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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즉석에서 만들어진 이불터널놀이. 집안장난감이 총출동^^>>

 

 

잠들기 전에 되도록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

우리집은 저녁을 일찍 먹는 편입니다.

어제 읽은 이불터널놀이 기사(http://babytree.hani.co.kr/?mid=media&category=57393&document_srl=90721)가 생각나 의자 두 개를 두고 그 위에

이불을 대충 펼쳐줬더니,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게 놀이판을 벌이더군요.

작은 아이는 자기 장난감을 부지런히 가져다나르고

열살 큰 아이는 이불 앞에 <00와00의 비밀기지>라고 써 붙이고

흔들면 종소리가 나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 손님이 오면 벨소리로 대신한다하고

이 비밀기지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몇 가지나 써 붙이고

"지금, 우리는 없습니다"같은 팻말도 써 붙이는데...

 

한 두시간동안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불 한 장을 비밀기지로 변신시키는데 신이 난 건 좋지만 

너무 흥분한 아이들을 침실로 끌고가 재우느라 정말 고생했답니다.

 

아침에도 일어나 작은 아이는

이불 터널 안에서 아침밥을 먹고

"사과 배달왔어요!"하고는 이불에 달린 종을 울리며 깍은 사과접시를 넣어줬는데

그때 이불터널 옆에서 아침을 먹던 큰아이가 하는 말,

"사각사각거리는 소리밖에 안 들리네."

같이 아침을 먹던 아빠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불에 가려져 아이 얼굴이나 몸은 보이지 않는데, 사각거리며 사과먹는 소리가

리얼하게 이불 밖으로 들려오는데 그게 어찌나 우습던지ㅎㅎ

유치원 가면서도 절대 이불 치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갔습니다^^

 

아이들 놀이를 가만 들여다보면

참 놀랍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지난 주에 읽은 <나의 운명사용설명서>라는 책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이

브리콜라주였는데, 한정된 자료와 용구를 가지고 최고의 솜씨를 발휘해내는 걸 말한다는 군요.

어떤 조건에서도 사물들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끌어내는 기술과 재능!!

그러니까 자신의 운명이나 팔자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고의 삶을 이끌어내 보자!

아이들에게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기 전에 나부터 그렇게 살자.

 

이상, 아이들의 이불놀이를 통해 본 오늘의 육아기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불 한 장으로 수많은 놀이와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와 함께 하는 우리의 일상이 즐거워질 수 있으려면

역시 아이들에겐 시간과 공간의 여백이 있어야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 여유가 있을 때 자기 삶을 좀 더 창의적인 시공간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베란다 밖으로  와르르 깔깔깔 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와 내다보니

아파트 옆 어린이집 아이들이 공원에 단체로 놀러왔나 보네요.

포근한 겨울 아침과 노오란 은행잎과  아이들 웃음소리가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있죠.

마흔이 넘은 엄마도 젤 간절한 선물이 '시간'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만들어줘야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좀 더 창의적이고 진화된 이불놀이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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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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