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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거실에 펴 놓은 이부자리에 누워 막 자려고 할 무렵...

아들이 갑자기 내게 질문을 했다.

 

'엄마, 딸딸이가 뭐예요?'

 

음음음.... 딸딸이라....

이런 질문이 당혹스럽진 않았다. 열 한살 사내아이라면 어디서든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다.

 아이가 던지는 어떤 질문이건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해 주자는 것이 내 신조 아닌가.

다만 곁에 있는 여동생들이 잠들었나를 확인했다. 깨어있으면 설명하기가 곤란했다.

다행이 잠들어 있다.

 

'딸딸이? 그거 어디서 들었어?

'어떤 책을 읽는데 거기 나왔어요.'

아이들이 이런 질문 할때 정말 몰라서 묻거나,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묻거나 둘 중의 하나다.

몰라서 묻는거면 충분히 설명해주면 되고, 일부러 묻는거면 이런 질문에 대처하는 부모의

태도를 보고 싶은것일테니, 이 역시 진지하게 다루어 주면 된다.

 

'혹시 사전 찾아 봤니?' 

'그래서요, 사전 찾아 봤는데, 거기에 '자위'의 다른 말'이라고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자위'를 또 찾아 봤는데 '수음'의 다른 표현이래요. 거기까지 찾아보다가

귀찮아서 그만뒀어요.'

 

'애썼네.

딸딸이나 자위나 수음이나 다 같은 뜻인데, 너한테 고추 있잖아.

너도 맨날 니 고추 만지작 거리잖아. 그거야. 남자들은 자기 고추 만지작 거리면 기분이 좋아진대.

그걸 딸딸이라고 부른대'

 

'저는 제 고추 만져도 별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데요?'

'너는 아직 사춘기가 아니어서 그래. 사춘기가 되면 몸도 많이 달라지고 몸 안에서

여러가지 호르몬들이 새로 나오는데 그때 고추를 만지작 거리면 기분이 되게 좋은가봐.

그런데 정확히 무슨 기분인지 엄마도 잘 몰라. 엄마는 고추 없잖아.'

 

'제가 처음으로 딸딸이하게 되면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엄마한테 알려드릴께요'

'어머, 정말?'

'그러려면 우선 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다음.... 음... 질 좋은 천기저귀가 필요하겠지요?'

(천 생리대를 쓰는 엄마에게서 생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녀석 답다. ㅋㅋ)

 

'천기저귀 까지 필요없고 질 좋은 티슈 한 상자만 있으면 된대'

'알겠습니다. ' 아들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기대할께. ㅎㅎ'

 

우린 이렇게 대화를 마쳤다.

녀석은 잠시 뒤척이더니 이내 잠들었다.

우리 둘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남편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나는 아들이 이런 질문을 내게 던져 준 것이 고마왔다.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어? 도대체 어떤 책을 읽고 다니는거야?

쓸데없는 것 물어보지 말고 잠이나 자. 이상한 생각 하는거 아니니?

아들의 질문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아들은 더 이상 제가 궁굼해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내게 털어 놓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특히 사내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이의 질문은

되도록 즉각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제일 낫다.

필요 이상으로 질문의 의도를 해석할 필요는 없다.

아들이 궁굼한 것이 '딸딸이'라는 말의 뜻이면, 그 말만 정확하게 설명해주면

된다는 뜻이다. 그 단어와 연관된 온갖 지저분한 상상은 어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어린 아들의 경험일리 없다.

부모 앞에서 꺼내는 어떤 질문도 부끄럽거나 나쁘지 않다. 그 질문을 왜곡하는 것은

어른들이지 아이들이 아니다. 어른의 경험과 잣대로 아이의 질문을 오해하고

확대하고 왜곡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제 궁굼함을 꺼내놓지 않는다.

 

질문을 감추기 시작하면 부모와의 거리도 멀어진다.

부모라는 필터로 이 세상을 배워가던 아이들은 그때부터 스스로

질문의 대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은 쉽게 오염될 수 있다.

초등학생들까지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 저희들이 알고 싶은 어떤 것들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주의한 관심과 관리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어린 나이에 알아 버린다.

스스로 배워가고 찾아가야 하는 질문도 있고, 그 과정도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부모가 안내자가 되어 바른 대답으로 아이를 이끌어야 하는 질문들도 있다.

성(性)에 대한 질문들은 특히 그렇다. 

삶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큰 상처와 문제가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정말 처음으로 딸딸이를 하고 나서 내게 제가 느낀 첫 느낌을 말해 줄지

아닐지 알수없다. 이런 질문들을 언제까지 내게 던질지도 알수 없다.

언젠가는 질문을 숨기고 저 혼자 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아들이  세상에 대해 느끼는 궁굼함과 의문들을 아직은 내게 의지하고 있으므로

나는 부모로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아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줄 뿐이다.

 

영어나 수학같은 것을 아들에게 잘 가르쳐 줄 자신은 없다.

그보다 나는 세상의 많은 비밀과 신비속으로 내 아이들을 인도하는 첫번째 안내자가

되고 싶다. 공부하라고, 문제집 풀라고 닥달하는 대신 함께 신문을 보고 책을 보고

얘기를 나누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그런 엄마와 아들 사이라면 참 좋겠다.

 

부모와 아이 사이가 얼마나 건강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척도는

아이와 어떤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가가 아닐까.

아이와 나란히 길을 걷는 시간은 길지 않다. 아이들은 금새 자라나 부모의 손을 내려 놓고

저 혼자 제 길을 간다. 그러나 함께 있는 시간동안 굳건하고 따듯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이라면 제 길을 갈때에도 뒤따르는 부모를 좋은 조력자로, 믿을 수 있는 친구로

여겨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들의 다음 질문이 궁굼하다.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도 늘 궁굼하다.

아이의 질문이 매번 나를 더 크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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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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