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바다야,
하늘 같은 하늘아,
어제는 하늘이가, 오늘은 바다가
엄마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온 날이구나.
우리를 선택해서 와준 너희를 다시 한 번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들쑥날쑥하고 미숙한 엄마와 함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본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멋진 아이들로 커주어서 고마워.
이틀 전에 엄마가 휴지를 갖다 달라고 바다한테 계속 말했는데 갖다 주지 않아서
아빠한테 혼났던 것 기억나니? 혼나고 나서 바다가
“갖다 주기 싫었어!” 라고 말하면서 울었을 때 엄마는 사실 기뻤단다.
그리고 엄마가 갖다 주기 싫을 수 있다고 말하자 바다가
“마음이 두 개였어. 갖다 주고 싶은 마음이랑 갖다 주기 싫은 마음.”
이라고 말했을 때 엄마는 깜짝 놀라고 말았지.
그렇게 자기의 마음을 잘 알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특별한 능력이거든.
다섯 살 바다가 그렇게 자기의 마음을 잘 볼 수 있어서 엄마는 정말 기쁘고 고마워.
역시 멋지다, 바다!
하늘이는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 꿈에 호랑이로 나왔었다고 얘기했나?
아빠, 엄마와 가족들이 어떤 아기가 태어날까 무척 궁금해했지.
엄마는 지금 하늘이 모습에서 듬직하고 늠름한 호랑이를 봐.
언니가 울면 바로 가서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아빠, 엄마가 힘들어할 때도 작은 두 팔과 가슴으로 품어주잖아.
하늘이의 위로와 사랑이 엄마 것 보다 크다고 느낄 때도 많단다.
늘 가족들을 바라보고 도와주고 왜 그러냐고 물어봐주는 하늘이가 참 대견해.
고맙다, 하늘!
오늘,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다와 하늘이 아래위로 나란히 붙어있는 풍경을 그리면서
바다라는 큰 우주의 힘에 몸을 맡긴 한 존재도 같이 그리게 되었어.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바다와 하늘이가 이렇게 큰 힘에 몸을 싣고 흐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직감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야.
내가 늘 꿈꾸는 전화 한 통이 있는데
바다와 하늘이가 스무 살 쯤 되어 각자 여행을 떠나서 집으로 전화를 하는 거야.
“엄마, 나 바다. 지금 아프리카야. 좀 더 지내다 갈게요.”
“엄마, 나 하늘. 아르헨티나로 왔어. 엄마도 올래요?”
여행이 삶의 답은 아니지만 엄마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너희가 세계 곳곳에서 놀며 즐기며 배우는 삶을 산다고 생각할 때
가장 가슴이 뛰어.
여행에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말한 ‘큰 힘 안에서 흐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
어린 왕자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라고 했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을 잘 찾아보자.
엄청나게 광활하고 흥미로운 세상이 열릴거야.
우주의 큰 힘, 자연의 에너지, 우리 몸의 감각과 정서, 생각과 상상!
우리의 삶은 우리의 생각 너머에 있단다.
신비 그 자체지.
그 신비로운 세상을 실컷 만끽하며 살자.
엄마가 너희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적지만
눈에 보이지 않거나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에서 올 깊고 넓은 경험들이
너희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키워줄 거라 믿는다.
나의 딸들,
세상의 딸들,
우주의 딸들인
바다와 하늘아.
너희의 빛은 세상에 저절로 나누어질 거야.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겁게, 누리면서 살아라.
존경하고 사랑한다.
2017년 3월 2일 하늘, 3일 바다 생일에
엄마 지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