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베낭여행'이란 신선한 주제로

여행기와 육아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소희 씨의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그리고 절실하게 공감했던 구절은

여행지였던 터키의 매력도, 엄마작가의 풍부한 감성도 아닌,

의외의 부분에서였다.


"철저하게 식욕이 없는 아이를 2년 반 가까이 억지로 밥을 먹이면서,

식욕이 없다는 것도 일종의 장애와 마찬가지여서

주위 사람의 끝없는 인내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이 다 음식에 호감을 지닌 것은 아니며,

어떤 인간은 며칠씩 굶어도 여전히 음식이 이물스러울 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날은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차라리 두려운 적도 있었고,

어떤 날은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나의 잘못인 양 여겨지는 날도 있었다."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중에서 -


'잘 안 먹는 아이'에 대해 그동안 수없이 들어온 말과 글 중에, 내가 가장 공감한 글이었다.

그랬다. 우리 큰아이도 정말정말 안 먹는 아이였던 것이다.

위의 글을 우리 아이의 경우에 적용해 다시 쓴다면,

"... 6년 반이 넘게 억지로 밥을 먹이면서 ...

어떤 인간은 대부분의 인간이 호감을 느끼는 음식 앞에서도 고개를 돌리고 ...

몇 끼를 굶는다해서 식욕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6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고...

남들은 그런 우리 아이를 보며 '엄마가 식습관을 잘못 들여서'라는 눈빛으로

나를 흘끔거리며 보곤 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장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또 '잘 안 먹는' 정도의 수준과 종류도 워낙 다양해서 분류도 필요하다.

특정한 음식만 잘 먹고 편식하는 아이.

과자나 단 것, 과일 등 식사보다는 간식만 좋아하는 아이.

먹는 양이 적고 씹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

그리고 마지막, 가장 어려운 케이스가

선천적으로 식욕이 부족하고, 먹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모든 문제가 그렇듯

'잘 안 먹는' 것으로 그치는 1차적인 문제만이라면 대부분 큰 문제는 없다.

잘 안 먹는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생기는 2차적인 문제는

직접 겪어본 부모라면 잘 알겠지만,

아이의 몸과 마음의 건강, 인간관계, 사회성 등 다방면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아이도 그랬지만, 먹는 양이 적은 아이들은 변비에 걸리기가 참 쉽다.

단순히 변을 뜸하게 보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벼운 수준부터

소아변비 진단을 받고 관장약 없이는 변을 보기 힘들거나

이런 시기가 장기화되면 치질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뱃속이 불편한 아이들은 그나마 있던 식욕도 잃기 쉬워, 더 안 먹게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훈계와 잔소리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는다.


만2,3세 정도까지는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일시적이겠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는 만4,5세 이후가 되면

'잘 안 먹는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기관에서도 불편한 시선과 비난섞인 잔소리를

참 많이 듣게 되어 '먹는문제'와 연관해서는 자신감을 잃기도 쉽다.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큰아이의 부족한 식욕을 목격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인 나는 참 슬프고도 지겨웠다.

- 와.. 밥을 그렇게 조금밖에 못 먹어?? 그렇게 먹고 어떻게 살아??

- 헉. 사탕, 초콜릿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다니!

   (생크림 케잌 앞에서 이걸 어떻게 다 먹냐며 우는 걸 봤으면 뭐라 했을까..

    과자나 인스턴트 음식이라도 좋으니 많이 먹기만 했으면..)


솔직히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별로 쓰고 싶지가 않았다.

이젠 몇 년 세월이 지나 '그땐 그랬지'하며 얘기할 순 있지만,

그 시절이 너무 길고 실제로 일어난 2차 문제들로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첫아이의 유년기를

왜 그런 문제들로 힘들어야만 했을까, 지금도 원망스러울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잘 안 먹는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 남일 같지가 않다.

참 이 주제만큼은 당사자의 심각함과는 상관없이

'크면 다 먹게 되어있다' 식의 말들로 귀결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아이에 따라 시간이 차이나긴 하지만

크면서 식욕이나 입맛도 변하고(성장하고) 잘 먹게 되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아이와 엄마가 '지금 잘 안 먹는' 이 시기를 잘 견뎌내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과 조언과 위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경험과 사례에 불과하겠지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써보는데

뭐 그런 것까지.. 유난스럽게.. 하는 의견이 많을 거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다 궁리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을만큼 당시의 나에겐

참고가 될만한 정보도 주변의 사례도 없었고, 무엇보다 절박했다.

적응이 채 덜된 외국살이에서 처음으로 낳은 아이여서 혼자 아둥바둥했던 흔적들일지도 모른다.

