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뻔하다 느꼈던 말이나 관습이 오히려 지혜가 응축된 '삶의 진리'임을 종종 깨닫습니다.
그 중 유독 자주 들었던 숫자 3.
왜 3일까요? 아이의 탄생을 제대로 축하하는 '백일'(일단 3개월이라 칩시다), 신입 직장인의 수습기간 3개월, 중학교 고등학교는 3년제, 그 옛날 조상들이 치렀다던 '삼년상'(말도 안되는 소리라 외면했던)...
아이가 자폐 진단받은 지 2년 6개월입니다. 3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 막막하고도 힘든 '장애'를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3년이 걸리는구나. 되돌아보면, 처음 진단받고는 그 충격 속에 일상을 이어가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마음을 추스리고는 3개월 후에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했습니다. 역시, 3이군요.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는 일상은 고요하고도 혼란스러웠습니다. 삼시세끼 아이와 함께 먹을 밥상 차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낮에도 아무 소리 내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내가 없었던 시간 동안 아이는 혼자 외롭게 자기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아이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흔히 자폐 등 발달장애 아이는 자라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자기 속도대로 자랍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 '성장'을 도우며 배우고 느낀 점을 나누고자 합니다.
학령기 어린이 중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수는 미국은 68명당 1명, 세계적으로는 대략 전체 아동의 1%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은 그 숫자가 점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즉, 자폐를 앓는 아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그 아이들 역시 삶의 의지가 여느 아이들처럼 강하고, 여느 아이들처럼 행복하고 싶어합니다.
어느 분야건 첫 3년이 지나야 제 몫을 한다고들 얘기하죠. 자폐스펙트럼 아이 엄마 노릇 이제 3년이 되어갑니다. 작년 베이비트리 편지 공모전에서 과분하게 상을 주셨는데, 그 글에서 결심했듯이 아이와 저는 조금씩 조금씩 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창으로 바라본 세상 얘기를 조금씩 풀어놓을께요.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