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파랑 투성이던 여름을 접고,
달력 속의 가을을 펼치니
이렇게 이쁜 그림이 쨘!
아침저녁 서늘해진 공기와 바람,
해지기가 무섭게 온 동네를 울리는 뀌뚜라미 소리,
차가운 음식보다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 다시 가을님이 오셨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들고 오는 만들기 작품(?)에도 가을색이 완연하다.
유치원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가엔 매미들이 배를 드러낸 채,
마른 몸으로 여기저기 누워있다.
5살이었던 작년 가을만 해도, 매미의 죽음을 신비로워하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왜 안 울지?" "이제 어디로 가는거야?"
그러던 아이가, 올해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내년에 또 올 거야." 그러면서.
도시락을 싸들고 놀러간 숲.
한여름을 멋지게 살다간 곤충들도
이젠 자연으로 하나둘 돌아간다.
"얘들아 안녕! 내년에 다시 만나."
여름 한철, 늘 함께였던 곤충들과 하나둘 작별을 고하고 있지만
6살, 그들에겐 아직, 개미 친구들이 있다.^^
잠깐 머물다 눈깜짝할 사이 떠나버릴 가을이 아쉬워
시간만 나면 동네 나무들 곁으로, 공원으로, 주말에는 숲으로
아이 손을 잡고 나간다.
"만약,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동안 딱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무얼 할건가?"
라는 질문이 있다면, 나는 숲으로 가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걷고 숨쉬고 바람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방향을 찾는 일,
그 자체가 바로 과학공부라고.
일본 그림책 세계의 전설과도 같은 두 작가,
하야시 아키코와 고미 타로가 한 말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사과밭에도 또 가야지.
한 그루에 수 백개나 되는 사과들을 키워내는 나무가 어찌나 존경스러운지.
나는 겨우 두 아이 키우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이만큼 튼실한 열매를 맺도록 한 해동안 고생하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즐거워하며 사과를 따는 일도 왠지 조심스러워진다.
감사한 마음으로 11월을 기다리며.
아직 남은 여름의 기운과 조금씩 깊어갈 가을을 만끽해야지.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나나.
지난 겨울 폭설이 내렸을 때인데 이 모습을 보니
지금 이 계절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때인지, 새삼스럽게 놀랍다.
집에서 움츠리고 지낼 시간이 많을 겨울이 오기 전에
아이들 마음 속에 감성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도록
얘들아, 나가자.
또 다시 숲 속으로, 가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