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c900f7d1cd0ccac86538c749ac0f8f. » 아침에 일어나 눈뜨자 마자 쉬를 보고 있는 아란이. 잠을 깨워 그런지 표정이 울상이다.

얼마 전 김은형 선배의 15개월 된 아들이 ‘쉬야 신동’임이 밝혀졌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29개월 난 딸내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기저귀를 뗄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여지껏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5월생인 큰 아이가 두돌 즈음에 깔끔하게 기저귀 생활을 청산했던 걸 감안하면 느려도 한참 느리다. 보통 대소변 가리기는 18~24개월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젖고 축축해진 기저귀에 적응 중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기저귀에 볼일을 보고 나면 “쉬 했어.” “응아 했어.”라며, 기저귀를 빨리 갈아달라고 졸라대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어느순간 쑤~욱 들어가버렸다. 쉬를 하거나, 변을 봐도 내색을 하지 않아 애를 먹이기 일쑤다.



한참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한테서 이상 야릇한 냄새가 나면 내가 묻는다. 



“너 똥 쌌지?”



“아냐.”



“냄새 나는데?”



“아냐. 아냐. 아냐!” 하면서 나를 때린다.



억지로 도망가는 아이를 잡아 기저귀를 보면, 역시가 이미 ‘응아’를 해놓은 상태다. 창피해서인지 변을 본 사실 자체를 숨기려 했다. 어린이집 4살반 친구들 중에서 기저귀를 떼지 않은 아이가 누구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아란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기저귀를 제 몸과 분리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억지로 기저귀를 떼려고 시도를 안했던 내 탓도 있다. 기저귀야 언제든 누구나 다 떼게 되어 있고, 못 떼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일찍 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주변에서 “**는 20개월인데 기저귀를 뗐네” “아란이는 왜 아직도 못떼?” 등의 말을 들을 땐 조급함이 앞서기도 했고, ‘아란이가 덜 똑똑해서 그런가?’ ‘내가 육아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도 들긴 했다. 



여튼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란이 때문에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선생님을 생각해서도 그렇고, 날씨가 따듯해지는 지금부터 여름까지 기저귀를 뗄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마트로 직행했다. 마음에 드는 팬티를 사주면 기저귀를 향한 애착이 한결 줄어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아란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키티’ 얼굴이 엉덩이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제품이 진열대 위에 놓여 있었다. 10개를 구입했다. ‘이거면 가능하겠지? 흐흐...’








9c62f165dce9fa7656d9880dab17b0f8. » 곰인형이 차지하게 된 아란이의 기저귀.



사오자마자, 아란이에게 보여주었다. 너무 좋아라~ 했다.



“아란아. 키티팬티야. 너무 예쁘지? 입고 싶니?”



“어. 아란이 키티팬티 입을래.”



“키티팬티 입으려면, 기저귀 차지 않아야 하는데. 기저귀 대신 입는 거야. 그리고 ‘쉬’랑 ‘응아’ 화장실에서 해야 하는데... 언니랑 꿈터반 친구들처럼.”



처음부터 팬티 입히기에 성골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그런데, 순순히 ‘팬티를 입겠다’고 선언한다. 그게 지난주 월요일이었다. 불안해서 처음에는 팬티를 입힌 뒤 다시 기저귀를 채우려고 했는데, “아냐~ 아냐~ 이거 아냐~” 하면서 절대 입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데다, 친구들과 달리 혼자서 기저귀를 차고 있던 게 영 내키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지난 월요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갑자기 아란이가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고 한다. 배변훈련을 이참에 시켰으면 한다”고 부탁을 드렸다. 팬티와 여벌옷도 넉넉히 넣었다. 더불어 “귀찮더라도, 수시로 화장실에 갈래? 쉬 마렵니? 응아 마렵니?” 등의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흔쾌이 “이번에는 떼야죠. 잘 되었네요.”라며 기뻐해 주셨다.