금방 효과를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하며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과 몸을 오랜 시간 자세히 관찰하다보니,

아이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서두가 너무 길어 죄송.. 이제 실전에 들어가 보자.^^


1. 음식과 연관된 그림책 함께 읽고 즐기기

- 한국에도 요즘은 이런 영유아 그림책이 제법 많이 나온 듯. 이런 책읽기가 아이의 식욕으로

금방 연결되진 않지만, 먹는 것을 다룬 그림과 이야기를 아이들은 무척 즐긴다.

식사시간 전, 식욕을 돕는 의미로 한 두 권 함께 봐도 좋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한 흥미를 위해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 어떨까.

우리 아이의 경우, 음식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봤다. 아쉽게도 식욕 따로, 그림책 따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도움이 되었고, 특정한 음식은 책읽기를

계기로 좋아하게 된 적도 있다. 엄마가 음식을 다룬 그림책 목록만 따로 정보를 모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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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음식을 주제로 한 장난감 /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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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하면 먹는 것에 호기심이 생길까 고민하다 시도해본 천으로 만든 음식 장난감.
소꼽/부엌놀이에 한참 열광할 무렵, 아이 생일 때마다 몇 개씩 만들어서 선물하기도 하고
유치원 바자회 때 운좋게 몇 개 사기도 해서(인기가 많아 금방 팔린다) 이렇게 모였다.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도 너무 잘 가지고 놀았는데, 실제로 먹는 양은 늘 적었지만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관심, 흥미만큼은 4-7세까지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지점토로 음식 만들기 놀이도 정말 좋아했는데,
아이 아빠와 나에겐 너무 많이 해서 지겨웠던;;^^ .. 추억 속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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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와 함께 요리를. 부엌을 육아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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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와 함께 요리하는 내용을 다룬 육아책이나 블로그도 참 많은데
그런 내용을 우리 아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면 좋겠다.
큰아이를 키우면서 요리책을 정말 많이 보았고
레시피나 요리방법 외에도 아이와 요리할 때의 구체적인 조언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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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스스로 만든 음식은, 만들어주는 음식보다 더 잘 먹게 된다.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 뿌듯함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먹는 것에 좀 더 적극적이게 되는데
딸아이들은 이쁜 식기나, 먹는 분위기 등도 취향대로 맞춰주면 엄청^^ 기뻐한다.
사진만 보면 어디를 봐서 '잘 안 먹고 부모 속 썩이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사진 속의 현실은 좀 많이 달랐다. 저 때만 해도 철이 많이 들어서 제 딴에는 열심히
먹는다고 노력하는데 남기는 게 대부분이라, 마지막은 언제나 엄마의 한숨으로 마무리..

4. 가끔은 먹는 환경과 분위기를 바꿔본다- 바깥이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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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의 사진인 걸 보면 이때는 거의 안 먹는 문제가 해결되었을 무렵이지만,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내가 아이들의 식욕을 위해 중요시하는 키워드는  "바깥"이다.
아이들은 신선한 공기와 바람, 햇빛을 받으며 일단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런 뒤에 먹는 음식은 실내에서만 머물 때와는 많이 다르다.
해가 떠 있는 시간동안은 대부분 밖에서 보내는 게 기본이었고, 주먹밥이나 과일같은 걸 싸가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하나씩 꺼내먹이곤 했다.
밖에서 많이 놀지 못한 날은, 베란다에서라도(일본 아파트의 베란다는 이중창이 없어
야외 기분이 나는데) 상을 차려 먹곤 했다.
바깥과 더불어 친구, 손님 역시 아이의 식욕을 돋구는 중요 키워드인데
이것 조차 잘 안 통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시도해 보길.

5. 아이와 어른이 함께 요리 모임 또는 맛집탐방 모임 등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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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덕에 꾸리게 된 생협요리모임.
아이가 고학년이 된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이 모임에서 만든 <당근드레싱&닭 가슴살 샐러드>인데
그렇게 안 먹던 아이가 12살인 지금은 저 많은 한 접시를 다 비운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한 순간에 다 받는 느낌이 든다.
옛날엔 왜 그랬어?? 싶을 만큼, 이제 아이는 많이 가리지도 않고 잘 먹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잘 안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각이 예민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학습이나 취향 면에서도 보면 미각 뿐 아니라 후각이나 시각, 청각 등
대부분의 감각이 참 예민한 편인데 그런 점이, 먹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이 아이에겐 음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쩜 그리도 오래.. 하며 원망을 하고도 싶지만,
정말 안 먹던 그 시절, 엄마인 나에게 필요했던 건  "왜 안 먹는 거지??"에 대한 답 보다는
"그냥 이 아이는 이런 아이"라는 인정과 받아들임이 아니었을까.

