
1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신년특집선물] 구멍양말 콩쥐 imagefile [4] 홍창욱 2012-01-03 14178
1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기막혔던 뽀뇨의 첫 이사 imagefile [2] 홍창욱 2011-12-26 31871
1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왜 하필 왼손잡이로 태어났을까 imagefile [7] 홍창욱 2011-12-20 16246
1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배시시 웃음의 정체 imagefile [4] 홍창욱 2011-12-12 14628
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두 얼굴 imagefile [22] 홍창욱 2011-12-05 15346
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워킹파파의 절규, 둘째는 안돼 imagefile [2] 홍창욱 2011-11-29 24391
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 베이비시터 되다 - 잘키운 이웃 아저씨, 열 아주머니 안 부럽다? imagefile [4] 홍창욱 2011-11-21 16909
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안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imagefile [8] 홍창욱 2011-11-14 27350
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쭈쭈 없는 아빠의 설움 imagefile 홍창욱 2011-11-07 36035
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육아의 적들...답이 어디에? imagefile [4] 홍창욱 2011-11-01 15798
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엄마표 돌잔치? 이제 대세는 아빠표 돌잔치다 imagefile [2] 홍창욱 2011-10-25 31332
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뽀뇨가 커서 아빠를 원망하진 않을까? imagefile 홍창욱 2011-10-18 20281
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전업육아 다이어리를 열며 imagefile [8] 홍창욱 2011-10-12 4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