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58a02151b2df09287bf5c85a24c34. »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요구조건이 많아진 아이. 그러나 말문이 트이지를 않아 제대로 표현을 못하니 짜증도 늘었다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고 재롱이 늘면서 더 사랑스러워진다고 하더니 요즘 하루가 다르게 말귀를 알아듣고 자기 표현을 하는 아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고맙습니다’ 해야지” 하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닫혀있는 방문 앞에서는 작은 손을 동그랗게 만들어 노크를 하고, 코를 잡고 하는 코끼리 흉내며,  조그만 손가락으로 뿔을 만들어 송아지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면 ‘정녕 저 귀욤 덩어리가 내 아이란 말인가!!’ 탄성을 내뱉게 된다.


허나. 이 칼럼이 언제나 그렇듯 반전은 없지 않으니 나날이 성숙하는 ‘바디 랭귀지’에 반해 여전히 ‘엄마’ ‘아빠’도 못하는 아이의 리얼 랭귀지가 언제나 천사를 작은 악마로 만드는 사단이 되고야 만다.


최근 통신사 광고에 나오는 쌍둥이 아가의 대화 “다다다 다다다다 다다다?” “다다 다다다 다다다다다”를 기억하시는지.  우리 아이도 이 ‘다다다’ 언어 사용자다. “인이 오늘 잘 놀았어요?” “다다다” “인이 저녁 뭐 먹었어?” “다다, 코~ 갸갸” 대충 이런 말도 쓴다. 물론 이런 대화야 “아 그래? 인이 오늘도 잘 놀았구나~” 하면서 끝낼 수 있다. 문제는 아이가 무언가 요구할 때다.


말귀를 알아듣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취향과 요구도 까다로워지는 법. 아이는 나름의 취향을 내세운다. 크레용도 파란 색만 쓰려고 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떤 옷은 안 입으려 한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노래 듣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아무거나 불러주면 안되고 꼭 원하는 노래만 듣기를 원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요새 코끼리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고래를 그림책이나 다른 데서 보면 ‘코~’ ‘코~’ 하면서 몸을 옆으로 흔들흔들 한다.  관련 노래를 하라는 소리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팔을 좌우로 움직이며 아니라고 한다. “고래야 고래야 아주 커다란 고래야 고래야~” 뽀로로에 나오는 <고래의 노래>를 불러줘도 역시 아니라고 한다. “9하면 아홉, 고래 아홉 마리가 춤을 주지요” 또 뽀로로에 나오는 숫자송을 불러도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고개만 젓는 게 아니라 “이힝~” 짜증을 부린다.  이런 피드백을 서너번 더하면 아이의 성질은 비명소리 데시빌까지 이어지고 답답한 아이는 마침내 벌떡 일어나 자기가 직접 노래를 해보인다. 이렇게 말이다 “다다다 다다 다다다다~”  -,.-;;;; 답답하냐.... 나도 답답하다....


알아들을 리 없지만(모성이 강한 엄마라면 알아 들을까?) 이걸 못 알아 들으면 드디어 뒤로 넘어가서 떼굴떼굴 구르며 분노의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랑 있으면 하루 종일 이런 소통불가 대화의 반복이다. 덩치도 제법 커진 아이의 떼를 감당하기가 힘이 들지만 웃기기도 하고 또 아이가 좀 안쓰럽기도 하다. 말귀는 다 알아듣는데 저렇게 말이 제 맘처럼 안 나와주니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돌쟁이에게도 존재의 부조리는 있구나, 뭐 이런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처음 아기가 옹아리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아이의 말문이 트이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처음에는 그 병아리 같은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발음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도 싶었고, 또 다른 아이보다 빨리 말을 하는 남다른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가 ‘속 터지는’ 답답함에서 해방돼 원하는 노래도 듣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문이 트이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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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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