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 없이 아이들과 12일을 함께 보낼 일이 있었는데

첫째는 놀아달라고 매달리고 둘째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가 떼를 쓰고 울어 참 힘들었다.

휴일이면 밖에 놀러 가는게 일이었는데 지난주 바다 나들이 가서 아이 둘 다 감기가 걸리다 보니

꼼짝없이 셋이 집에 갇히게 된 것이다.


첫째를 나름 업어가며 키운 나인데도 아이 둘을 몇 시간 보고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평소에 함께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잠까지 재우는 아빠가 왜 몇 시간 집중해서 돌보는 것이 어렵나 했더니..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방해하는 어떤 것이 있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것이 손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중독이라는 두 글자.

과연 치유가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잠을 재우는게 뭐람,

정신은 딴 곳에 있는데.

어찌 보면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떠들던 삶이 라는 것이 빛 좋은 게살구였던 것이다.

 

소중한 순간을 위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오래전 어느 통신 광고에선가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폰의 화면은 커졌지만 폰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아 눈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으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것이 시력이라고 하는데

어두운 불빛에서 환한 화면을 보고 있을 때면 눈이 극도로 피로해진다.


예전에도 집에서 폰을 자주 볼 때가 있었는데 몇 년전에는 트위터 때문에 그랬고

요즘은 페이스북, 밴드, 카톡 등 다양한 사회적 연결망으로 인해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잠들기 전에도 확인하고, 자다가 화장실 가는 중에 확인하며,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폰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다.

내 눈이 나빠지는 것은 그러려니 하는데

요즘은 둘째가 나처럼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반성하게 된다

 

폰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멀리하는 방법이 좋겠다 싶어 충전을 거실에서 하게 되었다.

자다가 일어나서 확인하는 일이 없고 아이를 재우느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볼 일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밤중 진동이나 알림음에 잠을 설칠 일이 없다.


두 번째는 폰 화면에서 사회적 연결망 앱을 가장 멀리 숨겨두었다.

여러 앱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서 일부러 귀찮게 확인하는 방법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이용빈도가 조금 줄었다.

얼마 전 퇴근 후 업무 카톡이 직장인들을 힘들게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고

내 동료 또한 비슷한 얘길해서 카톡의 현 상태를 저녁 6시 이후에는 문자주세요라고 표시하고

퇴근 후 확인을 안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침 알람에서부터 출근길 팟캐스트 듣기, 메일 확인, 카톡 메시지 전달 및 확인, 전화통화, 계산, 하루 업무리스트 작성 및 체크, 시간 확인, 기타반주용 악보 확인, 아이들과 음악 듣기, 영어 공부, 조깅.. 까지 하루종일 업무든 사적인 행동이든 휴대폰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기기이기에 더욱 매달리게 되다보니 이를 멀리하는게 참 어려운 일일 듯하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하면 몸을 망치고 사람을 의존하게 하여 자유의지를 침해하며

무엇보다도 아날로그, 얼굴을 맞대고 살을 부대끼는 관계에 소홀하게 한다.


중독되지 않고 적절히 이용하려면 개인의 강한 의지와 함께 가족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아내와도 가끔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부모의 관심이 아이들의 중독방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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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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