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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푸르른 날들이다.

푸르름 사이에 분홍, 노랑, 하양, 보라 꽃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다.

보기에도 좋은데 먹을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

, 냉이, 고사리, 달래를 캐서 국을 끓이고 나물을 만들어서 먹고 있다.

바다는 최근에 만난 친구로부터 유채꽃과 토끼풀 먹는 것을 배워서

싱싱한 유채꽃과 토끼풀을 골라 먹고 다니고.

 

식탁 위 작은 꽃병에는 들꽃이 꽂아져있고

토끼풀과 자운영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놀고

민들레 씨 불기를 하는 것이 매일의 놀이이고

집 앞 오름의 등선을 보면서 미세먼지의 농도를 예상한다.

어느새 자연이 우리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꽃들이 새롭게 피어나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작은 벌레들을 발견하며 놀라고

큰 바위 가운데 고인 물에 꽃을 띄우고

해질녘 나무가 벽과 땅에 만드는 그림자를 가지고 논다.

 

언제 우리가 도시에 살았었나 싶다.

 

편의 시설도 없고 버스 정류장도 멀고 가족과 친구는 물론

매일 볼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자연이 주는 완전함과 풍요로움은 모든 것에 앞선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힘이 생기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아이들 보고 집안일 하고 내 공부까지 하다보면 쉽게 지치는데

그래도 꼭 시간을 내서 하루에 몇 시간은 자연에 나가 있는다.

바람과 햇빛과 색깔들을 만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없던 힘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몸과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내일 서울에 가서 한 달을 친정에서 머물 계획인데

이 자연 없이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공부 때문에 가는 거라 공부에 전념해야지 하는데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친정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있으니

자연 대신 그 힘으로 지내다 와야겠다.

 

매일 새로운 꽃이 피고 지는 이 곳.

오늘은 또 어떤 꽃이 봉오리를 틔웠을지 나가봐야겠다.

 

바다 하늘아, 산책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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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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