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힘겨움 잊게 해준 육아용품 쇼핑...아기 용품도 신구 대결 격전장이라네





f5f7567afc4ae71cefea8d29b2c26d31. » 육아용품 쇼핑은 임신 기간의 큰 즐거움이었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 새로운 생명 탄생에 대한 흥분과 설레임, 다이어트 압박으로부터의 해방감, 지하철 자리 양보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내 경우 쇼핑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쇼핑광일 것 같지도 않은 후배가 "애기 물건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묻는 걸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이것은 다이어트 부담으로부터의 해방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해방감을 주기도 하는데 길티 플레저가 그냥 플레저로 바뀌는 해방감이다. 왜 쇼핑이 길티 플레저인가.  근무 중에도  짬짬이 인터넷 쇼핑몰을 헤엄쳐 다니며 필요하지도 않은 구두나 용품 따위를 그저 50프로 세일이라는 이유로 질렀다가 후회하거나 찍어놓은 운동화 한켤레를 제일 싼 가격에 사겠다며 7박8일동안  사이트라는 사이트를 다 뒤지다가 결국 처음 본 가격에서 2000원 정도 싸게 사고는 자학하는(나의 일주일 노동력의 값어치는 결국 2천원이란 말이냐!) 일이 반복되면 쇼핑은 길티 플레저가 된다.



하지만! 아이를 가지고 나니 2만원 짜리 짱구베개 하나 사기 위해 열시간 동안 사이트만 뒤지고 있어도 스스로가 한심하지 않게 됐다. 왜냐.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일이니까....라는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여 출산 준비를 시작하는 임신 중기때부터 나의 행복한 쇼핑여행이 시작됐다.  아기용품은 지금까지 나의 쇼핑편력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 더욱 더 흥미로웠다. 당연하지. 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기 로션만 해도 그렇게 많은 브랜드가 있으며 유모차는 또 그렇게 다양한 스타일과 디자인이 있는 줄 우째 알았겠는가 말이다.



출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산모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에 가입하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나는 쇼핑 학습시간이었다. 브랜드 뿐 아니라 신생아 전용 손톱 가위, 열내림 패치, 바운서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물건들이 줄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카 태어난 걸 본 게 십여년 전이니 아기들 물건도 내가 기억하는 ' 그때 그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쇼핑중독자가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알뜰한 소비자!(라고 중독자들은 대부분 주장합니다~) 아기엄마들이 정리한  '샀다가 후회한 물건 리스트' 등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사야 할 물건과 사지 말아야 할 물건의 목록을 작성해 하나하나 사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이렇게 시작된 쇼핑 어드밴처에 발단 전개 과정도 거치기 전에 위기가 왔다.  친정엄마를 비롯한 언니 등 주변 육아 경험자들의 태클이 들어온 것이다. 먼저 애기 이불과 겉싸개. 비싸기만 하고 별로 쓰지도 않는다고 아기 엄마들이 이구동성을 말리는 품목이었다. 그래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친정 엄마가 먼저 난리가 났다. 어떻게 자기 이불 하나 없는 애로 키우려고 하느냐(이불이 엄마나 아빠도 아니잖아요!) .



그 다음은 언니들. 밖에 데리고 나가면 땅바닥이나 남의 집 바닥에 그냥 눕힐 셈이냐(설마 시멘트 바닥에 눕히기야 하겠어요?) 핀잔이 폭포수처럼 밀려왔다.  경험자들 앞에서 내가 아무리 여론 조사 결과를 파워포인트로 작성해 도표 그리며 설명한들 소용없었다. 엄마가 이불을, 작은 언니가 겉싸개를 사주기로 했다. 뭐, 사준다면야, 내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오케이.



위기에 이은 절정은 아기를 낳은 다음 펼쳐졌다. 가장 먼저 터진 것은 아기 욕조 사건.  아기 전용 욕조는 비싼데다 너무 커서 무겁기만 하고 시장표 '빨간 다라이'가 최고다라는게 육아카페 엄마들의 중평이었다. 고로 나는 아기 욕조를 사지 않고 마트에서 5000원짜리 대야를 준비했다. 그러나 잊은 게 하나 있었다. 출산 직후 아기를 목욕시키는 건 내가 아니라 산후 조리를 돕기 위해 수시로 집에 들르는 엄마와 언니들이었다는 사실을.



당연히 화살이 날아왔다. 요새 유아 욕조가 얼마나 편리하게 되있는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냐. 등받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목욕을 이렇게 두세명이 붙어서 해야겠느냐. 블라블라블라...나는 순식간에 아기의 쾌적한 위생생활에는 아랑곳없는 비정한 엄마로 찍혔다. 노,노, 노. 그럴 리가 있나. 아기용품 연구 및 구매계의 석학이 되고자 매진했던 내가, 아무리 유아 욕조가 무용지물이라고 한들 달랑 대야 하나만 준비했겠는가 말이다.





9ba99012c3a97ab6e63d09dd4f208e9e. » 세 명의 손이 동원된 아기 목욕. 엄마는 유아 욕조가 없어서 벌어지는 불편함이라고 나를 구박했다.



 



내가 준비한 출산 준비물 가운데서도 비장의 아이템 베스트3에 들어갈만한 물건이 바로 문제의 욕조였다. 나는 흔한 유아 욕조를 사지 않는 대신 엄마의 자궁을 닮아 아기를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해준다는 첨단 인체공학적 욕조를 구비해놓고 있었다. 엄마나 언니가 아기를 키우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혁신적이며(!), 너무나 깜찍한(이것이 진짜 구매이유였습죠) 디자인의 새로운 제품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이 욕조로 인해 우리집에서 나는 '찌질 엄마'를 확실하게 낙인 찍히게 됐으니 이 이야기는 다음 주에 투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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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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