10여년만에 내가 얻은 깨달음처럼,
오소희 씨도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결론지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문제들은 자꾸 쳐다보고 해결하려 애쓰는 것과 상관없이 아주 느리게,
눈에 뛸 듯 말 듯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그 문제에의 처방은 기다림과 되풀이 외에 달리 없다는 것도 터득했다.
이 모든 과정은 아이에게도 내게도 시간과 성숙을 필요로 했다."

생각해 보면, 분명 몸 고생 마음고생하기는 했지만
내가 얻은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 덕분에 요리 실력이 그 이전보다 말도 못하게
좋아진 것, 예민한 아이의 입맛 덕에 나도 좋은 식재료에 대한 식별력이 생긴 것,
부엌육아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풍부한 경험을 하게 된 것,
무엇보다 인간에게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잘 먹고 건강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큰아이를 키우며 쌓인 이런 노하우는 둘째키우기에 100% 활용되고 있다.
둘째는 아들에다 식욕 하나만큼은 타고난 아이라 수월하긴 하지만,
단 하나. 채소(특히 푸른색 채소)를 너무 안 먹어서 늘 골치였다. 나물이나 익힌 것은 잘 먹는 편인데
생 채소 먹기를 너무 싫어한다. 누나 때처럼 언젠간 먹겠지.. 여유를 가지긴 하지만
크면서 점점 건성피부가 되는게, 혹 먹는 것 때문은 아닌가 싶어 고민이 될 때가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
1년에 채소 한 가지만 더 늘어도 그게 어디야 -
와 같은 아주 낮은 목표로 조바심을 덜려고 했다. 너무 싫어하는 채소는 입에 대고
쪽- 하고 뽀뽀만 하는 것으로도 폭풍칭찬을 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했다.
결과는 올 한해 동안, 배추, 양배추, 피망, 부추, 이 네 가지 채소를 아주 즐기며
잘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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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식욕이 있는 아이라, 전체적으로 맛이 좋으면 싫어하는 게 조금 섞여있어도

멋모르고 먹게 된다. 그리고 배고플 때, 함께 먹는 상대가 있으면 더 잘 먹는데

돼지고기 완자에 아이가 잘 안 먹던 피망을 엄청 넣어 만든 음식에다가

당시 아이의 관심사와 연관있는 소품을 더하니 그 자리에서 이 많은 걸 다 먹어치웠다.

운동회가 한창이던 때, 아이의 관심과 흥미는 만국기^^

완자에 꽂아 배고프다 아우성일 때, 한 접시 주니 누나랑 나라와 국기 맞춰가면서

아주 즐겁게 냠냠.. 때론 동심을 이용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ㅎㅎ


잘 안 먹는 아이 키우기.

나에겐 이미 완결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인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아이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정도라면, 일단은 좀 더 여유를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아이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평생 먹는 것과 함께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한때 잠시 안 먹고 싶은 시기가 있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고싶어 고민일 때도 있고, 음식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는 한 시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가 나는 시기라거나 바깥놀이의 즐거움에 너무 흠뻑 빠져서라거나

몸이 미묘하게 변하는 시기 등 그저 자연스러운 성장의 한 과정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단, 변비 문제가 생긴다거나 또 다른 2차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와 먹는 문제와 연관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모가 잘 안 먹는 아이를 키울 때, 그 아이가 잘 먹게 되는 순간만을 골인 지점으로 삼지 말고

잘 먹게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꾸준히 신경을 썼으면 한다.

언젠가 아이들을 다 키운 생협의 선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렇게 안 먹어서 내 속을 썩히던 큰아이가 요즘 너무 잘 먹는다며, 이젠 유아기도 아니니

예전만큼 먹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래서 참 편하다고 그랬더니

그 선배엄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만18살까지는 아이들 먹는 거 신경 많이 써야 돼.

  여자아이들은 더더욱 그렇잖아. 나중에 엄마가 될 아이들인데."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잘 먹느냐 아니냐를 떠나, 아이와 음식은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되는 일이라는 걸.

먹는 것은 우리 아이의 생명과 직결된 육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 걸.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먹는 것에 여러 문제를 겪더라도

만18살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많은 일들 중 하나라 생각하면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이유식 몇 그램, 목표대로 잘 못 먹였다 해서 큰 일이 나는 건 아니다.

키와 몸무게, 분량과 음식 가짓수에 대한 고민땜에 머리가 아플 때면,

아이 손을 잡고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시장이나 텃밭에서 채소 구경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친구랑 함께 따뜻한 밥 냄새를 킁킁 맡으며

우와..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천천히, 하나씩하나씩,

하나의 맛에서 또 하나의 맛으로

그렇게 만18살까지 아이와 함께 맛의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음식과 함께 하는 일상을 즐겨보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그런 여유와 정성을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잘 먹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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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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