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자주 컴퓨터앞에 앉아 있는 아빠. 

그래서 그런지 뽀뇨는 컴퓨터에 아주 관심이 많다. 

얼마전 어린이도서관에 데려갔더니 도서검색용 컴퓨터 자판을 만지고 있는 뽀뇨. 


아빠가 생각해낸 것이 고작 ‘구름빵’ 애니메이션. 

친구들만 등장하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달리 

그나마 엄마아빠가 등장하고 그림책 스타일이라 골라보았다. 

아빠의 쵸이스라고 하지만 

영상매체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뇌발달을 저해한다. 

일정시간 TV를 보모로 두어야 하는 무기력함이란.


안되겠다 싶어 주말 낮시간에 뽀뇨를 데리고 

아래층 아주머니가 알려준 장난감도서관에 갔다. 

누가 와 있을까 했는데 대여섯살 먹은 아이 둘이 엄마와 함께 놀고 있다. 

엄마가 함께 놀지 않아도 될 나이의 두 아이. 

엄마는 어디에다 메시지를 넣는지 삼십분간 휴대폰만 두드리고 있다. 

둘이 노니까 엄마가 훨씬 수월하구나 우리도 빨리 둘째가 생겨야 하는데..


곧 있으니 정장을 차려입고 화장을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뽀뇨 키만한 사내아이가 들어오자마자 ‘냉장고’, ‘전자렌지’하면서 찾는 게 아닌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꽤 고급단어를 구사하는지라 힐끔힐끔 그 아이와 엄마쪽을 훔쳐본다. 

다른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놀까 스파이 염탐하듯 훔쳐보고 있는데 

뽀뇨가 과자 달라고 매달린다. 

과자를 뽀뇨 입에 넣는지 코에 넣는지 모르게 훔쳐보다가 

그 아이가 옆에 오는 걸 틈타 용기를 내었다.


“저기, 아이 몇 살이에요?” 

이렇게 물어 보는데 내 마음속엔 

“몇 살인데 이렇게 말을 잘해요? 비결이라도 있나요?”라고 진도가 나가 있었다. 

근데 “27개월요”라고 하는게 아닌가(뽀뇨는 지금 19개월). 


순간 배시시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어버렸다. 

도대체 뭐가 기쁜 거지? 

아니 뭐가 웃긴 거지? 

머릿속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처럼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그리고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여러 명의 아빠엄마들이 장난감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보수적인 지역사회라고 하지만 요즘 아빠들은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5분도 안되어 

한 아빠는 담배 피우러 나가고 한 아빠는 아이 장난감을 가지고 자신이 놀고 있는게 아닌가?


뭔지 모를 안도감과 편안함으로 집에 왔다. 

그리고 평소엔 읽지도 않던 육아잡지를 뒤쪽부터 읽기 시작했다. 

오늘 밤 꿈에 육아시험이라도 보는 건 아닌지? 

나만 모르는 육아상식이 있는건 아닌지?  


<오늘 아빠와 엄마는 뽀뇨에게 '냉장고', '냉장고'를 열심히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5개월 뽀뇨가 귤 가지고 노는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참고로 뽀뇨는 단감광고까지 했답니다. ㅋ

장난감도서관 뽀뇨.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41265/f3c/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워킹맘에 완패한 아빠, 그래도 육아대디 만한 남편없다 - 토크배틀 TV프로그램 출연기 imagefile [6] 홍창욱 2012-01-31 31872
1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도 별수 없다 imagefile 홍창욱 2012-01-25 14854
1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 아이 키우며 제일 힘든거? imagefile [4] 홍창욱 2012-01-16 15161
1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엄마는 외계인? imagefile [4] 홍창욱 2012-01-09 16159
1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신년특집선물] 구멍양말 콩쥐 imagefile [4] 홍창욱 2012-01-03 14177
1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기막혔던 뽀뇨의 첫 이사 imagefile [2] 홍창욱 2011-12-26 31869
1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왜 하필 왼손잡이로 태어났을까 imagefile [7] 홍창욱 2011-12-20 16243
»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배시시 웃음의 정체 imagefile [4] 홍창욱 2011-12-12 14626
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두 얼굴 imagefile [22] 홍창욱 2011-12-05 15344
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워킹파파의 절규, 둘째는 안돼 imagefile [2] 홍창욱 2011-11-29 24389
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 베이비시터 되다 - 잘키운 이웃 아저씨, 열 아주머니 안 부럽다? imagefile [4] 홍창욱 2011-11-21 16908
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안 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imagefile [8] 홍창욱 2011-11-14 27346
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쭈쭈 없는 아빠의 설움 imagefile 홍창욱 2011-11-07 36032
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육아의 적들...답이 어디에? imagefile [4] 홍창욱 2011-11-01 15794
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엄마표 돌잔치? 이제 대세는 아빠표 돌잔치다 imagefile [2] 홍창욱 2011-10-25 31328
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뽀뇨가 커서 아빠를 원망하진 않을까? imagefile 홍창욱 2011-10-18 20277
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전업육아 다이어리를 열며 imagefile [8] 홍창욱 2011-10-12 4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