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jpg » 한겨레 자료.

 

카카오스토리 글들을 훑어보는데 어느 침대업체에서 퍼온 글이라며 ‘육아에 지친 어느날’이라는 한 누리꾼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제 훌쩍 커버린, 자기만의 세계가 생긴, 더는 엄마의 보살핌은 필요없는 아들을 보는 한 엄마의 심정을 솔직하게 담은 글이었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그때 그 행복을 더 누릴 걸, 그때 그 행복을 왜 몰랐나 하는 엄마의 후회도 함께 녹아있었습니다.
 
그 글에 수많은 엄마들이 공감하면서 댓글이 600여여개나 달렸습니다. 댓글 내용은 "아기 어릴 때 많이 안아주고 더 사랑해줘야겠어요" "힘들어도 잠깐인 지금을 즐겨야겠군요" "슬프도소이다" "어떨 땐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들이 많은데, 쓸쓸한 이야기에 가슴 아프네요" "눈물나요.. 요즘 넘 힘들어만하고 있던 생각이 드네요. 감사하고 행복해야지!" 라는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요즘 7살, 5살 두 아이는 잠자리에서 끊임없이 종알거립니다. ‘종알이’라고 별명을 지어줄 만큼 종알종알 참새 같습니다. 서로 엄마를 차지하지 못해 싸우기도 하고, 서로 엄마에게 얘기 들어달라고 동시에 떠들어대면 귀가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아이들과 얘기 나누다보면 밤 12시가 다 될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두 아이가 엄마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이들이 밤새 엄마랑 얘기나누고 싶어하면, 또 일때문에 몸이 지쳤는데 아이들이 계속 얘기하고 싶어하면, 가끔 짜증날 때가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고요. 일에 대한 욕심은 생기는데,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싶어 마음 속에 갈등이 생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 몸으로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하니까요.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게 됐습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이렇게 엄마에게 얘기 들어달라고 아이들이 아우성칠 때가 지금 이때 뿐이야...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엄마가 가장 필요할 때이지...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지... 아이들과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아이들 얼굴을 더 많이 봐야지....지금 우리 아이들의 저 생동감 넘치는 얼굴을 내 마음속에 꾹꾹 담아놔야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한 10년 정도 지나면 저희 아이들도 저렇게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겠지요. 그리고 제가 함께 데이트를 하자고 해도 자기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아까워 시간이 없다 말하겠지요. 함께 놀러 가자고 해도 `엄마아빠끼리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는 날이 오겠지요. 제게 말 못하는 비밀도 늘어날 것이고요. 자기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느라 제게 함께 놀자고 말하지도 않겠지요. 제가 모르는 음악, 제가 모르는 친구들에 빠져 살 날들도 오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멀어지는 시기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트리 필자이자 놀이학교 교장이신 권오진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올라가도 부모와 함께 놀러 다니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는 태어나서 딱 10년 정도다. 그 시간을 놓치면 앞으로 부모가 후회할 날들이 늘어난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른 것에 비해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재능 이런 것은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것이 다르지만, 하루 24시간만큼은 누구나 똑같이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살 것이냐는 어느정도는 자기의 선택권이 있지요. (물론 사회 시스템과 사회 속에서 자기 시간 결정권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

 

긍정 심리학의 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셀리그만은 행복의 세 가지 요소로 즐거운 삶, 몰입된 삶, 의미 있는 삶을 말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미 있는 삶이란 자신보다 더 큰 것을 위한 행동을 할 때 얻어지는 행복을 말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혹은 사회 전체를 위한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이죠. 

 

행복의 세 가지 요소를 보면서 육아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아이들 자체적으로 주는 즐거움이 있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에게만 몰입이 되기도 합니다. 또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행동이죠. 사실 사회 전체적으로 봐도 육아는 미래 사회의 건강한 시민을 키워내는 의미있는 일입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즐거움과 몰입, 의미라는 행복의 세 가지를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때문에 너무 힘드신가요? 아이가 떼쓰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가기 싫어하고, 내 맘과는 달리 행동해서 힘드신가요?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엄마에게 끊임없이 얘기하고 싶어하고, 놀고 싶어해서 힘드신가요?

 

선배 엄마들의 글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요. 때로는 밉고 귀찮고 성가시는 아이들이지만 엄마·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최고로 여기는 아이들의 지금 이 모습이 지금 이 때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힘들지만 가장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요.
 
