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황10년’을 출간한 우석훈 박사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었다.

 

부동산, 재무구조, 고용문제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육아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경제와 육아가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하고 끝까지 보게 되었는데

OECD국가 중 한국이 가사분담율 16%로 최하위라는 사실과

아빠가 채워야 할 육아의 대부분을 돌봄역할의 사교육시장이 대신한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교육 지출이 가계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육아와 교육이 개별 가정의 문제뿐 아니라 나라의 경제적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그럼 아빠들이 돈을 조금 덜 번다는 생각으로 칼퇴근하여 아이를 돌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OECD 가사분담율’을 검색했더니 ‘김치녀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깔려있다.

이야기인 즉슨 OECD 최장근로시간 국가에서 회사를 다니는 아빠가 죽기살기로 돈을 벌고 있는데

집에서 한가하게 애보면서 힘들다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

가사분담율이 최저수준이다라는 불평을 한다는 것이다.

 

‘김치녀’라며 대부분의 전업주부를 깎아내리는 표현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 중

기혼 남성직장인의 마음도 이해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분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아빠 개인의 의지나 능력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진급을 포기하고 정년을 보장받은 직장의 아빠라면 쿨하게 잔업대신 가정을 택하겠지만

그 쿨을 발휘할 직장이 대한민국에선 거의 없거니와

경쟁사회에서 아빠의 쿨함에 감사할 아내와 자식 또한 많지 않으리라.

 

그러함에 나는 서울아빠가 아니라 지방아빠가 된 것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보는 사람이다.

 

서울을 벗어나게 된 것이 내게 큰 여유를 주었다.

내가 쓴 책에서도 밝혔지만 나의 예전 직장은 걸어서 10분이면 넉넉하게 출근할 수 있었고

출근 9시, 칼퇴근 6시였다.

적은 급여와 불안정한 직장이긴 했지만 내가 좋아서 이주해 온 제주이기에

어떤 것이든 이겨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지금의 일터 또한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일주일에 4일을 출근하고 있으니

근무여건에선 괜찮은 편이다. 물론 그보다 더 한 신경을 쓸 때가 더 많지만.

 

하루 일상을 따지자면 첫째와 함께 일어나 8시 50분 어린이집 봉고차를 태우고

아침 식사한 후 출근이 가능하고 저녁에 가족과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첫째와 그림을 그리다 공놀이를 할 수도 있고

아내가 첫째 양치를 시키고 잠재우는 동안 4월이면 백일이 되는 둘째의 재롱을 볼 수 있다.

 

내가 무엇보다 일에서 만족하는 것은 기계속의 작은 부속품이 아니라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고 작은 일이지만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아빠는 어떨까?

 

다양한 서울아빠들이 있겠지만 기본 근무시간과 눈치 근무시간,

출퇴근 시간 기본 2시간을 잡으면 대부분의 아빠들은

‘한 것이 없는 하루’가 또 그렇게 흘러간다.

 

기본적으로 들어가야할 경비는 어찌나 많은지

부부 두 사람이 벌어야 생계가 유지되고 그 동안의 아이돌봄은 누군가의 몫이 되고

부부에겐 지불해야 할 비용이 된다.

급기야 ‘해고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은 회사만 바라보고

꿈을 저당 잡혀온 월급쟁이 아빠와 가족에겐 현실적인 문구로 다가오게 된다.

 

서울과 지방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비교한 것이지만

서울의 시간이 빠르고 그 시간만큼 개인에겐 여유가 없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이 확보된다면 왜 아이와 가족에게 투자하지 않겠는가?

 

지난해에 탈서울 인구가 8만 8천명이었고 순유출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서울아빠로 살 것인가, 지방아빠로 살 것인가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으나

아무나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서울아빠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려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집과 직장의 거리가 더 멀어지는 요즘, 아빠와 가족의 행복도 더 멀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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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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