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아오며 펼쳐지는 자연의 세계는
정말이지 싱싱하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아름답다.
내 방에서 이 신성한 아침을 맞이할 때면
내 몸은 집 안에 있지만 내 영혼은 자연과 섞여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저 안에서 우리가 놀지.
별 거 없이 꺄르르 웃으며 편안하게 놀지.
음... 좋다.
자연이 우리 곁에 이렇게 크게,
싱싱하고 아름답게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
2016. 4.29
+
오늘 저희 가족은 서울에 며칠 지내러 왔어요.
그래서 오늘따라 제주의 새벽 자연이 더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덕분에 그림으로 담고 싶은 열망이 생겨서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색연필 색깔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웠던 주변이 점점 밝아오면서
나무와 풀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새소리가 더 많이 들려오고
오름 바로 뒤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딱 그때쯤 아이들이 제 방 문을 열고 엄마! 하고 나타났고요.
제가 늦게 일어나거나 아이들이 너무 일찍 일어나서 이 시간을 혼자 못 보낼 때도 있는데
오늘은 오롯이 혼자 새벽을 만나서 더군다나 그림을 그리며 더 많이 바라보아서 좋았어요.
제주도에 이사 오기 전에 친정 가까이에 살까 싶어 집을 보러 다녔던 아파트 동네를
오늘 지나오면서 든 생각은, 제주도를 선택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많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눈에 보이는 것이 상점의 새로운 물건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 차, 많은 사람들인 곳.
눈에 보이는 것이 산, 나무, 풀, 새, 돌, 바다, 그리고 몇 몇 사람들인 우리가 사는 곳.
마음의 바탕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좀 더 자연, 생명과의 일체감을 느끼고 편안하고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그것을 하게 되고. 점점 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큰 애씀 없이.
오늘도 오래간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제가 제주도에 사는 것이 부럽다고 하길래
1년에 한 달씩 두 세 번 만 제주도에 머물러도 좋을 거라고 했어요. 시간이 될 때 와서
대자연과 튜닝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도시에서 보는 부분적인 자연과 많이 달라요. 자연이 전체예요. 거기에 사람들이 집을 지어서 살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거침없이 휘몰아치고 아름다운 절경들도 가차 없이 심장을 파고드는 곳이에요.
오세요, 심장이 두근거리신다면.
날씨 좋은 5월엔 좀 더 밖에 많이 머물려고요.
하지만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죠. 행복하시길 바래요 진심으로.
또 소식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