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쥬스 2.jpg

 

결혼전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던 강철건각이었던 나지만

결혼 10여년간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운동엔 담을 쌓고 지냈다.

늘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들이 있으니 하다못해 동네 헬스클럽도

맘 놓고 다닐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두 번이나 완주했던 체력은 4킬로 넘는 큰 아들 낳아 키우는데

몽땅 다 들어갔다. 그 후로 태어난 둘째는 다행히 자그마한 딸이어서 수월했는데

마흔에 낳은 셋째는 40년간 근근히 비축해 두었던 마지막 체력까지 다 짜내어 돌봐야 했다.

그리햐야 드디어 38개월만에 막내 젖을 떼던 날, 난 큰 결심을 했다.

이제 나와 남편의 건강에 본격적인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기로 말이다.

 

늘 새벽 다섯시 반이면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에게 나는 결혼 기간 내내

거의 아침을 차려주지 못했다. 애들 뒷치닥거리 해서 재우고 글이라도 한 줄 쓰면

밤 늦게나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남편이 출근하는 이른 새벽엔 도저히 일어날 수 가 없었다.

남편은 한번도 불평을 한 적은 없지만 어쩌다 빵이나 바나나 같은 것을 사다 두면

꼬박 꼬박 챙겨 먹고 나간 흔적을 발견하면서 사실 남편도 빈 속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곤 했었다. 오래 미안했다.

 

그래도 나는 애 엄마니까, 내가 아프면 살림이고 육아고 큰일나니까

건강 상태에 늘 긴장을 하고 살았다. 그래봤자 나쁜 음식 덜 먹고 이따금 요가나

체조 정도 하는것이 고작이었지만 다행히 큰 병 없이 지내긴 했다.

하지만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고 현저히 떨어진 체력이며 오래전부터 찾아온

손 발 저림이 맘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좀 더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한겨레 신문에서 해독쥬스 기사를 읽었다.

흠... 탐탁해 보였다. 무엇보다 몸에 좋은 야채를 푹 삶아서 버릴것 없이 몽땅

섭취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해 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귀차니즘에 빠져있다가 목요판에 한겨레의

두 여기자가 3주간 해독쥬스를 직접 먹어가면서 체험한 후기를 생생하게 올린

기사가 또 나를 번쩍 일깨웠다.

음... 이거 정말 한 번 해볼만 하구만... 게다가 피부가 좋아진다고?? 

 

그래서 막내 젖을 떼던 날 야침차게 해독쥬스를 시작했다.

남편까지 함께 먹을 양으로 야채를 넉넉하게 삶아 사과와 바나나를 더 넣고

갈았다. 꽤 먹을만 했다. 

예전에 건강에 좋다고 해서 먹어 봤던 수많은 건강 음식에 비해서 아주 좋은 맛이었다.

요구르트나 꿀을 넣을 수 도 있다고 했지만 야채와 과일만 갈았을때가 더 나았다.

몇 번 해 먹고 보니 나름 요령도 생겼다.

요즈엔 잘 익은 완숙 토마토가  없어서니 대신 방울 토마토를 넣었더니  더 맛있었다.

양배추와 브로컬리는 겉잎이나 속대까지 하나도 안 버리고 몽땅 쓴다.

껍질까지 가는 사과는 생협것을 쓰는데 정말 맛있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서 저녁에 400밀리를 갈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추어 따끈하게 데워서 내어 준다.

남편은 꼬박꼬박 잘 마시고 나간다. 맛보다도 10년 만에 아내가 챙겨주는

무언가가 생겼다는게 기쁘고 뿌듯한 모양이다.

삶은 야채와 거기서 생긴 물만 넣고 퍽퍽 할때는 생수를 아주 조금만 넣어서

내가 만든 해독쥬스는 쥬스라기 보다는 묽은 죽과 같아서 오히려

이른 아침 공복엔 포만감도 더 있는 편이다.

남편에게 좋은 죽 한 그릇 먹여 내 보내는 기분이 들어 나도 좋다.

 

해독쥬스 마시고 이틀정도 지나자 남편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배변 촉진제 아냐?'

나는 좋은 징조라며 남편등을 떠밀었다. 남편처럼 화장실을 자주 찾는 현상이

내겐 오지 않았지만 대신 정말 스컹크가 된 것처럼 수시로 가스가 나왔다.

여기자들도 아무때나 나오는 가스때문에 민망했다고 적었던데 똑같았다.

 

다행히 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챙겨먹는 일이 힘들진 않다.

술은 아예 마실 일이 없고, 커피도 일주일에 한 두 잔 먹을까 말까 하고

밤 늦은 회식같은 것도 없으니 수월하다. 냉장고에 언제나 토마토, 양배추, 브로컬리, 당근이

있도록 신경써서 장보고 바나나와 사과를 늘 준비해 두면 끝이니 말이다.

한겨레 여기자분들은 해독쥬스를 먹고 나서부터 밥 양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조금씩 빠졌다고 하는데, 요 부분만큼은 나와 다르다.

나는 오히려 밥 맛이 더 좋다.

보통 오래 수유하던 엄마들이 젖을 떼고 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없어진다는데

나는 도대체 맛없는 음식이 없으니 어찌된 일인지... ㅠㅠ

 

해독쥬스 먹은지 열흘이 지났다.

이제 요령이 생겨서 재료를 넉넉히 삶아서 그 상태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을때 적당이 재료를 덜어 갈면 딱 400밀리 정도 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먹을땐 항상 따끈하게 데워 먹는데 먹으면서 내 몸이 정말 맑아지고 건강해진다는

느낌을 충만하게 채워가며 음미하는데 집중한다.

 

해독쥬스가 만병통치일리야 없겠지만 매일 매일 하루 두 번 몸을 위해서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자체가 이미 건강을 돌보는 가장 큰 시작일테니 열심히 계속 정성을 기울일 작정이다.

6개월 정도 지속하면 눈에 띄는 변화들이 온다는데 즐겁게 기대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 해독쥬스 마시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동네 산책하고 텃밭 농사

시작하면서 몸 움직여 가면 손발이 저린것도 좋아지려니.. 피부도 더 맑아지려니..

믿고 있다.

 

해독쥬스.... 우리 가족의 건강을 부탁해.!!!

 

(더불어 혹 한겨레 기사 보시고 해독쥬스 시작하신 분들은 이 공간 통해

서로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효과도 나눌 수 있기를 바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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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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