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랑이’라는 아이를 잘 몰랐다. 우리 집엔 수백 종류의 장난감이 있고 그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얻었거나 재활용 장난감인데 우리가 구입했거나 선물 받은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근데 이 수백 종류의 장난감 이름을 아이들은 다 알고 구별해내고 있다. TV광고, 유투브 광고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또래 아이들과 놀며 알지 않았을까.


어제 갑자기 수많은 장난감 중에 ‘몰랑이’라는 아이를 뽀뇨, 유현이가 가지고 놀았다. 이 장난감은 야광 피규어인데 하필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었고 어제 뽀뇨가 얘를 안방으로 데려와 잠을 청했다. 유현이가 내게 “아빠, 나도 몰랑이 사줘”라고 얘길했고 나는 무심결에 “그래”라고 얘길 해버렸다. 그 후 난 손가락 반 만한 이 장난감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다음날 생전 전화를 하지 않는 아내가 낮에 전화를 걸어왔다. 받아보니 “자기야, 유현이가 아빠에게 할 말이 있대요. (전화를 바꿔주니) 아빠, 언제와? 아빠, 빨리 와”라고 얘길했다. ‘뭐지? 왜 갑자기 빨리 오라고 하지?’ 생각했는데 다시 아내가 전화를 걸어 정확히 콕 짚어주었다. “자기야, 어제 유현이에게 몰랑이 사주기로 했다면서요. 집에 올 때 편의점에 들러 몰랑이 사오세요”


‘몰랑이.. 그게 뭐더라’. 차를 몰고 오며 몰랑이가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렸으나 생각이 나지 않았고 ‘집 앞 편의점에 있겠지’하며 그냥 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니 유현이가 “아빠, 몰랑이는?”하며 부리나케 달려왔고 나는 “어, 못 사왔어”했더니 유현이는 울음을 자동 발사했다. “알았어. 곧 사러가자”.


아내는 저녁에 도서관에 갔고 나는 텃밭에서 따온 가지를 맛있게 구워먹었다. “아빠, 몰랑이는 언제 사러가?” 유현이가 또 재촉하길래 “엄마 올 때 사오라고 하자”했지만 소용없었다. 밥 먹자마자 아이들에 이끌려 바로 집 앞 편의점에 갔다. 동네엔 편의점이 3곳 있는데 제일 먼 곳부터 갔다. 유력한 곳이었는데 장난감 코너에 몰랑이는 없었다. 문구 코너가 작게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편의점에도 역시나 몰랑이는 없었다.


그때 뽀뇨가 ‘몰랑이 있는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했다. “아빠, 몰랑이 있잖아. 제주올레 앞에 있는 편의점에 있어. 내가 지난 번에 편의점 가서 봤어”라고 했다. 조그만 피규어 하나 사러 오밤중에 차를 타고 가야되나 싶었지만 약속을 꼭 지키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마음만은.


“유현아, 그냥 몰랑이 누나꺼 가지고 놀면 안 돼?” 꾀를 썼지만 유현이는 꼭 자기 것이 갖고 싶다고 했다. 며칠째 회사 설립 준비로 강행군을 한지라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아이들이 봤다는 그 제주올레 앞 편의점으로 갔다. ‘거기엔 있겠지’하고 찾아갔으나 몰랑이가 있던 그 자리엔 다른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어, 여기에 분명히 몰랑이가 있었는데”. 누나의 말을 듣더니 유현이는 울음 발사를 위해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얼른 아이스크림으로 화제를 돌렸다. 나는 편의점 판매원에게 ‘몰랑이’가 어디 갔는지 물어보았다. 판매원은 “거기 없으면 없어요”라고 짧게 대답했고 나는 도대체 ‘몰랑이’는 어떻게 사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겨우 몇 분 아이스크림으로 입을 막긴 했지만 ‘몰랑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해줘야 했기에 “인터넷으로 사줄게”라고 얘기해버렸다.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모두 몰랑이 세트만 팔았다. 거기다 유현이가 원하는 야광 민무늬 피규어가 아니었다.

 

“아빠, 그러면 택배 아저씨가 몰랑이 가져오는 거야?”, “아빠 그러면 언제 오는거야?” 유현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묻기 시작했고 나는 어떻게 해야 ‘이 놈의 몰랑이’를 구할 수 있을지 며칠째 고민하고 있다. 사실 유현이 이모가 보낸다는 초콜렛 소포가 어서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뽀뇨 몰랑이를 실종시켜야 하나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몰랑아.. 담엔 우리집에 오지 말거나 오더라도 둘이 오렴.

 

 

IMG_1872.JPG » 몰랑이와 유현이. 유현이는 몰랑이가 어질러진 장난감 속에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었다 ㅠㅠ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97066/bb7/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1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퍼즐맞추기 잔혹사 imagefile [1] 홍창욱 2015-05-15 7345
11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목마 탄 숙녀에 손목이 삐었다 imagefile [2] 홍창욱 2015-05-07 10520
11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딸과의 친구사이, 졸업은 언제? imagefile [1] 홍창욱 2015-04-13 9243
11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결혼 8년, 잠자리 기억 imagefile [2] 홍창욱 2015-04-03 19018
11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의 시, 아빠의 마음 imagefile [1] 홍창욱 2015-03-17 8233
11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빠교본, 아들이 말하는 아버지이야기 imagefile [1] 홍창욱 2015-03-02 7659
11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마흔살 아빠, 둘째의 걸음마에서 인생을 배우다 imagefile [1] 홍창욱 2015-02-23 8960
11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결혼 7년만의 집들이, 10시간 100명 imagefile [6] 홍창욱 2015-02-12 14831
10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서울 아빠, 시골 아빠 imagefile [4] 홍창욱 2015-02-10 10227
10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부모 화 아이 떼, 과속 페달 멈추기 imagefile [6] 홍창욱 2015-01-30 11364
10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어린이집 재롱잔치, 나도 이제 부모가 된건가 imagefile [2] 홍창욱 2015-01-22 9823
10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결혼 뒤에도 야동, 마늘 먹어야 되나 imagefile [1] 홍창욱 2015-01-15 31191
10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한방-각방 쓰기, 육아와 일 사이 imagefile 홍창욱 2015-01-05 13537
10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두 아이의 진짜아빠 만들기’를 열며 imagefile [1] 홍창욱 2015-01-05 7482
10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산타를 만나선 안된다 imagefile [2] 홍창욱 2014-12-18 7702
10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내 아이를 싫어하는 아이, 아빠 마음은 긴 강을 건넌다 imagefile [6] 홍창욱 2014-12-18 10145
10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이와 취침 전 동화책읽기1 - 띄엄띄엄 아빠의 책읽기 imagefile 홍창욱 2014-11-24 8427
10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석 달간의 동거가 끝이 났다 imagefile 홍창욱 2014-10-18 8297
9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열손가락 깨물기, 어떤 손가락이 더 아플까 imagefile 홍창욱 2014-09-12 7890
9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무심하게도 여름이 간다 imagefile 홍창욱 2014-08-22 7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