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으면 죽을 때까지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게 부모의 숙명인가봅니다.

새끼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키우면 어느정도 손을 놓아도 될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김장철이면 김치해서 갖다줘야하고, 집안에 큰 일이 있으면 아직 덜 독립한 자식새끼가 손을 내밉니다.

 

곧 이사를 앞둔 저.

얼마전 친정어머니께 이사비용 좀 빌려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네요.

딸 셋인 집에서 장녀인 저.

저는 공부하다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모아놓은 돈도 없이 결혼을 후다닥 해버렸어요.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전화수화기를 통해 들려왔습니다.

"공부는 제일 많이했는데~~~쏼라쏼라~~ "

 

전세계약 만료로 이사를 가야하는 지금..

이사갈 집 구하느라 전세대출을 5천만원 받았습니다.

비슷한 평수의 집, 약간은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전세가격에 5천만원을 더 보태야 살 수 있었습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소유자임을 증명하러 은행에 들렸고, 어떤 수수료가 있더군요.

생각치않은 돈이 야금야금 들면서 이사비용이 대략 250만원에 육박할 듯 합니다.

친정 어머니에게 다음달에 갚는다고 40만원을 꿨는데, 말 꺼내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아이육아와 이사준비에 슬금슬금 지쳐있을 무렵..

아이의 뮤지엄수업으로 인해

아르코미술관의 "Labour of Love, Revisited 디지털  시대에  떠오르는  아마추어리즘"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햇님군은 매주 한시간씩 모 구청에서 지원해주는 센터에서 미술관연계수업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를 중심으로 매달 4회의 수업을 받는데요, 

 1,2회차엔 전시를 보기전 준비수업을 하고, 3회차엔 미술관 전시를 본답니다.

4회차엔 전시를 다시 기억하면서 리뷰하는 시간을 갖지요.

미술관 전시를 할 때는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따로 전시 설명을 듣습니다.

 

12월 18일까지 전시하는 이번 전시회.. "디지털 시대에 떠오르는 아마추어리즘"은 정말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현대미술의 끝은 어디인가 질문하게 되고, 

지금 우리가 놓여져있는 사회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미술작품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세계는 현실과 거리가 멀고, 돈있는 자가 향유하는 사치스러운 무언가로 생각했던.,

알게 모르게 제 마음에 깔고 있었던 편견이 아주 파격적으로 깨졌던 날이었지요.

 

학습지를 시키고 학원을 보내고, 각 과목별 선행수업을 시키지는 않아도

아이와 취학전 준비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제 머리를 망치로 꽝! 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꽤 많은 엄마들이 하고 있는 것들..

한글떼기와 영역별 전집 들이기, 한자 급수 시험 준비, 수학 학습지 하기, 영어공부,

과학실험, 사회과목을 위한 체험학습과 관련교과연계도서 읽히기,

미술,음악, 체육 선행..

 

목적은 좀 다를지언정 비슷한 행태로 이것저것 흉내는 내고 있는 저인지라 매일밤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내가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느 많은 엄마들이 하고 있는 그것들을 왜?! 왜?! 왜 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게 남들하듯 똑같은 것들을 다 하다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가고 인생에 꽃이 필까요?

 

베이스맘은 세 딸중 공부는 젤 많이 했으면서, 엄마에게 욕을 잔뜩 먹고 엄마속은 제일 썩히고 있다고 혼나고 있습니다.

대학강사로 일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SKY에 다니는 학생들.. 매뉴얼을 주면 기가 막히게 잘 하지만, 그전엔 백지랍니다.

우리 때는, 그리고 그 전에는 책이 귀해 손에 만져보기도 힘들고, 소장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만져보고 읽어보는 책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왜 사고의 깊이는 별다르지 않을까요?

 

햇님군과 나들이하면서 덕수궁 증명전에 다녀왔었어요. 을사늑약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FTA 비준이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병기 활을 보면서, 지금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어머니가 지금 나를 걱정하듯, 저 또한 제 새끼 햇님군을 계속해서 걱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심란하네요.

우리 부모들은 알뜰히 열심히 살면서 집도 사고, 자식들 결혼하고나서도 보태줄 수 있을만큼의 세상에서 사셨던 것 같은데

지금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20대후반부터 40대 한국인들..

과연 얼만큼이나 자식농사AS를 감당할 수 있을런지 말입니다.

아니, 길어진 수명속 80세 보장도 아닌 100세보장 보험이 광고하는 요즘.. 내 뒷처리나 내 스스로 할 수 있을지..

 

내 인생에 대한 설계와 자식교육의 방법.. 대한민국에서 사는 법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013.jpg

아르코미술관 관람이후 뮤지엄 4회차 수업에서 만든 수첩입니다.

폴라로이드속 배경은 김진숙씨가 고공농성을 했던 크레인 85호입니다.

레고로 만들어져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지만, 레고 크레인 주변 사진들을 보면서

엄마인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014.jpg

015.jpg

크레인위에 있는 그녀도, 크레인 아래 사람의 모습도 우울합니다.

입꼬리가 내려가있지요.

햇님군이 어떤 생각을 하며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

 

 

038.jpg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님군 머리속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크리스마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편지를 써대며 선물의 목록이 바뀌길래 

도대체 뭐가 갖고 싶냐고 다 써보라고 했더니 무려 6개나 적어내는군요.

산타는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도 존재할까요?

저는 산타에게 선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공무원 아버지 월급으로 애 셋키우느라 헉헉대던 어머님께

크리스마스의 로망을 채워줄 여유라곤 없었으니까요.

착한 일을 하면, 산타가 선물을 준다고 아이들에게 말해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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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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