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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아들이 지난 12월 18일, 지원했던 대안 중학교로부터

합격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른 학교들은 모두 입학 전형이 끝나버린 터라 조금은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었다. 합격 문자를  받는 순간 아... 하며 긴 숨을

내 쉬었다. 이렇게 아들의 초등 6년이 드디어 마무리가 되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제도권 학교를 딱 2년 다니고 대안학교로 옮겼던 아들은 4년의 배움을

마치고 2학기 내내 진학할 새 학교를 찾는 과정을 밟아 왔다.

기숙학교는 갈 생각이 없었으므로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대안 중학교를

찾아 세 군데를 부모와 함께 탐방했고, 두 곳에서 면접을 보았으며

마지막으로 결정한 학교에서 합격 통보를 받기까지 꽤 많은 과정들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만났고, 입학 통보를

받게 되었으니 큰 걱정을 덜었다. 이제 아들은 곧 맞을 방학전에

졸업 작품을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졸업작품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나의 인생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생활을 정리해서 적고 사진을

곁들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아들은 여러날 걸려 6년의 이야기를 정리했고, 나는 지난 블로그를

다 뒤져가며 아들의 6년이 담긴 사진 몇장들을 골라 주었다.

 

1학년때 아들은... 아.. 정말 작고 귀여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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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때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매일 흙 속에서 놀던 날의

아들 표정은 새싹처럼 푸릇했다.

 

필규 31.jpg

 

힘든 마음 고생을 거쳐가며 대안학교로 옯겼던 3학년때 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들과 겪었던 아픈 시간들이 떠올라 코끝이 짠 해진다.

 

필규의 4학년.jpg

 

열살에서 열한 살 사이, 아들은 성큼 자랐다.

어색했던 대안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서 즐길 줄 알게 된 아들의

표정에서 장난기 가득한 명랑함이 느껴진다.

 

필규 33.jpg

 

그리고 열 두살...

조금 더 남자다와지고, 눈에 띄게 매일 달라지던 나이다.

아.. 이렇게 6년의 사진을 순서대로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법같다.

어린 아들이 이렇게나 자라났구나.

한 해 한 해, 놀랄만큼 쑥쑥 잘 커 왔구나.

 

필규 32.jpg

 

그리고 열 세살...

이제 아들은 나 보다 더 크고 단단한 뼈를 가진 청소년이 되었다.

목소리가 굵어지고,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릴때 빙긋 웃으며 긴 팔로 수월하게 도와주고

내가 야단쳐도 나를 내려다보며 노려보게 되었고, 그렇게 엄마곁에서 자려고

몸부림치던 녀석이 슬그머니 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자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핸드폰이 생긴다는 사실이 제일 기쁘고

여전히 레고에 빠져 있고, 재미있는 책이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읽어 버리고

맛있는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고, 뒤늦게 빠져든 야구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남자가 된 것이다.

 

내 첫 아이, 그 작고 보드랍던 아기가 이렇게나 커 버렸다.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진다.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아이, 처음 젖을 물려보고, 품에 안아 보았던

아이.. 속절없이 나를 빠져들게 한 첫사랑.. 아... 그리고

내가 죽는 날까지 나에겐 첫사랑일 아이가 이제 근사한 소년이 되어

내 앞에 서 있다.

 

말대꾸도, 잔소리도 엄마 못지 않은 아들이지만

여전히 엄마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고, 볼에 입 맞춰주기를 원하는

사랑스런 아들이기도 하다.

이 아이와 보낸 6년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나는 잠시

추억의 바다속에 풍덩 빠져 있었다.

말할 수 없이 진하게 보냈던 시간들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방학을 맞이하는 아들은 변함없이 산타의 선물을

기대하며 들떠 있다.

새해가 되자마자 4주간의 제법 꽉 짜인 중학교 계절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새로운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다.

짧은 휴식을 신나게 놀고 새로운 생활에 온 몸으로 뛰어들 것이다.

 

아들과 보낸 6년, 그리고 새롭게 시작될 앞으로의 6년은 또 얼마나 많은

변화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줄 것인가.

설레며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잘 컸구나.. 아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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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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