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주말.

우리 네 식구는 새해맞이를 위해 집안 대청소를 했다.

뭐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하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해야지 .. 하면서 벼르기만 하던

곳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니, 정말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청소를 다 마치고는 오랫만에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넷이서 둘러앉아 만두피에 속을 넣으면서 올 한 해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2013년 우리 가족 각자에게 줄 상을 한번 정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두 아이에게 어울릴만한 상은 거의 만장일치로 금방 정해졌는데

남편과 나는 서로가 잘한 일보다, 섭섭했던 일들을 먼저 떠올리며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다보니

적당한 상을 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식구가 넷밖에 없다는 게 참 아쉽다.

형제가 많은 집이나 대가족이었다면, 이런 가족 시상식이 참 재밌을텐데.

인기투표를 해 보거나 시상과 함께 작은 상품같은 걸 준비해도 즐겁지 않을까.

새해엔 더 노력하고 분발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넷이서 아웅다웅하며 정한, 2013년 우리가족 시상식!! 두둥~


먼저 대상 발표부터! 

대상은 ... 식구들  만장일치로 큰 딸 !!! ************


DSCN1658.JPG

어린 동생에겐 가장 즐거운 놀이친구가 되어주는 누나이자,
엄마에겐 소소한 집안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 이쁜 물건들을 고를 때, 함께 꺅- 하며
흥분해주는 쇼핑파트너, 아빠에겐 혼자가기 뭐한 곳 -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갈 때, 파스타를 먹으러 갈 때
다정한 데이트 상대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온 가족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딸은 4학년이었던 올 한 해동안 친구관계, 학교생활, 성적 모든 면에서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큰 성취를 거뒀으니 대상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 자리를 빌어 수상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

다음은 ...  아역상 수상자 ... 아들~~!!

DSCN1298.JPG

요즘 들어 요녀석의 말과 애교 덕에 우리집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런 탓에 아역상 역시 만장일치로 금방 결정되었지만, 후보에 경쟁자가 없는 바람에 저절로;;
아들.. 축하해!  올해는 하반기 너의 성장이 단연 돋보였단다. 상반기는.. 솔직히 너무 괴로웠어;;
내년엔 오줌싸개 생활 좀 청산하자!!  새해엔 좀 더 분발해줘..^^

그리고, 공로상 .. 수상자는 아빠!!
올해 들어 부쩍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너무 고생했다는.
40이 넘으면서 흰머리가 너무 늘어나, 가끔 출퇴근길 전철에서
순진한 고딩들에게 자리를 양보받기도 한다는 남편;;
공로상과 함께, 음주상(?)도 필요할 거 같은데
피곤한 하루를 너무 술에 의지하며 마무리하시는 경향이 있다는!
새해엔 제발 거실에서 티비와 전기 켜둔 채, 팬티바람으로 자는 것 자제해주시길~^^

DSCN1513.JPG



다음은 마지막으로 엄마인 나는, 과로상?!!
올 초부터 이사에 새집 정리에, 유치원 임원에, 동네 초등부 반장까지 맡아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자잘한 일들 중간중간에 내가 하고싶은 일들까지

짬짬이 하느라 올 한 해는 정말 여유가 없었다.

힘들어도 늘 잘 버텨줬던 몸만 믿고 무리를 하다가, 내 뜻대로 몸이 구체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불편하고 두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당분간 병원을 좀 더 다녀야하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건강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되었고 식구들의 배려도 좀 더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새해에는 욕심을 좀 더 덜어내고,

이루고 싶은게 있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수 있었음 좋겠다.

근데.. 일이 보이면 달려들기부터 하는 성미라 잘 지킬 수 있을지..



그 외에도 올 한 해를 빛내준 우리집의 주인공들이 많다.
무엇보다 두 해째 담아본 된장맛이 제자리를 잡은 듯 너무 맛나고 구수하다.
고생해가며 많이 담았더니, 친한 이웃과 벗들에게 퍼주고 나눌만큼이나 되서 참 뿌듯했다.
첨가물 한 방울도 섞지않고, 콩과 소금과 나와 아이들의 노동 그리고 자연의 힘만으로
1년먹을 음식이 만들어졌다 생각하니, 뭔가 신비스러운 삶의 열쇠를 하나 거머쥔 느낌이다.
내년 1월 말에 벌써 생협 친구들과 된장담그는 날까지 받아뒀는데,
내년부터는 된장담기를 주변에 좀 더 알리고 단체로 담으며, 거기서 생기는 수익금을
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기부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지진으로 집을 잃고 아직도 가설 주택에서 불편한 생활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우리끼리 모여 즐겁게 된장만드는 일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세상과 이어지는,
그런 일과 기회를 더 만들고 싶었던 차에 정말 잘된 일이다.

DSCN2051.JPG


2014년도 새 된장을 담는 것으로 시작해 많은 일들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어떤 1년을 보내게 될까.
내년이 유치원 생활 마지막 1년이 되는 아들은 아직 아기같기만 한데,
내후년에 어찌 학교를 보낼지 벌써 걱정이다.
무엇보다 새해 우리집의 큰 뉴스는, 올해 이사온 주택 지붕에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남편과 오래 고민하고 의논한 결과,
태양열만으로 우리집 스스로가 전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집에서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전기는 팔기도 하는 시스템이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여러모로 공부와 경험이 많이 될 것 같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고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혜를 나누고 싶다.
그 지혜로 아이들을 잘 지키고 키울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했으면 좋겠다.
누가 더 옳은지 지적하고 편을 나누기 이전에
아이들이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판을 벌여보았으면 좋겠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한 그런 이야기들을 새해에도 많이 써보고 싶다.
더욱 새로운 아날로그 육아기,,
2014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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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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