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촛불이 홍시 같아...”
촛불에서 홍시를 보는 우리 바다, 참 사랑스럽다.
우리는 밤마다 초를 켠다.
자기 전에 촛불을 켜고 하루 중에 고마웠던 것을 이야기하는 ‘고마워요’ 시간을 갖는데
나도 아이들도 이 시간을 항상 기다린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든지 우리는 감사한 것을 찾아내어 이야기하며
사이좋게,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기 전에 내가 하루의 마지막에 하는 말은
‘빨리 불 끄고 자자. 피곤하다.’ 였고
말처럼 그저 피곤함으로, 피곤함에 따라오는 불만족스러움으로 하루를 끝냈다.
그러다가 어떻게 감사를 하게 되었냐하면
나에게 ‘감사’를 알려준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 분은 ‘감사’를 왜 해야하고
그것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어떻게 연습해야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
선생님이 쓰신 ‘생명의 춤’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가까이 있는 이의 작은 미소, 예상치 못한 작은 도움, 작은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지요.
이런 것들은 작고 섬세한 것들이어서 하나하나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안에서 우리의 본성도 점점 싹을 틔우지요."
신기한 것은, 이렇게 하기 시작하자 바다가 늘 ‘고마워.’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몇 주 전에 실컷 밖에서 뛰어놀다가 느닷없이
“엄마, 우리 고마운 거 이야기할까?” 라고 하길래
“어? 지금? 그래!” 하고 고마운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구름, 시원한 바람, 길 가에 핀 로즈마리, 꽃, 큰 바위,
집에 돌아가서 먹을 맛있는 고구마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우리는 고마워요 노래도 만들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멜로디에 가사만 ‘고마워요~ 고마워~’로 바꾼 것인데
한 명이 고마운 것을 이야기하면 다 같이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
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오늘 아침에는 바다가 일어나자마자
소꿉놀이 장난감으로 나에게 밥과 국을 차려주어서 바다를 안고
“바다가 이렇게 맛있는 아침밥을 차려줘서,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요, 고마워~♪..." 하고 노래를 부르자
바다가 이어서
“엄마가 이렇게 고맙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요, 고마워~♪...” 하고 노래를 불렀다.
밤에 자기 전에만 했던 '고마워요'를 요즘에는 아침에, 놀다가, 밥 먹다가,
일상에서 수시로 하고 있다 바다 덕분에.
그리고 점점 더 작은 일에, 항상 있는 것과 항상 하는 일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오늘 정말 신나는 날인데?” 라는 감탄의 말이다.
맛있는 귤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고, 춥지 않아서 밖에서 마구 뛰어놀면서 하는 말이다.
정말 특별한 일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작은 고마움이 느껴지면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고마움의 노래도,
오늘은 정말 신나는 날이라는 감탄도
지금처럼 쉽게, 자주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내 삶을 바꾸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라는 역할이 내 삶을 성장시키고 있다.
오늘과 내일은 가족들이 제주도에 놀러 오고
내일 모레는 공부를 하러 부산에 간다.
‘몸이 너무 지치지 않을까, 가족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긴장감이 올라와서
오늘 아침에 고마운 것 찾기를 해봤다.
이렇게 만날 수 있고 찾아와주는 가족이 있어서 고맙고
내가 아이들을 큰산에게 맡기고 공부를 하러갈 수 있어서 고마웠다.
내가 건강하고 가족들이 건강해서 고맙고
훌륭한 수업이 준비되어 있어서 고맙고
뭐가 고맙고, 또 뭐가 고맙고...
고마운 것들이 고구마 캐듯이 마구 이어져 올라왔다.
고마움이 가득한 삶은 여유롭고 행복하다.
늘 이래왔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삶이 더욱 신기하고 소중하다.
오늘도 아이들과 “오늘 정말 신나는 날이야!” 하고 감탄하고 소리치며 살아야지.
이야,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