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에 걸친 백일사진 촬영기




아기 사진 찍기 톱스타 촬영보다 힘드네




이런 게 엄마 마음일까? 결혼할 때는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스튜디오 촬영이나 야외 촬영을 1초의 고민도 없이 포기한 나인데 아기의 백일 사진만큼은 대학 원서 쓰는 것 만큼이나 장고의 장고를 거듭했다.




아주 잠깐 집에서 어떻게 해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생후 매일매일 수십장씩 사진을 찍었음에도 내 실력으로는 누워서 멀뚱이 카메라를 쳐다보는 것 말고는 건질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 특히 클수록 꼼지락꼼지락 하도 움직여서 초점이라도 제대로 맞는 사진 건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지라 백일사진만큼은 돈을 주고라도 예쁘게 찍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백일사진 어디서 찍었는지 묻고 인터넷에 떠도는 입소문도 뒤져 몇군데 스튜디오를 후보군에 넣은 뒤 가격부터 사진 스타일까지 샅샅이 뒤졌다. 크고 유명한 곳일수록 공동구매가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렇게 일주일 넘게 연구 검토를 하던 중 아뿔싸!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다.




양선아 기자가 칼럼에 자세히 쓴 것처럼 나도 순진하게 만삭 사진 무료 촬영이라는 상술에 낚여 만삭 사진 뿐 아니라 아기의 50일 사진까지 찍었던 것. 겉으로 보면야 여기서 끝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게다가 내가 간 스튜디오는 대놓고 장사하는 곳은 아니라 큰 부담을 주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공짜로 찍은 아기의 50일 사진 원본을 갖기 위해서는 10만원을 내거나 백일사진 촬영을 이곳에서 해야만 했다. 스튜디오 입장에서 이 정도면 무리한 상술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이 엄마로서는 게임 끝이다.  괜히 스튜디오 고르느라 헛고생만 했다. 스튜디오에서 “안 와도 된다”며 백일사진 촬영 스케줄을 잡을 때 이미 알아봤어야 했는데... 사회생활 15년에 똑똑한 척 혼자 다하며 살아온 나도 엄마로 변신하니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을’의 처지가 되가고 있었다.




1차 시기: 2010년 6월19일




본래 백일은 5월 말이었지만 사진은 110일 정도에 찍는 게 가장 예쁘다고 해서 5일로 예약했는데 순풍에 돛달 리가 없었다. 우리 아기 생전 처음 감기 걸려주셔서 일주일 미룬 게 120일 지난 이날이었다. 역시나 오늘이 촬영일인지 아는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저조했다. 또 미루기도 그래서 아기가 주로 깨어있는 오후 2시에 아이 아빠와 도착했는데 아기 웃음 담당(?)인 촬영보조를 보자마자 까무러치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 며칠 전에 머리 치렁치렁 긴 사촌 누님을 보며 삐죽삐죽 대다가 울더니 바야흐로 낯가림이 시작된 듯 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낯가림인 거냐... 그냥 돌아올 수 없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30분 정도 찍었다. 아기 사진 몇장과 가족사진을 후닥닥 찍은 뒤 다음에 컨디션 좋을 때 한번 더 찍잔다. 평소의 나같으면 힘들어도 후져도 한번에 끝내자하겠지만 애 일인지라 그렇게 안된다. 찍은 컷들을 화면으로 보니 눈물 범벅, 침 범벅, 미간에는 주름이 빡, 평소 할머니 표현에 의하면 ‘심통 더덕더덕한’ 바로 그 버전이었다. 다음 번에는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와 함께 오기로 했다.




2차 시기:2010년 6월30일




그 전날 유달리 하루종일 방긋방긋 웃어서 다음날 2차 촬영의 좋은 예감을 가지고 준비....했으나 아침부터 다시 표정이 뚱했다. 며칠 전부터 있었던 약한 감기 기운탓인 듯 했다. 미룰까 하다가 이날 스케줄도 원래 약속을 또 한번 미룬 뒤 잡은 것이라 그냥 가기로 한다. 어째 조그만 애 사진 하나 찍는 것이 톱스타 10년 만에 복귀 프로필 찍는 것보다 더 힘들단 말이냐.




할머니라는 비장의 카드와 함께 가서인지 스텝들을 한번 눈에 익혀서인지 울지는 않는다. 하지만 웃지도 않는다. 할머니가 아기의 페이버릿 송인 ‘꽃밭에서’를 계속 불러주지만 멀뚱이 쳐다보고만 있다. “그냥 오늘 촬영 마무리할까요? 컨디션 좋을 때 한번 더 오실래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다시 오기로 한다. 집에서는 웃는 사진을 도저히 못찍어 시작된 백일 촬영 계획인데 웃는 사진이 없어서야 팥 없는 붕어빵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늘로 탄생 133일째. 이러다가 돌사진과 백일사진도 구별 안되는 시츄에이션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지금도 애 덩치는 7~8개월 평균 몸무게. 다음번에는 미리 약속 안잡고 애 컨디션 좋을 때 총알 같이 달려와 몇 컷만 후닥닥 찍기로 한다.




3차 시기:2010년 7월7일




아침에 응가도 시원하게 했겠다 표정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제 곧 150일이 다가오는데 빨리 해치워야했다. “오늘 어떨까?” “글쎄, 괜찮을 것도 같고” 애기 할머니와 머리를 맞대고 무슨 집안의 명운이 걸린 문제인 양 심각하게 토론을 하다가 고고씽하기로 한다. 급한 내 성질에 이 정도면 정말 많이 기다린 거다.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컨디션. 스튜디오에 전화하고 오후에 달려갔다.




이래서 교과서 낭독하던 배우도 10년 지나면 연기파 명배우가 되는 것인가. 방긋방긋 웃지는 않지만 아이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세번 보니 스텝들도 익숙해졌는지 촬영 준비하면서 가끔 스마일도 날린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앉아서 신기한듯 두리번 거리며 옅은 미소만 날리던 우리 아기. “웃어봐 웃어봐” “짝짜꿍 짝짜꿍” “아르르르 까꿍” 애타는 마음으로 애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김치, 치즈를 연발하며 바짝바짝 애를 태우던 순간 기적처럼 쓱 미소를 짓는다. 아~~~~~ 나 진짜 이런 걸로 감동먹는 내가 될 줄 38년 살면서 예상하지 못했다. 코 끝이 시큰해오면서 박수박수박수! 누가 보면 아들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이라도 탔는 줄 알겠다.




이렇게 애간장 녹이며 완성한 백일사진.  다른 엄마들도 아이낳고 나처럼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감격하는 인간으로 변모하셨나요?






5109782374f5a890500f5fdfe9a81ae7. » 3회에 걸친 촬영 끝에 딱 한장 건진 '스마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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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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