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혼자 서울에 다녀오게 되었다.
보고 싶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마침 시간이 되어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남자다.
게다가 잘생기고 키 크고 미혼이다.
요즘 내 주변에 ‘바람’사건이 좀 있어서인지 왠지
남편한테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을 했다.
허락을 구하는 것도 좀 우습지만 또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도 되냐고 물어봤다.
호탕하게 웃으면서 만나란다.
그러고는, “너 그래서 아침 비행기 끊었구나!” 라는 말로 시작해서 약간의 웃긴 이야기가 오고갔고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여보, 나 그럼 기분 좋게 성원이 만나고 올게. 재밌잖아~ 살면서 이런 재미를 누려야지~”
“당연하지~ 당~연하지~!”
우린 말이 통했고 마음이 통했다. 캬, 시원~하다!
성원이와는 고등학교 1학년, 열일곱 살 때 부터 친구인데
서로의 찌질하고도 화려한 과거를 잘 알고
“미친놈아!” 같은 욕을 하며 놀면서도
서로를 무척 지지하고 아낀다.
그런 친구가 가게를 크게 열었고 오래 만난 여자 친구와 헤어졌단다.
아, 궁금해.
아, 보고 싶어.
예전부터 그림 하나 그려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바다 낳고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아이를 하나 더 낳고 그 아이가 돌이 한참 지나서야 그 녀석에게 줄 그림을 그렸다.
거창하게 그리기도 뭐 해서 요즘 제일 좋아한다는 참외를 그렸다.
노란 줄 서너 개 죽죽 그어서 줘야겠다 했는데 그리다 보니 섬세해졌고
이것이 우리의 우정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되게 단순한 것 같지만 속은 아주 섬세한 마음의 층이 한겹 한겹 쌓인 우리의 오랜 우정을.
고맙다.
여전히 나의 친구인 성원이가.
그리고 성원이를 마음 편하게 만나게 해주는 나의 멋진 남편이.
+
오래간만이지요?
이 날은 제주의 야생, ‘용눈이 오름’을 만나고 감동해서 울먹인 날이었어요.
정말이지 제주의 자연은 살!아!있답니다.
건강히 지내다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