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싸우는거 아니에요?"

지난 주 일요일 아내에게 첫 운전교습을 시켜주었다. 아내가 집-뽀뇨학교 코스만 연습하면 된다고 해서 우선은 그 몇 키로만 1시간 정도 반복 연습했다. 처음엔 학교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넣는 연습, 다음은 운동장을 한바퀴 도는 연습, 그 다음은 도로로 나와서 비상등을 키고 주행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긴장하던 아내가 10~20키로 정도로 잘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휴일이라 뒤에서 빵빵대는 차도 없고 도로는 한산했다. 뒷자리에 탄 유현이는 처음에 엄마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엄마 무서워"라며 겁을 내었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잠에 들었다.

오늘도 아내는 집에서 혼자 차를 연습했다고 한다. 장롱면허만 십년이 넘은 아내는 "내 인생에 운전은 없어요"라며 겁을 내지만 이제 혼자 연습하는 수준에 올랐다. 오늘 집에 돌아오니 아내의 운전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다. "시동을 꺼는 것과 D에서 P로 옮기는 것 중에 어떤 걸 먼저 해야 되요?", "아까 시동이 안걸려서 보니 D상태에서 주차를 했나봐요. 그럼 어떻게 되는거에요?"

아내의 질문이 더 쏟아지자 뽀뇨가 답답했는지 "엄마, 있어봐"하며 종이를 가져오더니 아빠보고 하나하나 쓰란다. 어찌나 웃기던지. 아이와 아내가 자고 잠에서 깨어나 그 종이를 보았다. 무얼쓸까? ‘당신은 용기가 있어서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라고 쓰려고 했지만 뽀뇨가 화낼것 같아서 3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1. “당신도 초보운전자 였을때가 있었어요” 푯말 붙이기

2. 궁금하면 언제든 물어보기

3. 매주 1회 이상 운전교습 받기

보통 아내의 운전교습을 하며 부부가 많이 싸우거나 남편이 바빠서 교습을 못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첫 경험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도로상에 나가게 되면 아마도 싸울 일이 많을텐데 주차장, 운동장에서 조금 연습을 하기도 했고 아내가 생각보다 잘 했기 때문이다. 내가 도로연수를 할 때보다 훨씬 잘 한 것 같다. 우리가 호칭을 서로 존칭으로 하다보니 감정적으로 말할 때가 덜한 것도 작용을 한 것 같다.

이제사 말하는데 나는 운전하는 아내를 둔 남편들이 내심 부러웠다. 아내가 운전할 수 있으니 술을 한잔 마셔도 되고 아내가 운전할 수 있으니 아이를 차로 등교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꼭 해야 되는 리스트 중에 몇 개를 이제 아내에게 내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절대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얘길 몇 번이나 했지만 내가 트럭을 구입하고 차가 2대가 되면서 아내가 결심을 한 모양이다. ‘안전’이 몸과 마음에 베여있는 아내다보니 결심을 내리기 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초보운전으로 인해 곧 경미한 접촉사고가 날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드라이브’를 즐겼으면 한다. 나는 차를 나의 또 다른 근육이라 생각한다. 나의 감정을 때로는 음악으로, 때로는 속도로, 때로는 드라이브 자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 맛을 알게 된다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겠지.

 

IMG_3435.jpg » 뽀뇨가 내게 윽박지르듯이 말했다 "아빠, 이거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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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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