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내 손 만큼 커질거라니!
바다야, 요즘 너와 나는 매일 옥상에 올라가 그림을 그린단다.
오늘은 손에 물감을 묻혀 손도장을 찍었어.
처음 손바닥에 물감을 묻히는 너는 엄마 먼저 하라며 머뭇거렸는데
내가 하는 걸 보고 곧 “나도!”하며 신나게 물감을 칠하고 도장을 찍었지.
저번에 발 도장 찍을 때는 싫다고 울었던 거 아니?
하늘이 먼저 하면 너도 하겠다더니 하늘이가 하고 나서도 안 한다길래 기다렸다가
네가 변기에 앉아 쉬하는 사이 물감을 가져가 조금씩 발랐지.
처음엔 기겁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걸 알고는 재미있어하던 너.
오늘은 손에 물감 묻히는 것이 좋아졌구나! 축하해!
엄마도 손으로 그림 그리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나중에 우리, 손으로 대문짝만한 그림도 같이 그리자.
2년 조금 넘게 산 바다의 손이 이렇게 커졌어.
네 살,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 열 세 살...
바다의 손은 조금씩 더 커지겠지?
오늘 찍은 네 손 위에 더 커진 네 손을 포개볼 때 마다
우리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자.
너의 성장을 축복하고 즐기자.
그리고 네 손이 내 손 만큼 커졌을 언젠가 그 날에
서로를 놀란 듯이 바라보며
“와우~! 엄마!”
“와우~! 바다야!”
하고 친한 친구의 느낌으로 씩 웃으며 와락 껴안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멋질까 우리 바다.
얼마나 멋질까 나이든 나.
엄마는 네 덕분에 가슴 설레는 미래를 선물 받았단다.
고마워 언제나.
많이 많이 사랑해.
2015. 5. 1
+
세 살된 바다는 저의 단짝 친구가 되었어요.
집에서 같이 놀고 먹고 자고 하늘이 보고.
바다가 없으면 재미가 없어서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랍니다.
말도 잘 하고 잘 알아 들어서 의사소통도 거의 다 되거든요.
딸은 엄마와 친구가 된다는 말을 이렇게 빨리 경험하게 될 줄이야!
힘든 육아에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큰 딸입니다.
울고 떼 쓰고 소리 지르고 하늘이를 때릴 때 빼고요.ㅋ
지금도 이렇게 소울이 통하는 느낌인데 바다 손이 저의 손 만큼 커졌을 때는 어떨지...
아으, 덩치도 키도 나만한 녀석이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고, 흐뭇하고, 좀 더 진지해지면 눈물도 살짝 나올 것 같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네요. 이렇게 기대되는 거구요.
전반전이라 그런가요? ㅋㅋㅋ
하늘이를 낳고 더 그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낮잠에 들면서 할머니들이 자식 낳고 키울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씀 하셨던 게 생각났는데
정말 그렇구나 싶어서 신기했습니다.
힘들기도 무지 힘들지만, 좋네요. 지금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