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1학년이 된 둘째가 산수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덧셈은 기쁘고 뺄셈은 슬픈 거 같아요."
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더하기는 점점 많아지고 빼기는 자꾸 없어지니까."
학교에 들어가서야 제대로 된 산수를 처음으로 배운 둘째 아이는
덧셈과 뺄셈의 결과를 기쁨과 슬픔이란 감정으로 연결해서 느낀 모양이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 몇 개 + 몇 개 .. 몇 개 - 몇 개 ..
이런 식으로 연상해서 계산을 하던 습관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흘리는 아이의 이런 한마디에 어른인 내가 멈칫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덧셈과 뺄셈이 기쁨과 슬픔 같다는 아이의 이 한마디도
이번 여름 내내, 나의 내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더해서 많아지는 것은 정말 기쁜 것이고,
빼기로 없어지는 것은 정말 슬픈 것이기만 할까..
아이들은 어떤 대상이나 경험에 대해
직감적으로 느낀 것을 눈치보거나 망설이지 않고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가끔은 그 표현들이 너무 신선하고 본질적인 것에 닿아 있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초등 저학년 시기는 그런 시절의 완성기이자 절정기가 아닐까.
학교에 입학하면서 환경과 인간관계의 범위가 좀 더 넓어진 둘째가
지난 1학기 동안, 무심코 지나치듯 한 말들 중에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들이 참 많다.
숙제를 하다가 갑자기,
"엄마, 연필이랑 지우개 중에 누가 더 힘이 셀까?"
... ...
연필과 지우개는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물건들인데,
큰아이인 딸을 키우면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어서,
둘째의 그런 질문이 엄마인 나에게는 약간 당황스러우면서도 무척 신선했다.
(아들을 먼저 키운 엄마들은 반대로 딸들의 언어에 뒤늦게 눈뜨는듯^^)
학용품에 대해서도 힘과 비교의 관점으로 먼저 인식하는 둘째의 질문은,
학용품에도 '화성 아들 금성 딸' 이론이 성립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어느날은 옥수수를 삶아먹으려고 아이들과 껍질을 벗기고 있는데
둘째는 또 이런다.
"옥수수는 도대체 몇 겹이나 입은거야? 여름인데 왜 이래?"
... ...
진짜 그러네.. 대충 세어도 옥수수 껍질은 대여섯겹은 보통으로 싸여있으니.
너무 맛있으니까, 곤충이나 새들로부터 자기몸을 보호하려고 그런걸까..?
옥수수 몇 개에서 나온 수북히 쌓인 껍질을 보고는
'자기가 다 이렇게 많이 입은거냐'고 또 묻는다.
아니.. 글쎄.. 옥수수 본인(?)이 그랬다고 해야하나..
자연이 그랬다고 해야하나..?!
암튼, 올여름은 옥수수 먹을 때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졌다.
블루베리와 연관된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다.
텃밭에서 얻어온 블루베리를 식구들끼리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빠랑 누나가 블루베리가 눈에 좋다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딸에게 너가 젤 많이 먹어야 한다며 엄마아빠가 말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둘째는,
"블루베리는 눈이랑 닮아서 눈에 좋은 거구나~"
응??
아.. 그러고 보니, 블루베리가 까만 눈동자랑 닮았네!
그다지 특별한 발견이랄수도 없는데,
블루베리랑 눈동자를 연관시켜 생각해본 건 아들 덕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아이가 똑같은 1학년을 보내도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엄마인 나에게는 여전히 신기하고 새롭다.
덧셈과 뺄셈,
연필과 지우개,
옥수수와 옷,
블루베리와 눈동자.
이 뒤를 잇는 둘째의 새로운 어록은 또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