지난 월요일 첫날(16)은 역시나 아란이의 의욕만 너무 앞섰다. 하루 종일 화장실에 미처 가기도 전에 팬티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화요일, 수요일을 거치면서 쉬를 보기 전 “쉬 마려워”라고 말하는 것을 몸에 익히기 시작했고, 실수횟수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 목, 금요일에는 쉬야를 볼 때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낮잠을 자거나 밤에 수면을 취할 때도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는데 이불에 지도를 그리지도 않았다. 물론, 잠에서 깨자마자 곧바로 변기에 앉혔다. ㅋㅋ



문제는 대변. 대변 가리기는 아무래도 힘든가 보다. 지난주 내내 팬티에 계속 실수를 했다. 말도 안하고, 어쩌다 보면 냄새가 나거나 팬티 가운데에 묵직한 것이 매달려 있곤 했다. 



“아란아. 응아가 마려울 때 먼저 얘기 해야해. 팬티에다 하면 안되고...” “응!” 대답은 자신만만했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그리고 이번주 화요일까지 보내면서 다행히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 일에 적응해가고 있다. 어제는 저녁에 실수 없이(?) 큰일을 변기에서 끝냈다. 오우~ 기특한 것. 이번주만 넘기면 대충 기저귀 떼기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미리 사놓은 기저귀 5팩은 다 어쩌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기저귀를 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아기용 변기를 사용하지 않고 기저귀를 뗐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욕실 변기에 유아용 변기를 올려 놓고 일(?)을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어린이 변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기저귀를 뗄 때 사용한 적이 없다. 대신 변기에 발판을 놓았다. 둘째 아이가 발판을 딛고 변기에 앉기도 하는데, 지금은 나나 아이 아빠가 가급적 둘째를 변기에 앉혀주고 있다.)








5fbd9d5292925c5eb793cf65b031d54d. » 기저귀를 떼기 위해 큰맘 먹고 구입한 키티 팬티



무엇보다 아란이가 기저귀를 떼지 못해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이나 죄책감,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안심이다. 사실 주변 엄마들의 “아직 기저귀 안뗐어요? 몇 개월인데... 우리 애는 20개월에 뗐는데...” 등의 말을 들으며, 시선을 받을 때마다 ‘너무 늦게 떼게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나?’ 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여튼, 셋째 아이를 낳기 전(실은 기저귀값 부담도 있고, 해서.. 셋째 태어나기 전 둘째 아이의 기저귀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다!) 홀가분하게 무언가 해놓은 것 같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 아이들은 제 몫을 갖고 태어난다는데, 셋째 아이 덕인가? 그러고 보니, 요즘 아란이는 태어나면서 주욱~ 엄마 품에서 잠을 잤는데, 얼마 전부터 언니와 한 침대에서 자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한다. 셋째 출산하면 모유수유를 해야 하는데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그마저도 이제보니 기우였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다 ‘엄마의 과한 욕심’, ‘주변 아이들과의 쓸데없는 비교나 경쟁의식’, ‘내 자식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것만 버리면 되는데...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우리 아이 기저귀 떼기



대소변 가리기는 만 18개월부터 24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찍 가리게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늦게까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소변 가리기 시기를 두고, 조급해하는 엄마들이 있는데, 아이의 운동신경이나 지능지수와 상관이 없으므로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소변을 빨리 가리게 하려고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주거나 혼내면 나중에 변비나 야뇨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아이가 원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 대소변 가릴 시기 구분법



1. 아이가 기저귀 차는 것을 꺼려(불편해) 하는가. 혹은 팬티나 바지 입는 것을 선호하는가.
2. ‘쉬’ ‘응아’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가. 또는 어른들의 용변보는 행위를 따라하고 싶어 하는가.






* 대소변 가릴 때 주의할 점



기저귀 떼기 훈련 중이라는 임을 명확하게 아이한테 설명해준다. 또한 대소변을 가려야 할 위치나 공간, 변기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아이 변기를 따로 준비하고, 어른들이 시범을 보여주면 좋다. 억지로 변기에 앉히거나 야단을 쳐서는 안된다. 잘하면 칭찬해주고, 잘못하더라도 혼을 내거나 벌을 주는 일은 금물! 대소변 가리기를 시도했으나, 아이가 힘들어 하거나 적응을 잘 하지 못할 때는 과감하게 포기한다.



외출을 할 때 여벌옷을 충분히 챙기고, 장거리 여행은 가급적 피한다.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기저귀를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팬티나 면바지 등을 사주면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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