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키우는 일이 너무 힘들고 절망적이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가?
책 속에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마음 속으로 서슴없이 "네!!!"하고 소리치는 자신을 느끼며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딸 둘을 키워보는 게 꿈이었던 제가
얼떨결에 아들과 함께 산 지 만 4년이 되었어요.
이젠 좀 요령도 생기도 마음을 많이 비웠지만, 지난 4년은 너무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고집이 말도 못하게 세고, 제멋대로이고 먹는 건 또 얼마나 밝히는지
혼자 많이 차지하려고 한꺼번에 입속 가득 꾸역꾸역 넣고는 욱..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요... 잘 먹는 만큼 힘도 세서 움직이는 순간마다 사건사고가 일어나곤 하는데 1kg가 가까운 꿀병을 들고 설치다가 제 발등에 떨어뜨려 응급실 실려갈 뻔 한 일이나, 장난치다가 제 얼굴이나 머리를 박아 눈이 빠질뻔 한 일이나...
그렇게 덩치도 크고 힘도 좋으면 다른 면의 성장도 빨라야 할텐데
말은 왜 그리 느린지, 배변 훈련은 진짜 밝히기 남사스러울 정도로 늦었답니다.
그래도, 다 이해합니다. 내 자식이니까.
그런데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는 아들의 고질병!
*********** 기다리고 참는 게 안 돼요!!!!!!!!***************
아기 때 안 되는 건 당연한 거고 만 세 살 정도까지도 아직 어리니까 그렇다 치고, 열심히 이해시키고 달래면서 언젠간 될 거라고 믿고 있긴 한데, 아직도 여전히 고집불통.
외출을 할 때 전철을 타면, 타자마자 "아직이야?? 왜 이리 멀어???"
마트에서 장을 보러가면, 바구니 들자마자 "언제 끝나??? 왜 안 나가???"
이런 식.
유치원에 다녀오면, 같은 아파트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거나 친구집에 놀러가기도 하는데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5-10분 정도의 그 짧은 시간도 못 참아 난동을 부리는데
그 현장은 대충 이렇습니다.
잠이 많고 배고픈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이 시간이 딱 배고프고 잠이 오는 타이밍이라 이해하려 해도
늘 이렇게 몸으로 진압?을 하지 않으면 진정이 안 될 만큼, 말로는 안 통합니다.
문제는 아들의 이런 모습을 식구들 외에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거지요.
시댁에서도 가끔 보고는 깜짝깜짝 놀라시는데
유치원에서도 얌전하다고 하고 다른 엄마들에게도 늘 귀여운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이중적인 아들의 모습..
유아는 무척 솔직하고 강렬하고 때로는 재미있게 감정을 경험한다.
그 중 가장 강렬한 감정은 분노로 만2세에서 3세 사이에 최고조에 달한다. 이 시기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
만약 아이의 분노 수준이 지나치다고 생각된다면 인터넷에서 '떼쓰기'를 검색해보라. 어쩌면 당신의 아이는 얌전한 축에 낄지도 모른다. 발달 중인 아이의 뇌에 한 차례 분노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는 유아기에는 아이 스스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책 속의 표현대로 '그토록 쉽게 산산조각이 나는 아이들의 마음'이란 말처럼
그런 게 아이들의 특징이란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어쩌면 유치원이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참고 있던 것들이 집과 엄마라는
익숙한 곳에서 폭발하는 것이니, 제대로 적응할 때까지 잘 설명해 주고 기다려주자 했지만
1년이 가까운 얼마전까지 점점 더 심해져만 가는 듯;;
그럴수록 다른 사람들과 유치원 버스 앞에서는 초얌전 모드.
남들 앞에서는 저리 얌전한 척.. 순한 양이 되는 아들.. 어쩔 땐 얄미울 정도랍니다;;
아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정작 자신의 태도는 전혀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은 자신이 아닌 아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태도는 대개 이런 식이다. 나 같은 컨설턴트의 말을 예의있게 잘 듣고 나서 "이야기는 잘 들었지만 나는 본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실천하지는 않겠다."라고 답하기 일쑤다.
엄마들의 이런 태도는 참으로 안타깝고 또 모순된 것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단 걸 스스로 잘 알면서도 그에 필요한 변화는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책 속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많은 육아책을 읽어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옳은 이야기란 걸 백만 번 공감해도 그에 필요한 변화, 노력은 결국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요. 육아도 습관같은 거라서 자신만의 육아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지요.
아들이 태어난 뒤로 많이 적응하긴 했지만
이 작가가 주장하는 말처럼, 남자 아이들이 느린 게 아니라 여자 아이들이 성장의 여러 부분에서 너무 빠르게 향상되기 때문에 아들들이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말이 맞다 싶어요.
비교하지 않는다 하면서도, 툭하면
누나는 이맘 때 이랬는데, 이런이런 것도 했는데, 말로 모든 걸 이해했는데 -
그런 식으로 딸의 성장속도에 맞추려고 한 건 아닌가 반성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아들은 아들만의 방식과 속도가 있다는 것 - 더 많이 천천히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려보리라 마음먹습니다. 떼쓰기와 고집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는 있으니까요..
아들을 다 키우고 나면 내 몸 속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
"고집불통에다 먹보에다 ,, 내가 너땜에 못 살아!"
아들한테 이렇게 소리치고 있으면,
옆에 있던 딸아이가 시크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좋아하지?"
헉! 딸아이의 이 한마디에 엄청 뜨끔했다는;;
힘들어하는 만큼 이뻐서 물고빨고 하는 거, 첫째에게 안 들키려고 무지 노력했는데
다 들키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