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안돼.
‘아이 하나’인 아빠들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나오는 소리다.
그럴 때마다 우리집 보다 안정적인 직장에, 높은 월급에 더 낳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낳을 사람, 생각도 없는데 하나 더 낳으라’는 참견을 해온지 오래인데
그 배경에는 ‘아이는 자기 먹고 살 것을 타고 난다’라는 어머니의 오래된 관념,
‘아이에게 형제만큼 좋은 선물은 없다’라는 아내의 철학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중심으로 따지고 볼 땐 아이를 더 낳아야 하는 이유도, 더 낳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내가 아이를 돌보기 전에는..
뽀뇨를 전담하고 나서 나의 스트레스는 행복만큼이나 늘었다.
벌써 두 달 전일인데 수산물 가공현장에서 뽀뇨를 옆에 두고 급하게 포장작업을 마무리 한 적이 있다.
수백여 건의 배송작업을 해야 하는데 뽀뇨는 옆에서 놀아달라고 울고
작업총괄 여사장님은 아기 보는 아빠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박스를 수 십개씩 내 테이블 위에다 쌓아두었다.
지금까지 자존심 하나로 살아 왔던지라 잠시 멈춰달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우는 뽀뇨를 차에다 두고 왔다.
한 시간을 숨 쉴 틈 없이 일하면서도 차에 갇혀 있는 아이생각에 마음이 정말 아팠는데
같이 일하는 한 아주머니가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으니 가보라고 해서 멍해진 정신으로 차문을 열었다.
카시트에 앉아 몸을 뒤튼채로 잠든 뽀뇨.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아이에 대한 죄책감, 아이 돌보기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피로감, 아이를 일하는데 데리고 온 것에 대한 괄시,
그래서 더 심한 모멸감..
이 날의 기억을 “워킹맘들이 느낀다는 그 마음, 응원해요”라며 후배 선영이가 다독거려 주기는 했지만
아직 내 속에 불편한 감정으로 살아 꿈틀대고 있다.
그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소소한 여러 감정과 땀이 뒤범벅 되다보니
‘둘째’는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내가 책임져야 할 또 하나의 몫으로 다가온다.
생후 36개월까지는 어떻게든 부모가 돌봐야 한다는 우리 부부의 다짐대로라면
뽀뇨가 어린이집 가자마자 또 다시 둘째와의 힘겨운 씨름이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둘째’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내에게 “뽀뇨 보는 것도 너무 힘든데 그냥 하나만 키우면 안될까?”라고 했다가
아내에게 처음으로 “당신은 그럼 왜 결혼했어요?”라는 야속한 말까지 들었다.
졸지에 자기자신의 어려움 때문에 가족의 행복을 깨는 이기주의자 남편으로 기억된 날.
남들은 둘째 출산을 아내가 반대하고 남편이 찬성한다는데,
우리 집은 거꾸로라는 생각에 가끔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난다.
둘째에게 이야기해 줄 재밌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 이 번에 소개할 영상은 "제 2의 장미란, 뽀뇨"입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바로 영상으로 이동됩니다. ^^
<육아를 통해 아빠는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내마음과 워킹맘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