오늘은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띄우는 편지로 육아기를 갈음합니다.

물론 제 스스로에게도 다짐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기.

이 두 가지를 잘 해내고 있는 저를 스스로 다독입니다.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다고,

더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죠.  

다들 힘내요. 우리.

 

양선아 기자 올림 anmadang@hani.co.kr  

 

육아에 지친 어느날 (펌글)
 
오래간만에 아들이랑 아파트 사잇길을 걸어갑니다.

어느새 엄마보다 머리 하나는 커버린 아들이
약간 앞에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걸어갑니다.
 
벌써 떨어져버린 목련꽃이며,
꽃봉오리가 맺은 철쭉이며,
노란색 별모양 개나리꽃까지 완연한 봄기운에
엄마는 살짝 들뜨며 신이 납니다.
 
원호야! 앞서가는 아들을 큰소리로 불러서 기어이
귀에 붙은 이어폰을 떼게 만들고는 말을 붙입니다.
 
"저 라일락 향기 냄새나지!
너 애기였을 적에는 엄마가 꽃 이야기 많이 해줬는데..."
 
"아! 하나 생각난다!
엄마가 장미 가시를 코에 붙여주고 `우리 원호 코뿔소가 됐다’ 그랬던 거..."
 
반응없던 아들이 귀찮다는 듯이 내뱉은 말이 그저 반가워서
엄마는 "그래 그때 재미있었지!"
 
하지만 어느새 아들은 또 한 발자국 앞에서

이어폰을 다시 꽂습니다.
 
참 크는게 더디고,
어떨 때는 귀찮기까지 할 정도로 쫒아다니며 물어보던 아들이,
이제는 제 일에 바빠서 시시껄렁한 꽃 이야기는
관심이 없을 정도로 커버렸습니다.
 
엄마가 모르는 게임에 매달려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살고,
엄마가 모르는 음악을 듣느라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살고,
엄마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문자로 날립니다.
 
아들이 말을 붙여주기를 기다리며 멤돌기도 하고,
꽉 닫힌 방문 앞에서 ‘밥 먹어라’하는 소리가
유일한 의사소통인 날도 있습니다.

그나마 몇 해가 지나면 저 앞에서라도 걷던 모습도
보기 힘들어지리도 모릅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을 이제 압니다.
’엄마, 엄마‘하면서 씩 웃어주고,
어린이집 갔다오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다 들어줄 수가 없었는데
그때 그 모습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학교에서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로 불안해 해야하고,
엄마가 내는 큰 소리는 권위는 사라지고,
잔소리로 변해서 오히려 굴 속으로 아들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엄마가 몹시도 필요했던 그 순간,
엄마를 통해 듣던 세상 이야기가 그저 재미있고,
엄마랑 찾던 모래밭 속 보물에 신나하고,
엄마가 재워줄 떄까지 그림책을 들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이제야 아쉽습니다.

'잠깐이야'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한바탕 넋이 나가 있던 엄마에게 어느 선배는,
그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 때는 그 말이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제발 잠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흐려가는 그 때 그 순간을 여드름 잔뜩 난~
자는 아들 얼굴에서 찾아봅니다.
 
참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이가,
올망졸망 엄마한테 참 할 말이 많았던 우리 아이가,
엄마를 통해 세상 행복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우리 아이가,
어떨 때는 엄마가 귀찮다고,
엄마가 힘들다고,
함부로 윽박지르고,
그래서 눈물 흘리게 했던 우리 아이가...
사랑해, 미안해, 그땐 힘들어서 그랬어...
이렇게 충분히 설명해 줄 시간도 없이,
잠깐 사이에 저렇게 커버려서 남들 보는 앞에서
손 잡는 것도 머쓱해 합니다.
 
가끔 "엄마 등 긁어줘"
산더미 같은 등을 내밀며 아들이 돌아섭니다.
"나 등 긁은 거 좀 사줘"
엄마는 귀찮다는 듯이 등을 벅벅 긁어주고,
한 대 툭 치면서 "이제 됐다" 옷을 내립니다.
그리고 내심 등 긁는 거 절대 안사줄거라고
다짐 합니다. 

이것도 잠깐일 것 같아서요...
 
출처: 카카오스토리 골든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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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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