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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동대문 씨제이푸드월드에서 사이좋은 세 자매. 

 

우리 부부는 평소 주변 사람들한테 ‘금슬 좋구먼!’ 이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하긴 아이 셋이나 낳았으니 그렇게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도 알고보면 ‘쇼윈도우 부부(?)’다. 실상은 다르다. 내가 ‘출산드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슬픈 얘기지만, 바로 그 죽일 놈의 ‘타율’ 때문이다.

결혼 9년. 3년에 한번 꼴로 출산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하늘을 자주 봐서…’ 많은 이들이 이렇게 추측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하늘을 본 횟수’와 ‘별을 딴 횟수’가 별 차이가 없다는 비참한 실상을 누가 알아주랴. 첫째, 둘째, 셋째 낳고 모유수유를 하면서 갓난 아이 재우느라 오랜 기간 따로(?) 지내다 어쩌다 한번 기분 좋게 술 한잔 하고, 잠자리에 들면 그게 바로 임신으로 이어졌다. 좋게 생각하면? 속궁합이 잘 맞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구나. 쩝~


이런 9할에 가까운 경이적인 ‘타율’ 덕분에 첫째는 결혼 2개월 만에 신혼 생활을 즐기지도 못한 채 갖게 됐다. 둘째 역시 계획 없이 첫 아이 낳고 덜컥 임신, 12월생을 만드는 불상사(?)를 경험해야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남편과 나는 남녀 구분 없이 두 명 정도는 낳자는 가족계획을 평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셋째 임신. 2011년 힘들게 ‘베이비트리’ 다이어트 이벤트를 해서 15킬로그램 이상을 감량해서 몸도, 마음도 홀가분한 상태로 한동안 지내고 싶었는데, 그 기쁨을 채 한달도 누리기도 전에 덜컥 아이를 갖고 말았다. 그때 역시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를 즐기고 난 뒤 잠깐의 방심(?)이 부른 화근이었다. 당시 남편은 날씬한 나를 참 이뻐했기에... 심지어 임신 사실을 알고 “억울하다”고 항변하기까지 했다. 또한 바로 공장문을 닫겠다고 공언했다. (18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남편의 공장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임신과 같은 그런 악몽(?)을 겪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셋째 임신으로 인한 경력과 인간관계의 단절, 다이어트 전으로 불어난 체중,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고통 등 2011년 8월 셋째아이 출산 후 지금까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탓이다. (물론 세 아이를 보면, 뿌듯하긴 하지만, 친지와 베이비시터 도움 없이 회사에 다니면서 세 아이 양육까지 담당하는 일은 정말 고되다.) 그렇기에 앞으로 내 인생에서 임신-출산은 더 없게 하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해왔다. 더불어 아예 임신을 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고 굳게 마음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악몽은 또다시 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사전 문진표를 작성하면서부터다. 그 순간 매달 찾아와야 할 손님이 2주째 찾아오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지난 12월3일날 찾아온 뒤, 깜깜 무소식. 정상적이라면 1월 초에 찾아왔어야 했다. 허걱~!


‘그 날, 함께 술을 마시며 위탄3 vod를 본 그날, 12월의 어느날 그 밤에. 실수했나? 설마 하룻밤 실수로 또 다시 아이를 갖게 된 건가?’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손이 떨리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모니터 화면이 모두 검정색으로 보여,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동안 농 삼아 지인들에게 “넷째가 아들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생각해보겠다”고 했었는데 정작 그 농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남편에게 신경질적으로 카톡을 보냈다. “당신이 내 인생 다 망쳤어! 어떻할 거야?”


그런데, 남편의 대답이 더 가관이다. “절대 실수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럼 나는 ‘동정녀 마리아?’란 말인가!!! ((아님, 내가 나쁜 짓???))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당신 건강에 이상 있는 거 아냐? 이사하고 이래저래 신경도 많이 쓰고, 피곤했을 거고. 무엇보다 체중이 불어 그런 거 아니냐”란다. 그 말에 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는 “여튼 두고 봐!!! (나중에 가만 안두겠어.)”라는 독설을 내뱉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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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5시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속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쏜살 같이 약국으로 달려가 임신테스크기를 구입했다. 다행히 곧바로 확인한 결과 한 줄. 임신테스트기 정확도가 95% 이상이라고 하지만, 단 5%의 불상사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불안감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첫 소변으로 검사해야 정확하다는데, 첫 소변도 아니었고. 더구나 다음날 건강검진인데, 어케 해야 할지...


건강검진 때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께 어제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테스트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으면,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방사선을 쐬어야 하는 검사는 다음으로 미루라”고 조언하셨다. 흉부엑스선 촬영, 위조영술, 가슴엑스선 촬영은 결국 하지 못했다.


임신 여부에 대한 가장 정확한 판단은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성격상 또 며칠 마음고생을 톡톡히 할 것임이 분명했다. 18일 퇴근 후 회사 근처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혈액검사로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1만8900원의 거금을 들여 혈액을 뽑았다. 결과는 다음날(19일 토요일) 알 수 있단다. 여튼 임신 여부를 알기 전까지 한동안 마음을 졸여야겠구나... 또한 남편에게 내 신세한탄과 더불어 바가지를 또 한동안 긁어야겠구나...


임신 결과 여부를 기다리는 그 하루가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우리 가족은 지인의 가족과 주말여행 중이었는데 나는 여행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다행히 임신은 아니었고, 그 소식을 들은 토요일 저녁부터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술도 왜이렇게 잘 들어 가는지.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은 것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도 하고, 세 딸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며 건배도 했다. 그리고 재차 다짐을 했다. 다시는 이런 마음졸임을 겪지 않으리라. 절대로!!!!! 남편 역시 공언했다. “정말로 이번에는 공장문을 닫아버리겠다!”

 

그리고, 월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남편은?

아직 공장문을 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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