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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던 집안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김제동'이 나와 최근에 낸 책에 대해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헌법 독후감 책을 냈다고 했다.
헌법 독후감? 흥미가 생겨 귀를 쫑긋 귀울이다가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헌법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것을 우리들이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충격,
지금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자기라도 헌법에 대해 말 해 주고 싶었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 뜨겁고 절절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을 하고 드디어 책을 받아들었는데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법'이라면 그저 내 생활을 제약하거나 지켜주지만 왠지 강제와 제약과 처벌의 느낌이 강했었는데
더구나 '헌법'이라면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저 높이 고고하게 존재하는 법이라고 느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정해 놓은
우리를 위한 법이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임을, 우리에게 커다란 힘과 권력이 있음을,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최선을 다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함을 강하고 뚜렷하게 정해놓고 있었다.
김제동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 왔고
그로 인해 이전 정권에서 많은 고난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젠더 의식이 부족하고 일부 거친

표현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적어도 헌법에 대한 그의 감동과 사랑, 헌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은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열정적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뜨거운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 새삼스레 처음 제대로 대해보는 헌법에 대해

감동하고 전율했다.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권리를 반백년이나 살고서야 알게 되다니... 하는 안타까움과 왜 우리의 교육은
국민들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헌법에 대해 제대로 배워우게 하지 않았나 하는 분노도 느껴졌다.
이유는 알겠다.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모르는 국민이어야 권력의 목적에 맞게 함부로 할 수 있다.
군사독재 시절 국가는 그렇게 무자비하게 수많은 국민을 함부로 잡아가고, 구금하고, 고문하지
않았던가.

헌법 전문의 시작은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한다.
'우리 대한민국은'이 아니라, '우리 대한국민' 말이다.  헌법 전문의 주어가 '대한국민'이다.
헌법 선언의 주체가 바로 우리들이란 말이다.
김제동은 열렬한 목소리로 이렇게 전한다.
'제가 헌법 전문부터 시작해서 1조부터 39조 까지 외우게 된 이유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예요,
왜 이거 아무도 우리한테 안 알려줬지? 이거 내 것인데 왜 몰랐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좀 억울하고 분해서 저절로 외워진 것 같아요.
법이라고 하면 늘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테두리 지어 놓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헌법은 국민이라는 권력자와 그 자손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거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짜릿합니까'

김제동은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자신의 즐거운 수다이기를 바랬다. 길거리에서, 청중들
앞에서 신나게 떠드는 것 처럼 헌법에 대해서 말을 걸어주는 책이 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의 말투 그대로 글자로 옮기기를 고집했고 책은 정말 읽다보면 내 앞에 김제동이 앉아서
특유의 눈웃음을 치며 자신이 감동하고 놀란 헌법에 대해 신나고 즐겁게 떠들어대는 것 같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고, 더 감동적이다. 읽고 나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이처럼 헌법에 대해서
내가 놀라고, 감동받았던 것들을 힘차고 즐겁게 떠들고 싶어진다.

어떤 권력도, 어떤 정권도 국민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조상들이 수많은 피를 흘려가며 분명하게 명시해 놓은 것이 바로 헌법이었다.
국민 모두가 자신들의 권리인 이 헌법을 잘 알고 어디서나 말 할 수 있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어떤 불의한 권력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수많은 희생을 겪어가며
이토록 아름답고 강하고 감동적인 헌법을 정해 놓은 이유다.

나는 진정 뜨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고 아이들에게 권했다.
내가 권하는 책이라면 어떤 것이든 읽어내는 필규와 달리 열두살 윤정이는 시큰둥 했다.
나는 특별 용돈을 걸고 윤정이게게 부탁했다. 정말 읽어볼 가치가 있는 너무 소중한 책이라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 들어있는데다 아주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윤정이는 특별 용돈이라는 제안에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김제동씨 고마와요2.jpg

 

매일 몇 십 페이지씩 이라도 읽어주는 것이 고마왔다.
사춘기가 시작된 후 매사에 날카롭고, 예민해진 큰 딸과 종종 큰소리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제안을 받아주는 그 마음이 이뻤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때 윤정이가 얘기했다.
"엄마, 헌법을 읽어본적 있어요?"
"아니.. 이 나이까지 읽어본 적이 없어. 엄마도 이 책 읽으면서 헌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됬는걸.."
"헌법.. 읽어보고 싶어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마음까지 내어주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윤정이는 다음날 학교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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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우리말로 고쳐쓴 '이오덕'님이 쓰신 '내 손안에 헌법'이라는
책 이었다.
"엄마, 이 책 읽으면서 월간 일정표 밑에 헌법 조항 한 가지씩 적어서 같이 외우자요"
윤정이는 그렇게 말하고 주방 벽에 붙어있는 일정표 및 메모란에 헌법 1조 1항을 적어 놓았다.

 
김제동씨 고마와요3.jpg
 
- 대한 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 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 -

나는 아홉살, 열두살 두 딸과 함께 헌법 1조 1항을 힘차게 낭송했다.
같이 읽는 것 만으로 마음과 몸에 뿌듯한 힘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헌법을 다 외우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매 주 한 조항씩 적어놓고 큰 소리 내어 같이 읽고
그 조항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우리에게 아주 의미있고 소중한 배움이 될 것이다.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말 하고 싶어요'를 모든 학부모들이
모든 국민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헌법에 관심을 갖고 헌법을 읽고,
알게 되는 일에 마음을 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만약 모든 국민이 헌법을 줄줄 외우고, 그 내용을 잘 알고, 어디서나 헌법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다면
우린 그런 우리 자신에 걸맞는 훌륭한 정부를 가질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헌법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단어보다, 수학 공식보다 우리 권리를 제대로 알아가는 공부가 우리를 제대로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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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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