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된장국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고,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해 감상문 제출하기"
일본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딸아이의 올 겨울방학 숙제였다.
일본은 초등 5학년부터 가정과 공부를 시작하는데, 지난 한 해동안은 주로
재봉틀로 앞치마 만들기와 기본적인 가정식 만들기 등을 실기로 배웠다.

초등 고학년의 가정과 교과서에 실린 사진.
일본인 식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밥과 된장국을 만드는 방법과
전통적인 밥상 차리기와 식사 예의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5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실습을 통해 이미, 밥짓기와 된장국 끓이는 수업을 했는데
방학을 이용해 그동안 배운 것을 아이들이 집에서 다시 연습해 보는 의미로
이런 과제가 나온 모양이다.

교과서에는 된장을 끓이기 위해 필요한 재료 손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었는데, 다시 국물을 내기위한 멸치 손질하는 방법이나
채소 써는 방법에 대한 그림들이 깨알같다.
동북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과 된장에 대한 공부는 사실, 아이가 5학년이 된 후
다양한 형태로 1년 내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뿐 아니라, 벼를 실제로 심어 키운다는 사실!

일본 전국 어디서나 초등학교에 가면 고학년 교실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봄에 이렇게 아이들 각자가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곳에 모내기?라 해야 하나..
벼 모종을 심어 가을까지 키운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집에 가져와서 돌보며 자라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해
그림과 함께 관찰일기를 써 가는 것이 방학숙제다.

역시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즐겁고 뿌듯할 때는 꽃이나 열매를 맺을 때인 것 같다.
진흙 투성이 속에 심은 가느다란 풀 한 포기같았던 것이, 뜨거운 한여름을 지나면서
이삭을 맺기 시작할 때, 우리 식구들은 모두 "오오오...."하며 놀라워했다.
완전 초보농부인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대로 키웠을 뿐인데도, 알알이 맺힌 이삭들로
고개를 점점 떨구면서 논에서 흔하게 봐왔던 벼다운 비주얼을 완성해가는게 어찌나 신기했던지.
사진은 아이가 벼의 성장을 그린 관찰일기의 한 부분인데
조금이라도 이삭을 많이 맺게 하려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놓아가며
변화된 부분을 기록할 때는 그 옆에서 꼼꼼히 관찰하곤 했다.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가을볕이 한창 따사로울 때면 교실 창문에 이렇게 수확한 벼를 말리는데
작년 가을 수업참관에 갔을 때 교실 뒷쪽에 서서 수업을 보는 내내
이 벼 냄새가 어찌나 나던지..^^
시골에 가면 늘 맡곤 하던 마른 풀 냄새라고 해야 하나, 뭔가 그리운 옛날 냄새가
2010년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실에 가득해서
웃음이 터지는 걸 겨우 참았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교실에 하루종일 있으면 볏짚 냄새 안 나냐고 물었보았더니,
장난 아니게 많이 난다고..ㅎㅎ
볏이삭을 노리고 참새들이 어찌나 많이 날라오는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참새 쫒느라 난리란다.
사진 속 윗쪽을 보면 재활용 CD를 많이 매달아뒀는데,
그래도 엄청 먹어치워서 남은 게 별로 없다며 속상해 했다.
벼농사의 어려움을 아이들이 그야말로 몸소 체험한 셈이다.

전기밥솥에 지은 밥과 함께, 아이가 겨울방학 숙제로 만든 된장국 사진이다.
감자, 당근, 양파를 듬뿍 썰어넣어 끓인 따끈한 된장과
김이 솔솔 나는 금방 지은 쌀밥을
네 식구가 맛있게 둘러앉아 먹으며,
"이런 게 진짜 공부인데.." 하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소비하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자라는지,
또 그 재료들이 사람의 고단한 부엌노동을 거쳐 한 끼의 식사로 만들어져
내 밥상 앞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지.
이렇게 큰 공부를 말로만, 책으로만 한다고 알 수 있을까.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이런 공부를 초등부터 고등 교육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누나가 만든 밥과 된장을 먹으며 7살 둘째는
자기도 빨리 5학년이 되서 이런 숙제 해 보고 싶다고 그런다.
그래. 엄마도 아들이 만든 밥이랑 된장 얼른 먹어보고 싶네, 5년 뒤를 기대하마^^
삶과 밀착된 이런 공부로 각 교과과정이 꾸려진다면
아이들이 많은 것들을 좀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을텐데..
진짜 교육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밥과 된장국 만들기' 숙제였다.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해 감상문 제출하기"
일본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딸아이의 올 겨울방학 숙제였다.
일본은 초등 5학년부터 가정과 공부를 시작하는데, 지난 한 해동안은 주로
재봉틀로 앞치마 만들기와 기본적인 가정식 만들기 등을 실기로 배웠다.
초등 고학년의 가정과 교과서에 실린 사진.
일본인 식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밥과 된장국을 만드는 방법과
전통적인 밥상 차리기와 식사 예의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5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실습을 통해 이미, 밥짓기와 된장국 끓이는 수업을 했는데
방학을 이용해 그동안 배운 것을 아이들이 집에서 다시 연습해 보는 의미로
이런 과제가 나온 모양이다.
교과서에는 된장을 끓이기 위해 필요한 재료 손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었는데, 다시 국물을 내기위한 멸치 손질하는 방법이나
채소 써는 방법에 대한 그림들이 깨알같다.
동북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과 된장에 대한 공부는 사실, 아이가 5학년이 된 후
다양한 형태로 1년 내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뿐 아니라, 벼를 실제로 심어 키운다는 사실!

