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하나네 가족은 1000km가 넘는 설명절 대이동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늘 그렇듯 제주에서 창원, 전주를 경유하여 다시 제주로 향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영호남간 고속도로는 정치세계와는 다르게

소통이 원활하여 고향가는 길, 별 어려움 없었습니다.

 
평생 두번째로 한 파마덕분에 “머리가 예술가 스타일이다”는 잔소리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듣게 된 명절이었지만

올해 시심(詩心)을 발동하기로 한 저이기에 만족했습니다.

 

귀농하여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선 친구를 처가인 전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새해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뜬금없이 왠 목표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마흔 즈음의 아빠들이 만나면 늘상 하는 이야기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누구는 연봉이 일억이고 누구는 잘 나가는 전문직이라는 이야기를

친구들 모임에서 자주 듣게 되지만

제주도의 중산간 농촌 마을에서 일하다보니 아무도 저에게 월급이 얼마냐는 이야기를 묻지 않고

누구도 저에게 밥값을 내라고 하지 않는터라 듣는 중에 반가운 이야기였습니다.

"어, 영수야. 내 올해 목표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고 보니 부창부수라고 ‘월급 200만원 직장만 구하면 제주 내려 가겠다'던

(아내의 이 대답은 제 육아책의 몇 안 되는 아내 멘트이자

독자인 육아맘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구절로 북콘서트에서 실제 이 질문을 받은바 있습니다)

제 아내의 대답처럼 어찌나 소박한 목표인지.

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로 곧 돌잔치를 앞둔 둘째가 일어서서 걸으려는 노력을

몇 개월째 목도하고 있습니다. 엉덩방아찧기를 하루 수십번,

앞으로 넘어져 얼굴을 찧거나 미끄러져 머릴 찧을 때도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일어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진화한 것은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실패하였기 때문입니다.

 

흡사 역도선수를 떠올리게 되는 아이의 일어서서 걷기자세는 아래의 순서를 따르게 되며

이를 수 천 번 반복, 숙달하게 됩니다.

1. 두 팔과 양 다리를 바닥에 짚고 일어설 채비를 합니다.

당연히 근력이 발달해 있어야 하며 이는 수개월 동안 낮은 포복자세를 통해 단련이 됩니다.

 

2. 수평 자세에서 수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게의 중심이동이 일어나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머리와 하체를 통한 균형잡기입니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몸을 일으키는 동안 하체는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3. 수직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다시 다리힘과 허리힘을 기릅니다.

벽을 잡고 선 후 지지대에 의지한 채로 다리를 조금 씩 떼어봅니다.

 

4. 그 다음이 중요한 '지지대 없이 한발 내딛기'인데 가까스로 잡은 중심이 무너지기에

엉덩방아찧기의 최정점이 이때 완성이 되며 둘째는 지금 이 단계에서 게 걸음으로 서너발을 내딛고 있습니다.국가대표 역도선수를 능가할 정도의 연습량, 그에 따른 체력소모와 스트레스,

실패에 따르는 부상과 불안감이 있지만 아이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가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가 서너 걸음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지만 아이에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걷기가 힘들어 보행기만 타거나 일어서기가 두려워 업혀만 있었다면

아이에게 다음 단계는 없을지 모릅니다.

모두 다 어려운 시기이기에 흔들리기 쉬운 삶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목표는 명확하고 단순해야하고 자기 자신의 능력부터 재점검해야합니다.

엄마, 아빠를 향한 뜨거운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단계별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 키우는 부모는 잘 아시듯이 엉덩방아 수 천번을 찧어야 비로소 걸을 수 있습니다.

뒤집기 전에는 길 수 없고 기기 전에는 일어설 수 없으며 일어서기 전에는 걸을 수 없습니다.

 

당연한 걸음이라 생각하지만 피나는 노력에서 얻어지듯이

옆을 쳐다 보지 않고 엄마, 아빠만 바라보며

한발 짝 내딛는 아이의 태도로 올 한해를 살아가려 합니다.

첫 발걸음을 근사하게 내딛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기분 좋게 시작해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셔요!

 

<여엉차, 올해는 하나와 함께 여러분 소망을 힘껏 들어올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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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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