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두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가던 길.
서너 살쯤 된 여자아이와 아이엄마가
셔터를 내린 작은 가게 앞에서
하염없이 위쪽에 있는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무언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보고 있는 쪽을 따라보게 되곤 한다.
마냥 신기해하는 아이와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가게 위 천장 쪽을 보고있는 젊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뭔가 재밌거나 좋은 일임에 틀림없을 것 같아,
빨리 떡 사러 가자 재촉하는 아이들을 멈춰 세우고
그 모녀 곁에 가서 우리도 함께 위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들이 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제비집이었다.
새끼 제비들이 몇 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오는 엄마 제비를 기다리느라
몸을 집밖으로 한껏 내밀고 있어 얼굴과 꼬리 부분이 한눈에 잘 보였다.
빛의 속도로 날아와 먹이를 주고 가는 엄마 제비가 올 때마다
귀가 따가울 만큼 소란스레 짖어대는 아기새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얼마전 숲이 울창한 곳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큰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학여행 때 묵었던 숙소 처마밑에도 제비집이 몇 개나 있었는데
그곳의 제비 새끼들은 짖지도 않고 아주 조용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부모 제비들이 먹이를 물어온 지 10,20초도 채 지나기 전에
다음 먹이를 금새 물고 오기 때문이었는데, 아마 그곳은 숲이 울창하니
새들의 먹이가 충분해서 그런 게 아닐까, 다음 먹이를 금방 가져다 줄거란 걸
새끼들은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 그렇게 조용히 기다릴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도시에 사는 새들은 그만큼 자신들의 먹이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새끼들이 시끄럽게 짖을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는,
시골과 도시에 사는 새들의 서로 다른 생태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그렇게 제비집을 구경하던 우리에게
더 흐뭇한 웃음을 선사한 건 바로 이 모습이었다.
제비집에서 떨어지는 새들의 배설물을 위해 누군가가(아마 가게 주인이?!)
비닐 우산을 받쳐둔 것이다.
도시에서, 그것도 상업을 위한 가게 앞이라면
위생이나 손님 때문에 새집을 없앨 수도 있었을텐데
저렇게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소박하지만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가 한번쯤 비닐우산 위를 의아해하며 올려다보다
아..!! 하며 마지막엔 흐뭇하게 웃고 지나가는 곳.
아이가 있는 사람이면 한참을 멈춰서서 보느라 시간이 걸리는 곳..
우리 동네 제비네집은 그런 곳이다.
얼마전, 베이비트리에 올라왔던
신순화 님과 꽃보다에미님의 새집 이야기가 오래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동안
새들도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혹은 먼 곳에서
저마다의 육아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글이었다.
봄이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짓는 집이
조금 불편하거나 꺼려지더라도
두 세달만 참고 지켜봐주길. 하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짧은 기간이면 새들은 훌쩍 육아를 끝내고 둥지를 떠나게 된다고.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김성호 교수의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인간보다 짧지만, 자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새들의 육아에 적지않은 감동을 받게 된다.
다양한 생명들이 태어나 꿈틀대는 시기인 요즘,
가끔은 읽던 육아책을 덮어두고, 우리 주변의 동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귀기울여 보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쪽 산으로 노을이 유난히 곱게 물듭니다.
큰오색딱따구리 가족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세 권의 메모장과 2만여 장의 사진을 선물로 남겨주고
그렇게 떠난 것입니다. ... ...
이제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했던 50일 동안의 나의 둥지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큰오색딱따구리보다 더 오랜 시간 지켜본 것은 미루나무입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내어주면서 두 생명을 품어낸
나이많은 미루나무에게 크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섭니다.
-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 김성호 중에서 -
서너 살쯤 된 여자아이와 아이엄마가
셔터를 내린 작은 가게 앞에서
하염없이 위쪽에 있는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무언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보고 있는 쪽을 따라보게 되곤 한다.
마냥 신기해하는 아이와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가게 위 천장 쪽을 보고있는 젊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뭔가 재밌거나 좋은 일임에 틀림없을 것 같아,
빨리 떡 사러 가자 재촉하는 아이들을 멈춰 세우고
그 모녀 곁에 가서 우리도 함께 위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들이 보고 있었던 것은 바로 제비집이었다.
새끼 제비들이 몇 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오는 엄마 제비를 기다리느라
몸을 집밖으로 한껏 내밀고 있어 얼굴과 꼬리 부분이 한눈에 잘 보였다.
빛의 속도로 날아와 먹이를 주고 가는 엄마 제비가 올 때마다
귀가 따가울 만큼 소란스레 짖어대는 아기새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얼마전 숲이 울창한 곳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큰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학여행 때 묵었던 숙소 처마밑에도 제비집이 몇 개나 있었는데
그곳의 제비 새끼들은 짖지도 않고 아주 조용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부모 제비들이 먹이를 물어온 지 10,20초도 채 지나기 전에
다음 먹이를 금새 물고 오기 때문이었는데, 아마 그곳은 숲이 울창하니
새들의 먹이가 충분해서 그런 게 아닐까, 다음 먹이를 금방 가져다 줄거란 걸
새끼들은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 그렇게 조용히 기다릴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도시에 사는 새들은 그만큼 자신들의 먹이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새끼들이 시끄럽게 짖을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는,
시골과 도시에 사는 새들의 서로 다른 생태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그렇게 제비집을 구경하던 우리에게
더 흐뭇한 웃음을 선사한 건 바로 이 모습이었다.
제비집에서 떨어지는 새들의 배설물을 위해 누군가가(아마 가게 주인이?!)
비닐 우산을 받쳐둔 것이다.
도시에서, 그것도 상업을 위한 가게 앞이라면
위생이나 손님 때문에 새집을 없앨 수도 있었을텐데
저렇게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소박하지만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가 한번쯤 비닐우산 위를 의아해하며 올려다보다
아..!! 하며 마지막엔 흐뭇하게 웃고 지나가는 곳.
아이가 있는 사람이면 한참을 멈춰서서 보느라 시간이 걸리는 곳..
우리 동네 제비네집은 그런 곳이다.
얼마전, 베이비트리에 올라왔던
신순화 님과 꽃보다에미님의 새집 이야기가 오래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동안
새들도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혹은 먼 곳에서
저마다의 육아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글이었다.
봄이면 여기저기서 새들이 짓는 집이
조금 불편하거나 꺼려지더라도
두 세달만 참고 지켜봐주길. 하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짧은 기간이면 새들은 훌쩍 육아를 끝내고 둥지를 떠나게 된다고.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김성호 교수의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인간보다 짧지만, 자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새들의 육아에 적지않은 감동을 받게 된다.
다양한 생명들이 태어나 꿈틀대는 시기인 요즘,
가끔은 읽던 육아책을 덮어두고, 우리 주변의 동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귀기울여 보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쪽 산으로 노을이 유난히 곱게 물듭니다.
큰오색딱따구리 가족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세 권의 메모장과 2만여 장의 사진을 선물로 남겨주고
그렇게 떠난 것입니다. ... ...
이제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했던 50일 동안의 나의 둥지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큰오색딱따구리보다 더 오랜 시간 지켜본 것은 미루나무입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내어주면서 두 생명을 품어낸
나이많은 미루나무에게 크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섭니다.
-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 김성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