일본 전국 어디서나 초등학교에 가면 고학년 교실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봄에 이렇게 아이들 각자가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곳에 모내기?라 해야 하나..
벼 모종을 심어 가을까지 키운다.
여름방학 동안에는 집에 가져와서 돌보며 자라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해
그림과 함께 관찰일기를 써 가는 것이 방학숙제다.
역시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즐겁고 뿌듯할 때는 꽃이나 열매를 맺을 때인 것 같다.
진흙 투성이 속에 심은 가느다란 풀 한 포기같았던 것이, 뜨거운 한여름을 지나면서
이삭을 맺기 시작할 때, 우리 식구들은 모두 "오오오...."하며 놀라워했다.
완전 초보농부인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대로 키웠을 뿐인데도, 알알이 맺힌 이삭들로
고개를 점점 떨구면서 논에서 흔하게 봐왔던 벼다운 비주얼을 완성해가는게 어찌나 신기했던지.
사진은 아이가 벼의 성장을 그린 관찰일기의 한 부분인데
조금이라도 이삭을 많이 맺게 하려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놓아가며
변화된 부분을 기록할 때는 그 옆에서 꼼꼼히 관찰하곤 했다.
일본 초등학교에 처음 갔을 때, 아이들이 이렇게 직접 벼를 키우고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벼는 논에서만 자라는 것 -
이라고, 누가 세뇌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런 굳은 믿음을 갖게 된 걸까.
약은 약사에게, 벼농사는 농부에게...
꼭 이렇게 배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식재료, 그것도 주식이 되는 쌀을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직접 길러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보지 못한 것 같다.
벼는 드...넓은 논에서나 자라는 것,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같은 사람들은 그저 기차나 타고 지나갈 때
멀리서 구경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생각했던 것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이렇게 작은 용기에 키울 뿐이지만,
우리 옆동네 학교에서는 운동장 한 켠에 아주 작은 논을 만들어 거기서 5학년 아이들이
공동으로 벼를 재배한다고 한다.
봄에는 그곳에서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 수확하는 과정까지 모두 참여한단다.

여름방학이 끝난 2학기,
가을볕이 한창 따사로울 때면 교실 창문에 이렇게 수확한 벼를 말리는데
작년 가을 수업참관에 갔을 때 교실 뒷쪽에 서서 수업을 보는 내내
이 벼 냄새가 어찌나 나던지..^^
시골에 가면 늘 맡곤 하던 마른 풀 냄새라고 해야 하나, 뭔가 그리운 옛날 냄새가
2010년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실에 가득해서
웃음이 터지는 걸 겨우 참았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교실에 하루종일 있으면 볏짚 냄새 안 나냐고 물었보았더니,
장난 아니게 많이 난다고..ㅎㅎ
볏이삭을 노리고 참새들이 어찌나 많이 날라오는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참새 쫒느라 난리란다.
사진 속 윗쪽을 보면 재활용 CD를 많이 매달아뒀는데,
그래도 엄청 먹어치워서 남은 게 별로 없다며 속상해 했다.
벼농사의 어려움을 아이들이 그야말로 몸소 체험한 셈이다.
전기밥솥에 지은 밥과 함께, 아이가 겨울방학 숙제로 만든 된장국 사진이다.
감자, 당근, 양파를 듬뿍 썰어넣어 끓인 따끈한 된장과
김이 솔솔 나는 금방 지은 쌀밥을
네 식구가 맛있게 둘러앉아 먹으며,
"이런 게 진짜 공부인데.." 하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소비하는 것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자라는지,
또 그 재료들이 사람의 고단한 부엌노동을 거쳐 한 끼의 식사로 만들어져
내 밥상 앞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지.
이렇게 큰 공부를 말로만, 책으로만 한다고 알 수 있을까.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이런 공부를 초등부터 고등 교육 과정까지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누나가 만든 밥과 된장을 먹으며 7살 둘째는
자기도 빨리 5학년이 되서 이런 숙제 해 보고 싶다고 그런다.
그래. 엄마도 아들이 만든 밥이랑 된장 얼른 먹어보고 싶네, 5년 뒤를 기대하마^^
삶과 밀착된 이런 공부로 각 교과과정이 꾸려진다면
아이들이 많은 것들을 좀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을텐데..
진짜 교육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밥과 된장국 만들기' 숙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