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창원으로 되돌아가신후 귀가 시간이 빨라졌다.

 저녁 6시가 되면 아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을 맛있게 먹고

뽀뇨와 장난을 치다가 양치와 세수 후 8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든다.

연말이고 또 겨울 초입이라 그런지 어떤 일이든 의욕이 크게 떨어져

아이와 책읽기 후에 나도 그냥 잠이 든다.

 

새벽에 잠시 깨는 것을 제외하고 며칠 전에는 12시간 수면시간을 기록.

평일에 이렇게 많이 자도 되는가 싶다.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일어나 책읽기와 원고정리를 한다는 아는 형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몇 시간동안 나름 적극적인 형태의 놀이가 있는데 바로 동화책읽기다.

동화책을 읽는 재미도 있지만 뽀뇨 몰래 동화책 내용을 건너 띈다거나 책 내용으로 장난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가 매일 저녁 머리 한가득 책을 이고 오는데

그림 이쁘고 몇 글자 없는 책이 걸리면 ‘이게 왠 횡재인가’ 싶은데

문장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동화책을 가져올 때면 ‘김수완무 거북이와 두루미~’식으로 랩독서를 하거나 건너 띄기 일쑤다.

 

원래 문장이 “뽀뇨와 하나는 어느날 밥을 먹다가 밥상에 흘린 밥알을 주워 먹고는 키가 작아져 개미만큼 작게 되었다.

둘은 집안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라면 “뽀뇨는 밥알을 먹고 개미가 되었어요”로 마감.

기분 좋으면 글자에 없는 그림해석도 해주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대화로 표현해주기도 하는데

최근엔 뽀뇨가 머리에 이고 오는 동화책 권수가 날로 늘어나는지라 띄엄띄엄 읽어주기를 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글자를 몰라서 모르고 넘어갈 일인데 얼마 전부터 제목을 콕콕 짚어서 읽어달라고 한다.

예를 들면 “뽀뇨아빠 책읽기”면 “뽀.뇨.아.빠.책.읽.기”식으로 손가락 짚어가며 글을 읽는 식이다.

제목만 그렇게 읽어서 다행이다 하며 본격적인 동화책읽기를 시작했는데

한 글자 한 음을 이제 익힌지라 대충 넘어가는 아빠식 책읽기에 제동이 걸렸다.

 

“아빠, 왜 책을 다 안 읽어줘요. 어서 읽어줘요”. 예전 같으면 “다 읽었어” 하며 잡아 뗄 텐데

‘짚으며 읽어달라’고 할까봐 다시 조금 디테일하게 읽어준다.

 얼마 전 ‘ㄱㄴㄷ’도 배우지 않고 동화책 읽다가 글을 배웠다는 아이를 만났는데

아이도 대단하지만 글 하나하나를 짚으며 읽어주었을 여자후배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와 나는 매일 10분간 동화책을 읽는다.

머리에 이고 온 만큼 책을 읽고는 “뽀뇨, 사랑해. 잘자”하고 불을 끈다.

이내 잠들기는 하지만 “아빠 잠이 안와요”라고 뒤척일 때면 ‘옛날이야기’는 보너스.

어제는 신데렐라가 돌아가신 엄아아빠를 찾기위해 제크의 콩나무를 오르다 하늘에서 거인을 만났고

 이를 피하기 위해 양탄자를 타고 놀부집에 내려 놀부가 부러뜨린 제비가 물고온 호박에서 엄마아빠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 손”을 꼭 쥐고 잠드는 딸아이,

책을 읽고 나면 책 내용으로 낮동안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생기는데

최근엔 아이가 우연히 골라온 두 책을 통해 아이 마음의 상처도 읽었다. 

띄엄띄엄 책읽기지만 아이의 마음에 가닿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가를 실감케 하였다.

 

매일 밤 10분 동화책 읽기와 잠들기 전의 대화.. 눈은 책을 향하지만 마음은 늘 아이를 보는 황금같은 시간이지 않을까.

    동화책읽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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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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