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트리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라,
베이비트리에 글쓰기를 어떻게 했었나, 잠깐 헤맬 정도였네요^^
제가 너무 뜸해서 여러 분이 이메일로도 연락을 주시고,
속닥속닥에서도 걱정해 주셔서 올해를 몇 시간 남긴 지금,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간의 저의 근황을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많은 분들이 상상하신 대로, 격동의 가을, 겨울을 보낸 건 사실이네요.
한 가지로 요약하자면, 올해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일단, 시간적인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직장과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어긋나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일 자체는 재밌는 편이어서 굳이 비율을 나눠보자면
좋았던 것 : 싫었던 것이, 51:49로
의미있는 경험도 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된 한 해였답니다.
2018년 새해엔, 40대에 시작한 일 이야기도 천천히 들려드릴께요.
2017년 저희 가족에겐 뭐니뭐니해도, 벼농사 이야기가 가장 핫.했으니
올해 마지막 육아기로 그 이야기 써 볼께요.
자, 그럼 지금부터 논으로 가 보실까요!!
봄에서 여름까지, 논에서 아이들과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지난 글에서 여러번 말씀드렸지요?
가을 이후로 벼는 사람 손을 특별히 거치지 않고도 무럭무럭 열매를 맺어주었답니다.
함께 한 농사초보 엄마들은, 이렇게 무식하게 아무 지식과 경험도 없이
막 키워도 벼답게 자라주는게 신기하고 고맙기만 했어요.
막 키운 자식이 효도한다는 뭐 그런 느낌..^^
모를 심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는데
거두는 것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이 꽤 걸렸어요. 수확을 시작하자마자 오랜 기간 비가 많이 내려
내내 걱정하며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고되어, 아빠들이 주말 시간나는대로 많이 도와주었답니다.
봄부터 아무 것도 없던 논에서
올챙이가 개구리까지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아들은
벼를 수확하던 날, 얼마나 기뻐했던지!
저 뿌듯하고 자신만한한 표정!
저도 아이와 여기까지 무사히 해냈구나, 싶어 감개무량했던 하루였습니다.
벼 수확과 탈곡까지 다 끝낸 날은,
텅 빈 논에서 잔치를 벌였답니다.
사진 속 장면은 탈곡과 정미를 끝내고 남은 것으로 연통을 세우고
그 열기로 고구마랑 감자를 익히느라 작업 중인 아이들 모습이에요.
아들이 내년엔 초등4학년이 되는데
이런 일을 함께 좋아라 하고 따라다니는 것도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하며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논에서 온갖 채소와 곤약, 두부 등을 넣고 된장국을 끓였어요.
벼농사 함께 했던 이 육아팀이, 몇 년 전부터 된장만들기도 함께 했기에
더 의미있었지요.
나는 이럴 때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구나, 새삼 확인한 순간이었네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거 먹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 살아갈 힘과 기운을 얻는 것
아이들의 미래가 아무리 불안하다해도
이것을 평생 나눌 동료들이 있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어린 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 친밀한 기분, 내면을 그득 채워주는 관계의 따뜻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논으로 밭으로 공동부엌으로
부지런히 끌고 다녔지요.
볏짚 위는 아주 따뜻하다는 거, 아시나요??
정말 놀랄만큼 포근하고 따뜻하답니다.
추운 날이었는데도 아이들은 볏짚위에 앉아, 자신들이 농사지은 쌀로 만든
주먹밥과 된장국을 맛있게 먹었어요.
하나 더 먹을래!
를 연발하더니, 세상에 - 무려 4개를 먹더군요.
근데, 뭐라 할 수 없는 게 밥이 진짜 맛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그거였죠.
그렇게 대충 농사지은 쌀이, 농약 한 방울 치지않은 쌀이,
과연 제대로일까...??
이런 예가 맞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런 걱정, 많이 하잖아요.
자연주의 육아로, 아이의 리듬에 맞춰 키우고싶다 하면서도,
정말, 학원 안 보내고도 공부를 제대로 할까, 괜찮을까 ...
벼농사를 통해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사실은,
식물이든, 사람이든,
무언가를 더 해주려고 하기 이전에
그 대상의 본래 성질에 대해 잘 이해해서
스스로가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어린 벼 모종이 반년만에 늠름한 벼로 자라는 것처럼
아이 내면에도 그런 힘이 있다는 것,
그런 힘을 아이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하나씩 경험하고 찾아가는 것이 육아의 과정이라는 것을요.
2017년 아날로그 육아의 종착역에 도착해서도,
저는 여전히
본질로 돌아가자.
외부의 정보에 현혹되기 전에, 우리 아이에게 집중하자!!
입니다.
2018년 육아의 서랍장에는 어떤 추억이 또 담길까요?
함께 웃고 울고 고민나누며
새해를 맞이하길 바랍니다.
2017년 한 해도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그리고,, 안정숙님, 셋째 순산,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