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났을때 매일 그 다리를 건너 다니던 사람 생사를 알지못해

몇 시간을 공포에 떨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무사함을 알고 안도했지만

한강다리를 건널때마다 자꾸만 강물을 바라보게 되는 버릇은 지금까지 그대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1년전까지  백화점 1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거기서 번 돈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고가 일어난 후, 혹시라도 내가 아는 이름이 나올까봐 사망자 명단을 읽을 수 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1년 후에 했었더라면 어쩌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지 모른다.

 

세월호가 침몰되기 다섯 달 전에 세 아이를 데리고 그 배에 타고 있었다.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간다고 너무나도 들떠 있던 아이들은 인천항에서 세월호를 보고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 타이타닉같애요. 엄청 커요!' 큰 아이는 흥분해서 이렇게 소리 질렀다.

'그렇긴 한데 결과가 타이타닉같아진다면 절대 안돼지.'

'당연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엔 빙하가  없으니까 절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월호에 올랐었다.

 

세월호.jpg

(2013년 10월 세월호)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세월호 내부를 몇 바퀴나 돌았다.

 

세월호 3.jpg

(세월호 객실 로비)

 

객실과 객실 사이가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숨바꼭질 하면 재미있겠다고, 식당과 오락실도 있다고, 갑판도 넓다고

8인용 객실의 2층 침대가 신기하다고, 아이들은 쉼 없이 돌아다니고 오르내렸다.

 

세월호 2.jpg

(세월호, 가족실 2층 침대)]

 

그렇게 열네시간 바닷길을 달려 제주에 다녀왔다.

갈때와 올때 이틀밤을 세월호에서 자는 일정이었다.

그때 나와 아이들에게 세월호는 너무 큰 배여서 절대로 가라앉을 일은 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와 큰 아이의 얘기처럼 세월호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일은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빨리 이루어졌다.

며칠동안 나는 세 아이들과 바다속으로 가라앉는 꿈을 꾸었다.

우리가 잠 들던 8인실에 바닷물이 차오르는 꿈을 꾸었다.

그런 꿈을 꾸다 깨어난 밤이면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 몸을 새삼스레 부둥켜 안곤 했다.

 

성수대교도, 삼풍백화점도, 세월호의 비극도 나는 약간 더 일찍 지나칠 수 있었다.

재난의 옆구리를 살짝 비켜가며 살아온 기분이다. 그러나 언제나 내 뒤를 따르는 불행의

그림자가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다음엔, 그 다음에도 과연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사고를 접할때마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세상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세월호 사고는 그나마 위태하게 딛고 서 있던 바닥을 위태하게 허물어 버렸다.

안간힘을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도, 내 아이들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회사에 보내고 나면 다시 가족이 모일때까지

가슴이 조여드는 날이었다.

더구나 사고가 난 학교가 있는 곳은 내가 사는 마을과 이웃해 있다.

비극의 그림자는 지금도 내 곁에 생생하다. 숨이 막힌다.

 

내가 사는 사회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불행일까.

사회가,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깨져버린 일상은 어디나 다 위태하다.

우린 어쩌다 이런 세상을 살게 된 것일까. 도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나의 안전은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권력을 가진 자의 뜻이 국민의 뜻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나라에서

나는 언제나 제일 약한 존재일 뿐이다.

 

 세 아이 3.jpg

 

이런 지독한 세상에서 나는 이날까지 운이 좋았고, 나는 살아남아서 다시 어른

노릇을 하고 있다. 내가 키우고 있는 세 아이들을 볼때마다 정신이 번쩍 난다.

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 아이들을

제대로 된 어른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일깨우는 것이다.

 

나의 안전만큼 모두의 안전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어른, 사회의 잘못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바로잡는 일에 나서는 어른,

내가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노력하는

그런 어른...

나는 그런 어른인가. 내가 비판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내 아이들은 그렇게 키워 왔던가.

 

슬퍼하고 분노할 수 밖에 없으면 안된다.

우린 살아남았으므로 우린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고, 그 일을 정말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탔던 그 배를 생각하며, 그 배와 함께 가라앚은 꽃같은 목숨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비극을 생각하며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정말 잘 해내야 하는 일들을 다시 새기고 있다.

 

세월호와 더불어 사라진 수많은 넋들이 부디 고통없는 곳으로 가기를

남겨진 사람들이 이 처절한 고통속에서 부디 견뎌주기를

아직도 이런 사회밖에 만들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절절한 각성과 성장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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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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