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출연섭외가 들어왔다.
육아하는 아빠를 찾고 있는데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나에게까지 연결이 된 듯하다.
작가와 전화하기를 몇 번, 이메일로 설문지까지 보내왔는데
그 내용 중 일부가 육아스트레스에 관한 거였다.
"아이 키우며 뭐가 제일 힘드세요?"
라고 묻는다면 "아이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 "일을 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점" 등
비슷비슷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듯 한데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아이를 재우고 싶을 때 쉽게 재울 수 없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밝혔듯 나는 아이를 돌보며 집에서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글을 쓸 때는 주로 아이를 재운 밤 시간에,
간혹 강의가 있을 때는 아내와 시간을 조정해서 일처리를 하는데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제주 농산물 쇼핑몰 운영은 주로 낮에 컴퓨터와 전화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처음엔 육아와 재택근무 병행을 만만하게 봤다.
아이가 바로 옆에 있을 때는 바로 전화를 받지 않고 조금 텀을 두었다가 다시 걸었다.
'아이 보면서 일하는 아빠'라는 것이 프로답지 않은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 데리고 다니며 일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로다운 척'하는 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늘상 전화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PC작업.
아빠가 컴퓨터 의자에 앉기만 하면 컴퓨터로 달려드는 뽀뇨.
나름 전략을 세운 것이 아이 낮잠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인데 문제는 낮잠재우기가 그리 만만치 않는다는데 있다.
육아아빠 선배에게 물었더니 '아이를 재우기 위해서는 본인도 자야된다'는
놀라운 비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자는 척을 해보았는데 잠드는 시간만 길어질 뿐
절대 재워지지 않았다.
결국 선배 말마따나 아빠는 낮잠을 매일 30분 이상 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잠을 자는지 눈을 떠서 확인한 후 일어나는데
어찌나 몸이 피곤한지..
재워야 된다는 일념으로 결사적으로 낮잠을 청할 땐
육아도, 일도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한참을 생각하곤 한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아내가 돌아올 때면
미안함을 무릅쓰고 뽀뇨를 재워달라고 맡기는데 늘 재우기 실패.
뽀뇨 재우기를 제외하곤 세상의 모든 일을 잘하는 아내라
참말로 고맙지만 부담은 내 몫이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며 먼저 잠을 청한다.
뽀뇨가 잠이 들면 일어난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와 주부 우울증으로 다가왔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행복과 성공도
'아빠'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앉아 놀다가 잠이 든 뽀뇨. 지금까지 딱 한번 있었다 ^^ >
*아래 사진을 누르시면 뽀뇨의 땡깡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