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오면 벌써 중2가 되는 큰아이.
자신의 새해소망을 담은 한자 사자성어를 골라 붓글씨로 써 가는게
겨울방학 숙제인 모양인데, 도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고민하다 쓴 글씨가..
일진월보.
날로 달로
끊임없이 나아진다는 뜻이다.
새해가 밝은 뒤, 며칠 지나지 않은 겨울아침,
햇살이 비치는 거실 바닥에 아이가 써 둔 글씨를 보니
연말내내 무겁게 가라앉았던 내 마음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아이들은 이렇게
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존재인가 보다.
1년 365일이 다 그날이 그날같은, 나같은 어른은
일단 형식적으로나마 신년의 꿈 같은 걸,
마음 속에 열심히 품어보긴 하지만
무능하고 게으른 자기자신을 매번 확인해야 하는 괴로움과
꿈을 이루기엔 이젠 너무 높은 나이와 현실의 벽에
실망할 준비부터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날이,
다달이,
끊임없이 무언가가 나아질 수 있다는 건
말만으로도, 글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부디부디,
아이도 부모도 가장 넘기 어렵다는
올해 중2 라는 시간을
'일진월보'하며 잘 지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어려운 우리 사회의 현실도
새롭게 시작된 한 해를 '일진월보'하며 잘 풀려갔으면 좋겠다.
며칠전에 본,
<썰전> 200회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을 인용해 볼까 한다.
그의 말 속에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새해소망이 잘 담겨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를 보면,
100년이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왔기 때문에
때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인식 못할 때가 있고,
어디에서 왔는지도 잊어버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저 어떤 소망만 갖고 있죠.
그래도 우리가 엉망으로 갈 땐 엉망으로 가지만
또 확 일어날 땐 일어나는 나라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올해엔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그러면 잘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15살 아이의 새해소망인 '일진월보'처럼
나 자신의 삶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도
그리고 점점 심각해져만 가는 한일관계도
날로, 달로,
끊임없이 나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행동하는
2017년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올해는 뭔가 잘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부디 적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