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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바쁜 12월이다.
생협 모임 엄마들로부터 슬슬 12월 모임을 준비하자는 문자를 받은지
한참 지났는데도 간단한 답글 하나 보내기가 힘들만큼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마음같아서는 <삼시세끼>처럼, 좋은 사람들과 한 곳에 모여 하루종일 수다떨면서
한 끼 먹고 치우고, 또 한 끼 먹고 치우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하루를 즐기고 싶은데,
해마다 이 좋은 시기를 뭔가에 쫒기듯 이렇게 지내고 마는게 가끔은 화가 날 지경이다.

그래도! 생협 친구들은 이 바쁜 와중에도
꽤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내내 핸드폰으로 '문자 회의'를 하며, 메뉴를 의논하고 재료를 분담하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정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

1. 모두 모일 수 있는 알맞은 공간을 정하고,
  - 우리 생협 모임은 우리가 사는 지역의 주민센터에, 시민 모임으로 가입해 그곳 조리실을
     무료로 빌려서 쓴다.(동네 주민센터인 일본의 '공민관'에는 조리실습실이 갖춰져 있다.)
 2.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 시간이 없거나 요리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을 때는, 각자 음식을 분담해서 만들어오거나
     회비를 거둬 한꺼번에 사서 장만을 할 수도 있다. 참가하는 사람들의 시간여유나 상황,
     모이는 장소와 아이들의 연령에 맞춰 음식을 준비한다.
3. 12월과 크리스마스다운 장식(트리, 소품, 음악 등)으로 분위기를 낸다.
   -  이 날은 마침 모임장소였던 주민센터에서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이벤트가
      있어, 엄마들이 음식을 만드는 동안 아이들은 거기에 참가해 여러가지를 만들었다.
      위에 있는 사진 속의 색종이로 만든 리스가 바로 그때 만든 것.
4.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놀이나 이벤트를 계획해 본다.
   - 모처럼 모인 친구들과 뭔가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없이 즐기는 것도 좋지만,
     1년에 한번쯤은 소박하더라도 작은 '서프라이즈'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써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올해는 엄마 중 한 사람이 싼타 모자와 수염을 달고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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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제일 먼저 한 일은 자기가 먹을 피자는 자기 손으로 만들기.
반죽을 밀대로 밀어 소시지, 야채, 치즈 등 토핑을 해서 오븐으로 고고씽.
부엌육아 경력 4년째인 6살 아들, 피자가 제일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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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아이들은 놀이실에서 노는데
육아모임을 오래 해서 젤 좋은 한 가지는,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이 모임의 흐름을 몸으로 익혀 자연스럽게 즐긴다는 것이다.
모든 재료를 미리 계획하고 직접 구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도 아이들을 돌보면서 함께) 너무 힘들지 않냐며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몇 년이나 오래 하다보니, 집에서 혼자 밥을 해서 두 아이 먹이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그만큼 엄마들은 이런 일에 충분히 익숙해졌고, 아이들 역시 이 모임에 가면
어떻게 놀고 즐길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체화되었다고 할까.
여기만 오면 엄마 곁에서 보채거나 징징거리는 아이없이
다들 엄마랑 뚝 떨어져서 친구, 형아 동생들과 따로 또 같이, 너무너무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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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실에서 각자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모습.
1-3세, 모임의 최연소 그룹에 속하는 이 아이도 엄마 없이 너무 잘 노는데
요리하다가 엄마들이 교대로 가끔 이렇게 놀이실에 순찰(?)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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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티의 메인요리는 소금, 후추, 마늘다진 것, 허브 조금만으로 구운 닭고기.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고 잘 먹었다.
많이 먹고도 더 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닭 한마리를 해체하는 엄마들의 바쁜 포크질..^^
간단한 재료와 조미료만으로도 직접 만들어먹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고 훌륭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이 날의 요리.
아.. 사진으로 보니 또 먹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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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고 난 다음 있었던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서프라이즈는
맘에 드는 선물 고르기였다. 포장만으로 안에 뭐가 들었는지 상상하며 아이들이 직접 고르기.
집에서 아직 새 것이지만 쓰지 않는 연필, 공책, 책받침 등의 학용품이나 메모지, 스티커 등을
모아 급하게 포장만 대충 한 것들이었다.
이것저것 만져보며 내용물을 알아맞추는 아이들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런 선물에도
무척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고심 끝에 고른 선물포장 속에서 나온 색연필로 연습장에
즉석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며 또 한참을 즐겁게 놀았다.

아이들 선물뿐 아니라, 엄마들도 선물을 하나씩 나눠 가질 수 있었는데
새 행주나 랩 같은, 이것 역시 집에 쌓아두고 쓰지않았던 물건을 모아서 포장만 한 것.
나도 행주 두 장을 받아왔는데 주부는 이런 것만으로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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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비해 간 크리스마스 선물은 불고기 양념!

올해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생협 친구들에게 늘 도움만 받은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 파티였던 이 날도 둘째가 유치원 행사가 있는 날이라

음식이 거의 다 준비됐을 즈음에 도착했는데도 늘 그렇듯 반갑고 살갑게 맞아주었다.

불고기를, 음식점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고 여기는 일본인들에게

본토 출신의 한국인이 만들어주는 이 양념은 언제나 환호를 받는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한일간의 관계에 부디 새싹이 돋길..
불고기 양념아, 니가 어떻게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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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부르고 실컷 놀고 예상치못한 선물까지 받은 아이들은
다시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엄마들은 행복한 디저트&커피 타임을 즐기기로^^
크리스마스 파티니까 케잌이 빠질 수가 없지.
이번에 생협에서 신제품으로 나왔다는 케잌 시식회를 겸해,
모두 4종류의 케잌을 맛보는 사치를 누리기!
올 크리스마스에 엄마들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두 종류의 몽블랑 케잌과 치즈 케잌, 그리고 초코케잌.. 여기 안 오면 어쩔 뻔했어ㅎㅎ
당분과 카페인은 엄마들의 겨울나기 필수품목!

아이 12명, 어른 10명 정도가 함께 한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
만 원을 넘지않는 참가비로도 이렇게 풍성한 시간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계절이지만, 한나절 함께 모여 잠시 시간과 음식을 나눈 것만으로도
남은 12월을 흐뭇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힘을 얻어온 듯 하다.
여전히 어수선하고 한숨나는 2014년의 막바지지만
소박하더라도 좋은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며
12월의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맛나는 음식이라도 나눠먹으며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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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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