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엄마들이 모여 수다떠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 중의 하나가

바로 '돈' 이야기다.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며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주부들은

월수입 "0"의 상태가 되어버리는데, 남편의 수입으로 가족 모두가 쓰는 생활비와는

별도로 자기만의 용돈을 한달에 조금씩이라도 모으는 문화랄까? 뭐 그런게 일반적이다.

이런 주부들의 비상금에 대해서는, 비밀스럽고 검은(?) 이미지라기 보다

누구나 웃으면서 화제로 삼을 수 있는 이야기로 여기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인만큼, 가사노동과 육아를 도맡아하는 여성들이

금전적인 댓가를 못받는 대신, 적더라도 매달 자신만의 용돈을 챙기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매달 월급날마다 5천엔(5만원이 조금 넘는다) 정도라도 

모아서 자기만을 위해서 쓴다거나, 노후를 위해 꺼내쓰지않고 꾸준히 모아서

목돈을 만드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내가 보기에 일본인들이 돈을 관리하는 특징 중

하나는 '적은 금액의 돈을 꾸준히' 모아서 활용하는 것이고, 저렇게 해서 언제 모으나..

싶은데도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관리해가는

일본 주부들의 비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일본 주부들의 '딴주머니' 이야기!

- 생활비와는 별도의 자기만의 저금 평균액은 얼마나 될까?

 

작년 2012년 12월에 20-50대 샐러리맨 가정의 주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비상금이 있다고 답한 주부가 전체의 45.4%였고,

평균 금액은 414.6만엔 이었다고 한다.

지금 환율로 대략 45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100만엔 미만이 28.6%

100-200만엔 사이가 20.7%

200-300만엔 사이가 14.1%

500-600만엔 사이가 9.7%

1000만엔 이상(1억!!)도 9.7%나 있었다고 하며

 

이만큼 모은 방법에 대한 조사결과는

1위. 결혼 전 모아둔 저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51.1%)

2위. 결혼 후, 내가 일해서 번 돈을 조금씩 저금했다(41.3%)

3위. 생활비를 아끼고 절약해서 모았다(28%)

4위. 결혼할 때, 부모님께 받은 돈을 그대로 모아두었다(20.9%)

5위. 가족, 친척의 재산이나 유산으로 받은 돈(11.6%)

6위. 아르바이트나 홈메이드 작품을 판매한 수익 등(10.2%)

7위. 주식 등으로 얻은 수입(6.2%)   등이었다.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물론, 구체적인 액수는 잘 공개하지 않지만)

결혼 초기까지는 제법 가지고 있었는데, 결혼생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써버려 얼마 남지않았거나

거의 없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위의 조사결과 중에 아마 비상금이 없다고 답한 44.6%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다.

참, 신기한 것은 90년대 이후로 20년이 넘게 오랜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그 상황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주부들의 저금(비상금) 평균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이 조사결과보다 2년 전인 2010년의 평균 금액은 364.5만엔이었는데,

2년 사이에 50만엔(약 550만원)이나 늘어났다는 사실.

왜 그럴까?

그만큼 기혼 여성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자식에게 노후를 기댈 수 없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어려워져만 가는 경제, 나름의 사회경제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남편에 비해

소속감이 없는 주부들은 얼마되지 않더라도 자기자신만의 비상금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것에

그나마 안심과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닐까 싶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그런 주부들의 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인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여성의 노년이 무척 길기 때문 ..

우리 시댁에도 시할머님이 아직 계신데, 올해로 97세!!! 이시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스스로 화장실을 다니실만큼 건강하시지만,

얼마전, 일본 신문에는

"노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아기용 기저귀 판매량을 드디어 넘어섰다!"

라는 기사가 나서 화제였다. 누구나 기저귀를 차는 나이까지 살고싶지는 않다고 하지만

기저귀를 찬 채 오랜 세월을 보내는 노인들은 지금 일본에 너무너무 많다.

그런 부모를 돌보느라 직장도 그만두고 고립되는 50,60대의 가정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드러나게 된 것도 벌써 10여 년 전이다.

 

평균 수명을 넘기고도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는, 오랜 노년의 삶을

유지해갈 수 밖에 없다는 걸 부모, 조부모 세대를 통해 충분히 보아온 일본 주부들은

자신이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곳은 자식도 남편도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란 걸,

이미 무서울 만큼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엄마들이 자식에만 올인하지 않는 이유와 비상금 액수가 해마다 늘어가는 건,

바로 이런 현실적인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의 비상금 사정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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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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