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푸르게 하루 하루 싱그러운 빛을 더 하는데
우리 가족은 모두 아프다.
딸들도 남편도 나도, 그리고 큰 아이도 감기를 앓고 있다.
3월에 입학한 딸은 내내 감기를 달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녀본 일이 없이 집에만 있다가 학교를 갔더니
처음 해보는 단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마음도 몸도 쉽지는 않았나보다.
기침을 콜록거리다가 열도 나고 조금 좋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콜록 거리며
3월이 갔다. 컨디션은 좋아졌지만 아직도 기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언니 때문에 바빠진 엄마 따라 다니느라 덩달아 부지런해진 막내도
기침을 내내 하고 있다. 아침과 오후로 언니를 마중하러 다녀야 하고
운동을 시작한 엄마 따라 일주일에 세 번은 동네 자치센터에
요가 프로그램 시간에도 함께 있어야 하다보니 막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만성 기관지염이 있는 남편도 어느사이 기침이 심해지더니 몸살이 왔다.
언제부터인가는 나보다 더 자주 몸살이 오곤 하는 남편이다.
애들이 다 콜록거리니 아프다고 엄살도 못 부리고 힘들게 직장을 다니고 있다.
딸아이들이 좋아질만할 때 부터 큰 아이가 기침을 시작하더니 며칠이 지나도록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몇 년만에 큰 아이를 데리고 병원 출입을 하고 있다.
둘째를 입학시키면서 나는 두가지 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결혼 12년간 24시간을 애들과 함께 있느라 나를 위한 운동이나 다른 프로그램같은
것을 따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드디어 동네 자치센터에서 하는 요가 프로그램에
등록을 한 것이다. 막내를 데리고 해야 하지만 막내는 어디서나 적응을 잘 하는 아이라
해 볼만 했다.
처음엔 오전 9시 반부터 한시간씩 일주일에 3일이나 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그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배우는 즐거움은 컸다.
악착같이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해 오고 있는 중이다.
마흔까지 출산을 하느라 많이 뒤틀려 있던 골반을 교정하는 치료도 받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을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더니 자연스런 순서처럼
몸살이 왔다. 그동안 워낙 잘 버텨준 몸이니 보란듯이 몸살이 와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과 남편이 아플때 나까지 몸살이 와 버렸으니 보통 힘든게 아니다.
애들은 아픈대로 칭얼거리기도 하고, 학교를 빠지기도 하고, 종일 쉴수도 있지만
나는 아프면서도 살림해야 하고 이것 저것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텃밭 농사도 시작했고, 풀은 본격적으로 돋아나기 시작하고, 봄 옷 정리며
손 대야 할 일들이 넘치고 있는데 아픈 애들 돌보는 일로도 충분히 고단했으니
내 몸까지 신경써서 돌 볼 여유가 없다.
기침하느라 잠을 설치는 아이를 돌보다 보면 나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아픈 아이도 먹어야 하고 좀 괜찮은 아이는 또 놀아야 하니
이래 저래 나는 바쁘고 고단하다.
아프면 안되기 때문에 늘 몸을 잘 보살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엄청난 긴장으로 아플 여지를 안 주고 있었을 뿐 몸은 진작부터
여기 저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운동을 시작하고 치료를
시작했더니 한꺼번에 제대로 봐 달라고 터져나오는 것 같다.
기침에, 몸살에,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니 정신이 다 아득하다.
온 가족이 아픈 날이 이어지니 이건 무슨 굿이라도 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다가도
혹 게으르게 쌓아두며 살아온 환경이 더 문제인가 싶어 아픈 몸에 물건 정리를 시작하기도 하고
이래 저래 애 써 보고 있다.
7년만에 처음으로 학교를 다니게 된 둘째도,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뒷바라지 하는 나도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또 새로운 일을 시작했으니 달라진 환경과 상황에
모두가 적응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가족 모두가 힘들게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아픈 봄이다.
아픈 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몸도, 내 몸도, 우리가 지내고 있는 환경도, 모두 새 마음으로 다시 돌아보고 있다.
충분히 아파야 지나가겠지만 잘 아플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충분히 잘 아프고 지나갈 수 있게
마음을 모으고 있다.
잘 아프고, 잘 이겨내고, 잘 살고 싶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