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창 무르익은 요즘,
어딜가나 아름다운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눈과 마음이 즐겁다.
아이들의 미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키운다는 의미에서
여름은 정말 고마운 계절이 아닐까.
6월에 이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던 수국은
말라가는 과정에서도 묘한 매력을 잃지 않았다.
올해는 마당에 핀 수국이 시들 즈음,
거실에 걸어두고 드라이플라워를 만들었는데
딸과 나의 13년간 수국 스토리에 이젠,
'말린 수국'에 대한 감성까지 하나 더 추가되었다.
6학년이 된 딸아이는 이제 자기만의 꽃, 하면 수국을 떠올리는지
1학기 미술 수업에 있었던 <재활용품으로 꽃 만들기> 수업에서
또 수국을 주제로 그림을 완성해 왔다.
저학년 때 그리던 수국과 달라진 점은, 주제가 되는 꽃 이외에도
수국이 한창 필 때 비가 내리는 계절감을 함께 표현하거나
서브 남주(?)가 되는 개구리를 등장시키는 등 좀 더 표현이 풍부해 진 것이다.
같은 꽃 그림을 통해 몇 년 사이,
아이가 부쩍 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중학생이 되면 또 어떤 수국을 그려올까?
다음은 연꽃.
지난 7월, 부산 친정에 다니러 갔을 때
엄마, 아버지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기장에 온 가족이 놀러갔을 때 일이다.
도로 좌우에 큰 규모로 연꽃들이 수도 없이 피어있는 곳을 구경했다.
올해 병원 생활을 몇 달이나 하셨던 친정 아버지는 이곳을 무척 좋아하시며
손주들과 아들, 딸, 사위와 함께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 하셨다.
신비한 느낌이 드는 연꽃들 주변을 오래 산책하면서
어린 아이들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이 벌써 추억이 되어 아련하기만 하다.
올해 많은 일을 겪은 우리 가족의 평안과 아버지의 건강을
마음 속으로 소원하며 바라보았던 연꽃..
이제 연꽃만 보면 이날의 추억이 두고두고 생각날 것만 같다.
미술을 좋아하는 딸아이의 친구들 중엔 유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이 많은데,
재활용품으로 꽃 만들기 시간에 특이하게 '수련'을 주제로 그린 친구가 있어
사진을 찍어 남겨 두었다.
단순하게 표현했는데도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여러 색의 수련이
아름답고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여름 꽃 하면,
뭐니뭐니해도 해바라기가 아닐까.
생협 친구들과 가꾸는 텃밭에 오랫만에 가 보니,
봄에 심은 해바라기 씨앗이 여기저기 수도 없이
사람 얼굴처럼 크고 노란 꽃으로 피어 채소들 주변을 지키고 있다.
어렸을 적 살았던 집 뒷켠에 어른 키 보다 더 큰 해바라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 때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강렬한 노란색으로 뜨거운 햇볕 아래 서 있는 해바라기는
그 어떤 꽃보다 여름이란 계절을 많이 닮았다.
8월에 들어선 요즘은, 예쁘고 샛노란 꽃잎은 온데간데없이
까맣게 타들어간 듯한 동그란 부분만 남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이 또 신기하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씨앗을 몇 알 찾아낸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두꺼운 상자의 한 면을 이용해 만든 꽃 그림인데,
배경에 여러 무늬를 넣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색종이만으로 해바라기 꽃을 표현한 아이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여백의 효과였을까?
텃밭에서 보았던 커다한 해바라기의 존재감이 이 그림에서도 느껴졌다.
소박한 색종이 작품이지만, 아이다운 그림이라 사랑스럽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계절인 이 여름.
아이들의 미적인 감성도 충만해지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여름만의 감성을 담은 그림을 그려보고,
재밌는 글도 많이 써 보며
남은 방학을 알차게 보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